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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오전 11시, 오후 5시 전력 사용 자제하세요




연초부터였다. 전력수급을 관할하는 지식경제부의 발걸음은 새해 벽두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최대 전력사용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면서 전력수급에 이상 징후가 불거지고 있었다. 올 겨울 들어 지난 1월 21일 현재 무려 네 차례나 최대 전력사용량 기록을 경신했다. 일각에서는 ‘전력대란’ 우려를 제기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강도 높은 에너지 절약 대책을 내놓았다. 단기적으로는 공공부문과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한 실내온도를 제한하는 등 전기사용량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절약의 시스템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신용민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정책과 사무관은 “예년의 경우 에너지 사용을 제한하면 관련 사업장에서 항의 문의가 상당히 많았지만 이번에는 저항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부의 대책에 관계자들이 호응하고 있어 동참 분위기가 확대될 것”이라며 “위기 상황인 것은 맞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력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실내온도가 제한된다. 공공부문은 18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에너지 다소비 건물은 20도다. 전력수요가 급증한 것은 한파의 장기화 탓이 크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난방용 전력사용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기온이 1도 떨어지면 전력수요량은 49만 킬로와트가량 늘었다.

전기온풍기, 전기판넬, 전기히터 등의 전열기 보급은 꾸준히 확대돼 왔다. 전력은 다른 에너지에 비해 저렴한 데다 사용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난방용 전력수요 역시 불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난방수요는 1천6백75킬로와트로 2003~04년 겨울의 8백25킬로와트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대책은 말하자면 위기의 원인을 제거하는 조치인 셈이다.




에너지 절약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절약 대책은 이미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지난해 여름 냉방온도 제한을 시행한 4백41개 건물의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전기사용증가율은 전체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를 당초 예상치인 7천70만 킬로와트보다 적은 6천9백89만 킬로와트로 낮출 수 있었다. 신 사무관은 “에너지절감대책을 통해 감소하는 난방전력은 전체적으로는 그리 크지 않지만 결정적인 고비를 넘기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전력수급 위기를 에너지 절약으로 대응하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도 적잖다. 일단 당장 공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단기적으로 공급량을 확대할 수 있다고 해도 일시적인 이유로 공급량을 늘린다면 이후에 유휴시설화될 공산이 크다. 낭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할 수도 있지만 범정부적인 물가대책을 시행하는 마당에 선택하기는 어려운 카드다. 그렇다고 산업용 전력 공급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력 피크 분산 조치도 실시된다. 전력 사용이 가장 많은 시간대인 오전 11~낮12시 사이에 공공부문 등의 전력 사용을 자제해 위기를 넘긴다는 계획이다. 지하철은 오전 10~낮12시에는 운행 간격을 1~3분 연장한다. 오전 11~낮12시 사이에는 전국을 6대 지역으로 나눠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개별난방기를 10분씩 순차적으로 가동을 정지시킨다.

공공기관은 오전 11~12낮시, 오후 5~6시 등 하루 두 차례 1시간씩 난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도 요청했다. 식당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기히터만 꺼도 하루 300만 킬로와트를 절약할 수 있다. 이는 150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전력수요가 몰리는 오전 10~낮12시, 오후 4~6시 사이의 사용을 자제해도 상황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체계적인 위기대응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예비전력량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예비전력이 400만~300만 킬로와트면 가장 낮은 경보인 ‘관심단계’가 발령되는데 현재 예비전력은 500만 킬로와트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인 1백만 킬로와트 이하면 전력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

하지만 혹한이 예상보다 길어지더라도 전력난이 일어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 올 겨울 난방기 신규 구매는 이미 거의 마무리 단계이므로 난방기 사용에 따른 전력사용량 증가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은경 지식경제부 전력계통과 사무관은 “지금까지 예측이 실패해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예측이 빗나가기는 했지만 오차율은 0.9퍼센트포인트에 지나지 않았다”며 전력난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조직적인 대비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전력수급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발전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오는 2월 25일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문제는 올 겨울 이후다.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전력사용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일본이 1퍼센트 내외에 그치는 것과 달리 지난해의 경우 한국의 전력사용량은 10.3퍼센트나 불어났다.

정부는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까지 전력사용증가율을 1.9퍼센트로 억제하고 49조원을 들여 발전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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