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세계 4대 문명은 모두 강을 끼고 발원했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나일강은 이집트의 선물”이라 칭한 것처럼 이집트문명은 나일강에서 발원하였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삼각주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모헨조다로, 하라파 유적지 등을 남긴 인더스 문명은 인더스강을, 황허 문명은 황허를 각각 기반으로 발원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한반도에 인류가 정착하고, 고대국가들이 출현할 때의 중심지도 모두 강이나 하천유역에 있었다. 고조선은 요하유역에서 시작하여 대동강 유역으로 이동하였고 고구려는 압록강 중류를 기반으로 하여 대동강 유역으로 이동하였다. 백제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등의 유적지에서 볼 수 있듯이 최초에는 한강에 자리 잡았다가 이후 금강 유역인 공주, 이어서 부여로 천도한 바 있다. 또한 낙동강은 신라와 가야의 소국들이 성장하는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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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역사가 강을 끼고 형성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강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가. 강(江)의 한자를 살펴보면 삼수변에 하늘과 땅을 이어 준다는 뜻인데, 이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것,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려 오는 것을 의미한다. 물길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려 오면서 충적평야가 생성되고 비옥한 농토가 된다. 비옥한 농토를 갖게 되면 생산을 하게 되고 백성들이 모이며, 씨를 뿌리면 거둬야 하기 때문에 정착생활을 하게 된다. 정착생활을 하게 되면 문화가 전수되고,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되면 지도자가 생기고, 조직화하고 국가가 형성되는 프로세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한강이 갖는 의미는 크다. 한강에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시대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모두의 유적이 있다. 한탄강 연천군의 유적지에서 발견된 주먹도끼(아슐리안 석기)는 세계의 구석기 역사를 뒤바꿔 놓을 정도였다. 1978년 이것이 발견되기 전까지 동아시아 지역에서 아슐리안 석기 문화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시 학계의 정설이었기 때문이다.
삼국시대에 한강의 역할은 더욱 중요했다. 삼국시대에는 누가 한강을 차지하는지에 따라 삼국의 패자가 결정됐음을 알 수 있다.
백제가 가장 강하던 근초고왕 시대에는 백제가 한강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을 거쳐 장수왕 시기에는 고구려가 한강의 주인이 된다. 이후 나제동맹으로 한강에서 고구려를 몰아내고 상류를 신라, 하류를 백제가 차지한다. 이후 신라는 백제를 물리치고 한강을 차지하며 삼국을 통일하는 데 이르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한강은 조선시대 쌀, 새우젓, 소금 등 지방의 문물을 실어나르는 주요 통로였다. 마포나루, 서강나루, 광나루, 서빙고 등 한강은 물류와 소통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20세기 철도가 생기면서 그 기능은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산업화·근대화의 과정에서 공업용수, 농업폐수 등으로 오염되고 잦은 수해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그러다가 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 그리고 이번 4대강살리기 사업으로 강의 의미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4대강살리기 사업을 통해 수변공간을 정비해 물이 맑아졌으며 체육시설, 자전거길, 캠핑장, 생태공원 등 다양한 관광레저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강이 역사적으로 ‘치수(治水)’ ‘이수(利水)’ 였다면 이제 ‘친수(親水)’로 우리 국민의 삶 속에 돌아오고 있다.
한강(漢江)과 한류(韓流). 한강(漢江)의 한(漢)은 ‘한나라 한’ 자이다. 처음으로 한자가 등장한 것은 백제 때인데, 이는 당시 한강(당시에는 한수·漢水라는 이름으로 불림)을 통해 중국 남조의 동진으로부터 문화를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한강이 외국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였다면, 한강은 우리의 문화를 태동하게 된 모태이자 원천이고, 한류를 세계로 내보내는 발신지이다.
K팝 열풍과 함께 드라마를 제외한 다른 장르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한류 3.0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는 한류를 다양한 기준으로 나누는데, 필자는 콘텐츠를 기준으로 <사랑이 뭐길래> <겨울연가> 등 영상콘텐츠 중심의 한류를 1.0세대, 2NE1·소녀시대 등 아이돌 스타 중심의 한류를 2.0세대, 그리고 현재의 대중문화 콘텐츠를 넘어 앞으로 한식·한복 등 다양한 한국의 콘텐츠가 하나의 주류문화로 세계에 자리 잡을 시기를 3.0세대로 정의한다.![]()
이러한 한류가 일시적 유행인지 아니면 문화로 정착될 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법고창신(法古創新)에 기반하여 한류 3.0시대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흔히 법고창신을 말하면 케케묵은 옛것을 누가 사용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거장이라 불리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 또한 아프리카 토속문화를 모티브로한 것이며, 이른바 명품으로 유명한 베르사체의 로고 역시 그리스신화 ‘메두사’를 모티브로 제작된 것이다.
우리도 우리 전통문화 속에서 새로운 창의적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다. 소설 <뿌리깊은 나무>가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지고 드라마로 인기를 끈 것이 그 좋은 사례이며, 이중섭 작가의 <아이들>은 동채포도동자무늬 주전자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 속담에서 보듯 다양하고 많은 콘텐츠와 원천 소스가 있더라도 그것을 엮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전통문화, 지역토속자원의 현대적 해석과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고민할 때이다.
우리의 지역문화, 그리고 지역문화가 뿌리 두고 있는 우리의 강, 지류들에 관심 갖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4대강문화관도 각각 지역문화, 지역문화예술인의 다양한 창조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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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