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노숙인들은 단번에 자립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신용, 주거, 의료 등 모든 것이 취약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자립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체계적으로 돕는 기관이 없었어요. 그래서 빅이슈코리아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진무두(36) 대외협력국장은 빅이슈코리아를 시작하기 전 ‘거리의 천사들’이란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했다. 사무기기 회사에 다니다가 ‘좀 더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서 비영리단체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이곳에서 노숙인 자립지원 팀장으로 5년간 일하면서 노숙인들이 전방위로 취약한 계층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이 자립할 수있는 기반을 마련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영국의 <빅이슈>를 알게 됐다. 1991년 영국에서 <빅이슈>를 창간한 존 버드는 자신도 한때 홈리스였음을 솔직히 고백했었다.
“<빅이슈>의 정식 판매원이 되면 첫 달에 25만원을 그냥 드립니다. 거리에서 주무시지 말고 고시원을 얻으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둘째 달부터는 잡지를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본인 스스로 고시원비를 내야 합니다. 자립을 시작하는 것이죠.” 진 국장은 <빅이슈>의 역할은 노숙인들이 스스로 기반을 마련해 독립하도록 돕는 것이라 밝혔다.

![]()
2년 전 창간 당시 판매부수가 4천2백부였던 이 잡지는 현재 4만부가 인쇄, 2만2천부가 판매된다. 발행기간도 월간에서 격주간으로 바뀌었다. 진무두 국장과 안병훈 편집팀장 두 사람이 시작한 빅이슈코리아는 2010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되면서 14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가 됐다.
진무두 국장은 “최근 한국갤럽에서 무상으로 잡지 인지도 조사를 했는데 1백명 중 18명에게서 <빅이슈>를 알고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며 “이젠 꽤 많은 분이 우리 잡지를 알고 계시구나 싶어 흐믓했다”고 말했다.
<빅이슈>의 주요 독자는 20~30대 여성이다. 착한 소비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이 높아졌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빅이슈>에는 20~30대가 좋아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 있다.
진 국장은 <빅이슈>를 다채롭게 채울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사람들의 나눔 덕분이라고 말했다. “보면 아시겠지만 이효리, 고은아, 티아라, 한혜진씨 등 여러 연예인들이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인터뷰와 표지모델로 참여해 주었습니다. 기사, 일러스트도 기자, 디자이너들이 무상으로 재능기부를 해 줍니다. 종이는 무림P&P에서 전량 무상으로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빅이슈> 판매원은 모두 노숙인 출신이다. 현재 판매원은 서울, 경기, 대전을 통틀어 50명. <빅이슈>는 무료 급식소처럼 노숙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 빅판(빅이슈 판매원)을 모집한다. 빅판들의 인생 스토리는 다양하다.
![]()
아울러 진 국장은 몇몇 빅판의 사연을 소개하였다. “역삼역에서 판매하시는 박종환 선생님은 <빅이슈>를 통해 임대주택을 마련, 다시 가족과 생활하게 됐습니다. 그 전에는 사업에 실패해 10년 이상 떠돌았었죠. 한국외대에서 잡지를 팔고 있는 이금순 할머니는 조선족 동포입니다. 아버지께서 독립운동을 하셨는데, 그 사실을 한국 정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1995년 입국했다가 그만 사기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처도 없는 형편이 된 거죠. 현재는 중국인 동포를 도와주는 교회 공동체에서 기거하고 계십니다.”
빅이슈코리아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영화 <원스(once)>를 보면 여주인공이 <빅이슈> 판매원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개념에서 보자면 이해가 잘 안되실 겁니다. 그녀는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고 자식과 부모도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홈리스라고 하면 길에서 잠을 자는 노숙인과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외국의 경우엔 거리생활자뿐 아니라 말 그대로 집이 없어서 시설에 입소하거나 다른 사람과 동거하는 사람을 모두 홈리스라고 부른다고 진 국장은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노숙인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상징되는 1997년 외환위기 때였다. 이미 15년이 흘렀지만 노숙인에 대한 대책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진 국장은 “이제 노숙인들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홈리스의 개념부터 제대로 갖추는 게 중요하겠죠.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유엔 수준으로 홈리스 개념이 넓어졌으면 합니다.” 유엔이 정한 홈리스 개념은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뿐 아니라 주거취약 계층, 난민 등 집이 없는 상태에 처한 다양한 사람들을 포함하고 있다.
빅이슈코리아는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2년간 서울시의 지원을 받았다. 1년차에는 직원 한 사람당 90만원, 2년차에는 50만원씩 인건비가 지원됐다. 하지만 올해 5월로 지원기간이 만료돼 지금은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는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
<빅이슈> 한 부의 가격은 3천원. 이 중 판매자가 1천6백원, 회사가 1천4백원을 나눠 갖는다. 회사로 돌아오는 수익 중 인건비와 월세를 제한 나머지는 모두 임대주택 마련 등 노숙인들의 복지를 위한 투자비로 사용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산하의 주거복지재단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열심히 활동하는 판매자들을 추천해 주는 사업이 그 예다. 현재 이 사업을 통해 14명의 빅판들이 임시 주택에 거주하게 됐다.
빅이슈코리아 사무실의 환경은 열악하다. 영등포 청과물시장 창고를 개조한 사무실은 천장에 빗물이 새고, 전력이 약해 전기가 끊기기 일쑤다. 직원들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월 1백만원에 불과하다. 진 국장은 “노숙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서 당분간은 어려움을 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신이 읽는 순간, 세상이 바뀝니다.’ <빅이슈>의 캐치프레이즈다. “모든 노숙인이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사회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해결되고 더 많은 사람이 노숙인을 돕는 데 관심을 갖게 된다면 세상을 금방 더 따뜻해질 겁니다.” 진 국장이 힘주어 말했다.
글·이현민 인턴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