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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출판도시는 사람농사·책농사 짓는 곳




파주출판도시는 25년 전 한국 출판산업의 미래를 고민했던 몇 명의 출판인들로부터 시작됐다. ‘출판인들이 뜻과 의지를 모아 좋은 책을 만드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던 꿈은 1단계, 2단계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실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은 이제 도시 부지의 85퍼센트를 농지로, 15퍼센트는 출판을 비롯한 영상, 방송 등 미디어산업단지를 조성해 쌀농사, 사람농사를 축으로 하는 친환경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꿈으로 확장됐다. 4월 24일 수상 보고회와 함께 <출판도시를 향한 책의 여정2>을 출간한 이기웅(72) 파주출판도시 이사장은 파주출판도시의 미래인 ‘북팜시티(Book Farm City)’를 일구기 위해 여전히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파주출판도시 ‘셰이크 자이예드 도서상’ 문화 기술 최고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경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지난해 12월 말 아부다비 도서선정위원회로부터 후보 지원 요청을 받았습니다. 2010년에 큐세비 아부다비 도서관장이 파주출판도시를 방문한 후 위원회에 추천한 것으로 압니다. 지원서에 파주출판도시의 산업단지로서 기본적인 기능과 더불어 문화도시, 생태도시, 건축도시 등 다양한 특징을 설명했습니다. 저희가 이 상을 지원할 때 무엇보다 초점을 맞춘 부분은 ‘지속가능한 도시’였습니다. 따라서 이 도시는 완성된 도시가 아니라 후대가 완성해 나가야 하는 도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출판도시에 들어설 박물관, 도서관 조성 계획을 설명했고요. 그리고 3월 7일 위원회로부터 최고상에 선정됐다고 통보받았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는 문화적인 특색을 갖춘 지역으로 지금 한창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파주출판도시의 조성 콘셉트와 과정을 아랍지역에 알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이 상을 수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상의 의미가 있다면요.
“출판도시 자체가 공식적으로 국제적인 도서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출판도시는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와 <월 페이퍼>, 프랑스의 <르 몽드> 등에서 다루어 왔는데, 이번 수상은 출판도시 조성의 성공적 사례를 해외로부터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파주출판도시가 우리 출판산업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출판도시는 한국 출판산업을 대표하는 중추적인 곳입니다. 1980년대 말 몇몇 뜻있는 출판인들과 출판도시 건설을 얘기해 지금까지 그 일의 책임을 맡아오면서 나는 ‘출판도시를 왜 만드는가’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도시에서 ‘선량한 책, 값어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이라는 고도의 정신적 산물을 생산해 내는 우리 출판인들의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 도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좋은 표본을 창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창출된 하나의 모범이 되는 도시, 모델이 되는 도시로서 출판도시가 지향하는 균형, 절제, 조화,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좀 더 정교해지는 제2, 제3의 도시가 이 사회에 건설되기를 바랐습니다. 지금은 파주출판도시가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봅니다.”



파주출판도시는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을 통해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어오고 있습니다.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은 우리나라 출판문화와 지식정보산업의 발전을 위해 2003년에 세운 문화재단이지요. 출판도시문화재단은 2003년 시작해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잔치를 비롯해 책벼룩시장, 음악회,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면서 책마을의 문화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어요.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 동아시아 책의 교류 심포지엄 등 국제회의를 주관하며 국제 출판문화 교류와 연구, 저술, 심포지엄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내외로부터 출판인을 비롯해 어린이, 청소년, 학부모, 건축가,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 저널리스트 등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출판도시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출판도시를 찾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출판도시의 비전과 목표를 보여주는 역할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출판산업은 이제 세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파주출판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밑그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출판도시는 2007년에 1단계 ‘출판산업도시’를 일군 것에서 나아가 2015년 완공 목표로 2단계 ‘영상산업도시’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3단계는 ‘책농장의 도시’를 계획 중입니다. 이름하여 ‘북팜시티’입니다.

부지의 85퍼센트를 절대 농지로 영구화하고, 나머지 15퍼센트의 땅에 출판을 비롯해 영상·방송·정보통신 등 미디어산업을 들어서게하는 계획입니다. 핵심 개념은 ‘건강한 쌀이 건강한 사람을 만들고, 건강한 사람이 건강한 책을 만들고, 건강한 책이 올바른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지요.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살찌우는 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말(글)과 쌀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구체화한 것이 곧 ‘출판’과 ‘농사’이고, 이 두 행위를 건강하게 영위해 갈 도시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진실한 농부의 마음으로 말을 짓고 쌀을 짓는 마을, 그 말과 쌀을 제대로 받드는 도시, 그렇게 지은 건강한 말과 쌀로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가는 공동체가 3단계의 기본원리입니다.”

우리나라 출판산업의 메카 파주출판도시의 이사장으로서 한국 출판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바람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우리의 오랜 역사 속에 농사가 있지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쌀은 우리의 육체를 살찌울 뿐 아니라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해주었고, 말은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었습니다. 인간이 지어낸 가장 원초적인 창조물인 쌀과 말은 결국 인간을 ‘인간다운 인간’이 되도록 해주었습니다. 사람은 쌀과 말을 만들고, 쌀과 말은 사람을 만든 것입니다. 쌀과 말은 쌀을 짓는 ‘쌀농사’와 말을 짓는 ‘책농사(출판)’로 구체화했으며, 초심으로 돌아가 이 두가지를 진실되게 구현하는 곳을 ‘책농장의 도시’라는 개념으로 정립했습니다.

농사를 농사답게 해야 합니다. 소농사도 닭농사도 마찬가지예요. 소는 소답게, 닭은 닭답게 길러야 합니다. 책농사도 마찬가지지요. 사람농사를 잘하려면 책농사를 잘해야 합니다. 출판도시는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사람농사, 책농사에서 희망을 봅니다.”

글·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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