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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학교와 교사 중심의 해결구조 만들자




이번 학교폭력 종합대책은 2010년 ‘학교폭력 예방·대책 5개년계획’ 이후 2년 만에 나온 ‘종합대책’이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교육)당국이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나섰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가 학교폭력으로 얼룩져 있는데도, 일부 학교 관리자들은 학내폭력이 발생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학생이 말해봐야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학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실효성이 있을까? 나름대로 원인 진단에 따른 대응적 대책으로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종합대책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격리와 배제의 논리로만 접근하고 학교폭력 해결과정에서 교사들을 배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교폭력 해소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학교와 교사가 쥐고 있다.




정부는 왜 교사들이 담임 맡기를 꺼리는지, 학교폭력에 무력한지 사려 깊게 헤아렸어야 했다. 학교폭력의 34퍼센트가 학교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정부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학교 또는 교사를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시스템화해야 한다.

우선 교사에게 1차 조사권과 학부모 면담권을 주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예방에는 책임을 강조할 수 있어도 사건에 책임을 지우진 말아야 한다.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는 것을 권장해야 한다.

해결된다는 믿음이 생기면 피해 학생들이 입을 열기 때문이다.

교사의 역할을 강조하며 책임과 부담만 늘리는 것이 해결책일 수 없다. 교사가 학생들을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잡무를 줄인다거나 교사의 생활지도 전문성을 함양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아울러 학교와 교사의 권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학교 내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채 해결 주체를 외부기관으로 대체하는 것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교사에게 신고 의무만 부여하고 있는 현행 법률을 개정해 교사의 권한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학생들과 일상적으로 대면하며 교육하는 교사들이 주체로 나서고 외부 전문가들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옳다.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복수담임제나 학생·학부모 상담 의무화 등 담임교사 책임 강화대책도 실효성에서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가해학생 처벌을 강화할 뿐 이들에 대한 정신건강적인 치료·교육 프로그램과 학교 복귀방안이 빠진 것도 문제이다.


정부는 상반기 중에 전국의 모든 학교가 학생·학부모가 동의하는 학교생활규칙을 새로 제정하고 학부모의 동의서를 받도록 할 방침이지만, 학교공동체를 복원하는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

학교폭력을 포함하여 학교의 문제는 1차적으로 학교에서(부터) 해결해야 한다. 차별과 배제의 논리가 아니라 학교공동체의 자치와 자율, 인정과 지지, 협동과 연대, 공감과 소통, 포용의 문화 속에서 본질적으로 예방해야 한다. 그러자면 학교자치구조를 제도화하고 인권을 존중해주는 (나그네 옷 벗기기처럼) ‘햇볕’의 원리가 중요하다. 당연히 학생인권정책적 접근이 따라주어야 한다.

학교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는 그저 학생들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수준에서 해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해결책에 앞서 ‘학생 이해’이다. 모름지기 교육행위는 학습자를 학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법. 학생들의 ‘관계 집합체’인 집단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 또래들에게 비웃음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혼자 있다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절대 부모의 개입을 바라지 않는다. 또래집단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그래도 그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복합심리를 부모들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또래집단을 이해하면 분노나 증오가 아닌 정책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다.

또다시 정책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 대책으로서 입시위주 교육과 경쟁(교육)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진정으로 인성교육이 가능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양을 가꾸어나가야 한다. 예컨대 체육시간을 많게는 50퍼센트 늘리라고 했지만, 입시과목인 국·영·수 수업시수를 20퍼센트나 늘릴 수 있는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은 그대로다.


군대 안에서 발생하는 가혹행위는 성장기의 경험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군의 인권침해적인 문화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만들어졌겠지만, 이를 계속 유지시키는 것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현실이다.

입시경쟁이 구조화되어 있는 현재의 교육현실에서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너도 성공해서 강자가 되라’는 것뿐. 부모들이 ‘내 자식만 왕따가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 한 학교폭력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 세대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니 참아라’라고 하는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 개인의 인내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공감과 분노가 필요하다.

학교폭력 대책은 성적과 경쟁 중심의 학교문화를 혁신하지 못하고는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안 된다. 억압된 학생들의 탈출구가 안으로 향하면 자살, 밖으로 향하면 폭력으로 나타난다. 탈락자를 구조적으로 양산하는 경쟁체제 자체가 공격적·폭력적이고 입시교육 자체가 인성교육의 파괴자이다.

이 입시교육과 경쟁체제의 틀을 깨지 못하는 한 어떤 대책도 원초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사회는 패자부활이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그 기회가 제도화되지 못한 실정이 아닌가?

국가의 책무성 차원에서 좀더 근본적인 성찰과 그에 바탕을 둔 실효성 있는 실질적 정책이 필요하다.

글·엄기형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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