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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매 학기 초 활개치던 일진들 위축




“아직 학기 초라 학교폭력이 크게 줄었다는 게 느껴지진 않지만, 새 학기에 입학생들이 들어오면 으레 시작되는 선배들의 동아리 가입 강요 같은 것도 많이 없어진 것 같고요. 소위 ‘일진’에 대한 관심도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올해 인천시 계양구 K여고에 입학한 박진아(가명·17)양의 말이다. 박양은 “새 학기 분위기가 예년에 비해 어떠냐”는 질문에 짤막한 답변을 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듯 가명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학생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큰 변화를 못 느끼겠다”는 게 대다수 학생들의 반응이다. 다만 “학교폭력 관련 교육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선생님들이 지난 학기보다 학생들에게 좀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새봄의 시작과 함께 학교 앞 정문에는 ‘당신은 참 소중합니다’ ‘안전한 학교 함께 만들어가요’와 같은 학교폭력 근절 캠페인 관련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다.

“플래카드도 예전처럼 단호한 문구보다는 학생 스스로의 정화를 유도하는 순화된 표현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게 서울시교육청 책임교무과 송형호(면목고등학교) 교사의 말이다.

‘교실매니페스토 운동’, ‘그린마일리지’ 등을 통해 지난해 생활지도으뜸 학교로 지정됐던 부산광역시 토현중학교에서는 지난 3월 13일 이성한 부산경찰청장을 초청해 학교폭력 예방교실 특강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이 경찰청장에게 학교폭력의 사례별 소개와 자살 예방교육을 받았다.

이날 특강에 참여한 토현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대체로 “현직경찰청장님이 직접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해 이해가 쉽고 신선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새 학기가 예년과 다른 점은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민·관 합동하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각 학교에는 전담경찰이 배치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직접 예방교육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마다 학생들이 안전하고 건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관내 경찰서와 학교폭력 방지 업무협약을 맺는 곳들도 늘고 있다.



전담 경찰이 학교 안팎을 돌며 학교폭력을 예방하면서 새 학기 분위기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일진’들은 누가 봐도 ‘일진’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새 학기에 더욱 활개를 쳤는데 올해는 분위기상 일진들도 다소 위축된 것 같다”는 게 서울 H고등학교 김정민(가명·18)군의 말이다.

복수담임제 실시도 이번 새 학기의 특징이다. 복수담임제란 전체적인 학급관리를 맡는 담임과 학교폭력 등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또 다른 담임이 함께 학급관리를 하는 것이다.

3월 8일 서울시교육청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복수담임제 운영규모 및 실태 현황’ 자료에 따르면 3월 5일 현재 서울시내 중학교 3백51곳 중 80.3퍼센트에 해당하는 2백82곳이 복수담임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각 지자체나 시·도교육청, 학교별로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5백55개 국·공립초등학교에 학교보안관 1천1백10명을 배치했다. 지난해 배치했던 학교보안관 93퍼센트를 재고용해 순찰활동의 일관성을 유지하게 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지난해부터 ‘학교장 통고제’를 실시해 오고 있다. 학교장 통고제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장이 가해학생 계도 후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법원 소년부에 이 사실을 알려 소년보호재판을 받게 하는 제도다.

경기도교육청 측은 ‘학교장 통고제’를 통해 가해학생에 대해 수사기록을 남기지 않으면서 좀더 효과적으로 훈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가해학생들의 중도 탈락을 막기 위해 대안교실인 ‘꿈키움교실’을 설치하기로 했다. 울산 울주군 경의고는 교장이 직접 문제가 되는 학생들의 자율학습을 맡는다. 이른바 ‘초록교실’에서는 교장이 학생들과 함께 영화와 연극을 관람하고 지역축제에 참가하면서 인성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자치법정을 여는 곳도 있다. 부산 토현중학교는 지난해부터 학기별로 ‘토현학생자치법정’을 개최해오고 있다. ‘토현학생자치법정’은 생활지도 관련 벌점이 많은 학생이 ‘피고’가 돼서 재판을 받는 식이다.

판사, 검사, 배심원도 모두 학생들로 구성된다. 피고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데 “벌점이 많은 피고일수록 변호사 선임이 쉽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한다”는 게 한기표 교감의 설명이다.

한 교감은 “지난해 자치법정 운영 결과 학생들 사이에 자정 효과가 있었다”면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른 매뉴얼을 개발하고 이에 따라 올해도 학기별로 자치법정을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 백신고 역시 규칙을 위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치법정을 열어오고 있다.

글·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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