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경력 10년차 택시 운전기사 김택일(가명·41) 씨는 요즘 부쩍 운전 스트레스가 줄었다. 하루 12시간씩 운전하다 보니 길이 막히면 크게 답답함을 느끼곤 했는데 2009년 7월부터 바뀐 교통운영체계가 시행되면서 운전이 전보다 편해졌기 때문이다.
경찰청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2009년 4월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과 편리함을 돕는 19개 과제를 담은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7월 1일부터 점멸 신호 운영 확대, 보행자 작동 신호기 설치 등 4가지를, 10월 1일부터 비보호 좌회전 확대, 좌회전 신호 보완대책 강구 등 9가지 과제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직진 우선의 신호 원칙, 신호연동 시스템 개발 확대 등 6가지 과제를 시행한다.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 시행 후 김 씨가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좌회전 신호체계가 변경된 것이었다. 기존 신호체계는 대부분 좌회전 후에 직진 신호가 주어졌다. 또한 직진 신호와 함께 왼쪽 횡단보도 보행 신호가 주어진다. 따라서 좌회전한 차량이 미처 교차로를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직진 신호가 떨어지면 좌회전하던 차량은 횡단보도 보행 신호에 걸려 멈춰서 직진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기 일쑤였다.
김 씨는 좌회전이 우선시되는 신호체계 때문에 직진 차량들이 정체되는 현상이 항상 문제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편도 3차로 이하의 작은 도로를 대상으로 좌회전 신호가 사라지고 ‘비보호 좌회전’이 확산되면서 정체 현상이 덜해졌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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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려고 할 때도 마냥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것보다 직진 신호가 들어왔을 때 요령껏 방향을 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큰 교차로에서도 좌회전 후 직진에서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뀐다는 소식에 김 씨는 좌회전하는 차들로 인한 상습적인 정체가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전국 교차로 중 9퍼센트만이 직진 후 좌회전 신호를 받아 직진 차량의 소통이 여의치 않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가는 길에 먼저 직진 신호를 주고 있다. 또 좌회전 차량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좌회전 차로를 2개나 늘리자 직진 신호가 먼저 떨어져도 예전보다 교통 흐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경찰청 교통운영관리관실 조재형 경감은 “지금까지 소규모 도로에서만 가능했던 비보호 좌회전을 3차로 이하 교차로에서도 적용하고 있다”며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하는 이유는 기존의 신호주기가 교통 흐름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비보호 좌회전 허용으로 좌회전 차량과 반대편에서 오는 직진 차량의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50킬로미터로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좌회전 차량이 없을 때 직진 차량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좌회전 감응신호 시스템, 이른바 좌회전 차량 검지기도 설치됐다. 좌회전 차량이 서 있는 자리에 1.8미터 크기의 사각 센서를 설치해 차량이 없을 때는 직진 신호를 길게 줌으로써 교통 소통을 원활하게 만든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관리부 심재연 경위는 “현재 서울지역 97곳에 설치된 좌회전 차량 검지기를 통해 교통 신호를 좀 더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교통 체증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간 운전이 많은 김 씨는 7월 1일부터 ‘점멸 신호’ 운영이 부쩍 늘어 야간 운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새벽처럼 차량이 드문 시간에 빨간 신호에 걸리면 신호가 바뀔 때까지 불필요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그는 빨간불에도 지나가려다 뒤늦게 달려오는 차량과 부딪칠 뻔한 위험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점멸 신호를 보고 서행하면서 운전하니 오히려 사고 위험도 줄고, 신호를 기다리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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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멸 신호 운영은 2009년 7월 7천9백61개소에서 12월 2만2개소로 확대됐는데 2단계 과제 중 하나인 비보호 좌회전 운영 확대와 더불어 진행됐다. 2가지 과제가 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시행된 것임에도 주행속도가 4.7퍼센트 향상되고, 교차로 교통사고가 12.3퍼센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소통과 안전에 모두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점멸 신호는 심야 시간 최소 4시간을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점멸 신호는 운전자가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운전하는 것처럼 보행자 역시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건넌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왕복 6차로 이상 되는 넓은 도로에서는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에 대해 야간 업무가 많아 주로 새벽에 퇴근한다는 회사원 정유영(가명·25) 씨도 “처음엔 그렇게 느꼈다가 요새는 안심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점멸 신호 동안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돕는 보행자 작동 신호기가 서울 시내 56곳에서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정 씨는 “신호등 기둥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면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켜져 좀 더 안전하게 건널 수 있다”며 “야간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위험하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경찰청은 보행자 신호기를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로, 도심 외곽도로 등에도 확대 설치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주민들의 불편사항이 접수됐던 지역의 신호기 위치도 조정했다.
주말마다 가벼운 산행을 즐기는 주부 오행숙(34) 씨는 ‘공휴일 도심 주차 허용 지역’이 늘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반겼다. 공휴일이면 서울 시내 근처 산에서 등산을 즐겼는데 차를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어 불편했다. 그러다 최근 공휴일 도심 주차 허용 지역이 산, 공원, 종교 시설 등으로 확대돼 오 씨는 산 근처 도로에 주차를 하고 불편함 없이 등산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주말이나 공휴일처럼 교통량이 적을 때 도로 주차를 할 수 있어 운전자들의 심적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휴일 도심 나들이객의 편의를 돕기 위해 전국 4백70개소 2백44킬로미터 구간의 도로에 공휴일 도심 주차를 허용하고 있다. 교통량이 줄어드는 공휴일에 도심 내 부족한 주차 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 속에서 올해부터 절대적 주정차 금지구역을 제외한 전 도로로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글·김민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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