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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이를 절감하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나흘 뒤인 5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서 이렇게 대국민담화를 시작했다. 천안함 46용사의 이름도 얼마 전 이곳 전쟁기념관에 이름을 올렸다.삼국시대 때부터의 호국 영령 흉상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담화를 시작한 이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로 “천안함은 북한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됐다”며 “우리 국민들이 하루 일을 끝내고 편안하게 휴식하고 있던 시간에 한반도의 평화를 두 동강 내버렸다”고 천안함 사태의 원인과 의미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6·25 남침 이후 북한은 끊임없이 무력도발을 자행해왔으나 단 한 번도 자신의 범행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나는 처음부터 과학적, 객관적 조사를 강조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떤 예단도 하지 않도록 모두에게 인내와 절제를 요청했다”면서 그간 천안함 사태를 놓고 정부가 취한 객관적 입장에 대해 배경 설명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오로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간절한 염원 때문에 북한의 만행에 대해 참고 또 참아왔으나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아울러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하게 조처해나가겠다”며 다음과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첫째, 지금 이 순간부터 북한 선박은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해 허용된 우리 해역의 어떠한 해상교통로도 이용할 수 없다. 교류협력을 위한 뱃길이 더 이상 무력도발에 이용될 수 없다.

둘째, 남북 간 교역과 교류도 중단될 것이다.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고귀한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교류, 협력은 무의미하다. 다만 영·유아에 대한 지원은 유지하고 개성공단 문제는 그 특수성을 감안해 검토하겠다.

셋째,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다.

넷째, 북한은 ‘3·26 천안함 사태’로 유엔헌장을 위반하고 정전협정, 남북기본합의서 등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기존 합의를 깨뜨렸다. 정부는 관련국과 협의를 거쳐 이 사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고 북한의 책임을 묻겠다.

다섯째,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군사적 대결이 아니다”라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한민족의 공동 번영, 나아가 평화통일”이 목표임을 강조하고 남과 북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눈부신 발전 신화를 성취하며 당당히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으나, 북한은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바뀌지 않고 여전히 대남 적화통일의 헛된 꿈에 사로잡혀 협박과 테러를 자행하고 분열과 갈등을 끊임없이 조장하고 있다”며 “같은 민족으로서 참으로 세계 앞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북한 정권도 이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 대통령은 “무엇이 진정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의 삶을 위한 것인지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국가안보 앞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 역시 천안함 사태를 통해 다시 한 번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집단과 대치하고 있다는 현실을 잊고 있었다”며 우리 군도 잘못이 있었다는 자성을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보태세를 확고히 구축하고 군의 기강을 재확립하며 군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또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더한층 공고히 할 것도 강조했다.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도 더욱 튼튼해져야 한다고 말한 이 대통령은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 그리고 끊임없는 분열 획책에도 우리는 결코 흔들려선 안 된다”며 “국가안보 앞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거센 태풍이 몰아친다 해도 우리는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향해 뚜벅뚜벅 우리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위대한 국민은 대한민국을 위대한 나라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이날 담화를 마무리했다.

한편 청와대 측은 이날 대통령의 담화 발표 장소를 전쟁기념관으로 정한 것은 전쟁기념관이 “전쟁과 평화라는 양의적 의미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책임 추궁과 응징을 하겠지만 한반도, 남북의 미래에 대해서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한반도 현실의 과거, 현재, 미래를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전쟁기념관, 특히 호국추모실에서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이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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