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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코스가 언덕과 평지 조화를 잘 이뤘어요




‘투르 드 코리아 2012’가 막을 내리고 시상식이 열린 4월 29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 엘리트 경주 부문 아시아단체상 시상자로 나선 이가 이번 대회의 도로시 애보트(52) 심판장이다.

하늘색 셔츠에 푸른색 스카프,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애보트 심판장은 시상을 한 뒤 우승팀인 우즈베키스탄 SUREN팀, 2위 서울시청, 3위 홍콩차이나팀 소속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행사 내내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이었다.

다음 날 숙소인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만난 애보트 심판장은 전날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심판장으로서의 중압감에서 벗어난 듯 복장도 편해 보였다.

“시상식날 입었던 복장은 국제사이클연맹(UCI) 심판의 공식복장이에요. 경기에 참가할 때, 혹은 회의 참석을 할 때 공식복장을 갖추지요.”



사이클 경기 심판을 지칭하는 원어는 ‘커미셔(commissaire)’다.

애보트 심판장은 국제사이클연맹이 2007년 투르 드 코리아 첫 대회 이후 매년 한명씩 파견해 온 역대 ‘인터내셔널 커미셔(국제심판)’ 가운데 첫 여성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4월 25일 열린 여수~거창 4구간 경기 도중 강풍을 동반한 집중폭우가 쏟아지면서 경기를 계속 하느냐 아니면 중단하느냐의 기로에 놓이면서 심판 판단의 중요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당시 출발지인 여수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으며, 세찬 빗줄기와 함께 강풍이 불었다. 우비를 입은 선수들이 오전 10시 시야를 가리는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여수시청을 출발했지만 결국 경주 시작 7킬로미터 지점에서 토사와 흙탕물로 침수된 지점을 만나 멈춰서야 했다.

애보트 심판장과 심판진은 즉시 무전을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섰고, 대회 조직위와 협의해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4구간 경주를 전격 취소했다.



투르 드 코리아 2012 심판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셨는지요.
“국제사이클연맹으로부터 어떤 대회의 국제심판으로 임명받게 되면, 먼저 대회가 열리기 전 기술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국제사이클연맹의 규정에 따라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각 출전팀이 따라야 하는 규칙들을 정하는 것이죠.

그리고 대회가 열리면 로드레이스를 운영하는데, 특히 자전거들보다도 각 팀 매니저들이 탑승한 ‘카 레이스’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대회(엘리트 경기)에는 21팀이 출전해 차량만 21대였어요. 이들 차량이 룰을 존중해 안전하게 경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전반적으로 투르 드 코리아 2012를 평가하신다면.
“대회 평가 보고서를 써야 하는 것도 제 업무여서 지금 자세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대회 조직위가 많은 일을 잘 해냈다고 봅니다.

국제사이클연맹의 경기캘린더에서 규모 큰 빅 이벤트의 하나이고, 월드투어 이벤트의 하나이며, 로드레이스 경주로서는 올해 첫경기이기도 합니다. 많은 저명인사가 개막식 전야제와 개막식 등에 참석했고, 많은 것이 계획대로 잘 이뤄졌고, 목표에 따라 잘 진행됐어요.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투르 드 코리아 경기가 진행된 코스는 어떻던가요.
“어떤 대회에 참석하게 되면 경기와 선수들에게 집중하다 보니 주변을 잘 둘러보지 못합니다. 어떤 때는 나중에 제가 참여했던 대회 사진을 보면서 그곳이 그리 아름다운 곳이었던가 경탄하기도 해요. 전반적으로 투르 드 코리아 경기가 진행된 코스는 언덕과 평지가 조화를 이룬, 균형이 잘 이뤄진 코스였습니다.”

미디어의 관심도를 확인하는 것도 심판장의 업무 중 하나라고 들었는데.
“스포츠 행사의 성공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 홍보입니다. 한국은 투르 드 코리아가 한 차원 높은 세계적인 대회가 되길 바라기 때문에 홍보가 더욱 중요하지요. 투르 드 코리아로서는 운 좋게도 인터넷시대를 맞았어요. 투르 드 코리아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널리 다른 나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시죠?
“그렇습니다. 한국인들은 개방적이고, 기꺼이 제가 할 일들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제 고향인 미국 음식이라면 햄버거쯤이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워낙 여러 문화가 한데 모인 나라니까요.

미국에도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음식점들이 있지만 한국음식은 한국에 와서 처음 먹어봤어요. 바닥에 앉아 한국 전통음식을 맛보았는데, 아주 좋은 경험이었어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시애틀 인근인데, 한국에 와 보니 산이 많고 벚꽃이 많이 핀 모습이 시애틀 풍경과 닮았어요.”

국제심판으로서는 얼마나 활동해 오셨는지요.
“사이클 경기 심판이 된 것은 1988년, 국제심판이 된 것이 2004년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2백19일을 사이클 경기 때문에 집을 떠나 출장을 다녔어요. 다행히 남편 역시 저와 같은 사이클 국제심판이어서 잘 이해하고 있지요. 심판이 되기 전에는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그런 경험은 선수들에 대한 이해를 높여 심판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투르 드 코리아가 한층 수준 높은 대회가 되기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투르 드 코리아 개막식에서 자전거길 개통식과 투르 드 코리아 경기 출발이 아주 자연스럽게 맞물려 개최되는 것을 보았어요. 투르 드 코리아 조직위도 ‘그린스포츠’ 확산에 초점을 두고 한국민들 사이 자전거 문화 보급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분이 로드레이스 현장에 직접 나오셔서 경기 모습을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보다) 서너 배는 많은 관중이 몰려나와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경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한국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대한사이클연맹에 대한 정부 지원은 성공적인 경기 지속과 자전거 문화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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