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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기상 강국’을 향한 시스템 개선에 공헌




2008년 여름 기상청은 큰 위기에 직면했다. 6주 연속 주말예보가 틀리는 대형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비난전화가 기상청에 쇄도했고 언론은 연일 기상청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그때가 기상청 개청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정부는 “기상청에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으며 어떻게 하면 달라질까?” 하는 고민을 했다. 정부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그 이상의 문제를 외국인 전문가에게 맡겨보자고 결론을 내리고 외국인을 고위공무원으로 영입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켄 크로포드 기상선진화추진단장은 우리 정부가 전 세계를 뒤져 최적임자로 영입한 인물이다. 크로포드 단장은 미국 기상청에서 약 28년간 근무하고 오클라호마대학 교수로 18년을 근무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2월 16일 기상청을 찾았다. 켄 크로포드 단장과 인터뷰 약속이 있어 왔다고 하자 직원들은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크로포드 단장이 신망을 얻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는 직원들 사이에 신망이 두텁다고 한다. 진지하면서도 유머감각이 있고,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강하다는 게 중평이다.

그가 2009년 9월 13일 국회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 국회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열중쉬어’ 자세를 취한 것도 화제가 됐다.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 사례를 언급하면서 크로포드 단장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크로포드 단장 영입 당시 기상청 국제협력팀장을 맡고 있던 남재철 부산지방기상청장은 “크로포드 단장님은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근면 성실하다. 인정이 넘치는 인간적인 면을 지닌 서양인이면서도 동양적인 분”이라고 말했다.

크로포드 단장은 일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그는 지난 2010년 8월 19일 가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국인의 근면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인처럼 열심히 일하는 국민은 처음이에요. 따라서 저도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고위직이지만 계악직 공무원이다. 그의 계약기간은 2009년 8월 20일부터 2012년 5월 31일까지다. 2년 9개월 남짓한 기간인데 그는 미국 대학교수직을 사직하고 한국에 왔다.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지만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그는 일도 잘한다. 그는 기상서비스와 기상예보시스템 선진화를 위해 기상청에 영입됐다. 처음 60일 동안은 한국 기상청이 세계 선진 기상기관이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10가지 사안을 분석했고, 이를 기상선진화추진단과 함께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종합적 선진훈련과 선진 워크스테이션(예보 컴퓨터 시스템)의 부재 및 비효율적인 소통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와 동료들은 2020년까지 내다보고 효율적 로드맵을 준비했습니다.”

부임 후 최우선 순위를 둔 것은 기상청과 국토해양부, 공군이 각각 운영하던 기상레이더의 통합 운영이다. 추진단은 지난 2010년 4월 기상레이더센터를 신설했고, 공군 및 국토해양부와 ‘기상·강우레이더 공동 활용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가 제안한 국가기후자료센터는 올해 설립된다. 센터는 한국의 기상과 물 관련 자료를 수집·보존하고 자료의 품질을 보증하는 일종의 기록보관소다. 그는 “선진국 가운데 기후 관련 기록보관소가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한국의 국가기후자료센터는 미국의 국가기후자료센터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상예보의 수준을 선진국과 비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3~7일 예보는 선진국 예보와 동등한 수준”이라며 “정확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급격히 발생하는 재해기상 예보(1일 예보)와 같은 초단기 예보”라고 말했다.


그는 세살 연하의 부인과 장성한 두 자녀와 떨어져 홀로 한국에서 지내고 있다. “아내가 같이 오고 싶어했는데 몸이 약해서 같이 못왔습니다.” 그를 받쳐주고 있는 것은 직무에 대한 책임감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몇 차례 참석했고 발언기회를 얻은 적도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텍사스의 작은 시골마을 출신이 일국의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했으니 큰 영광입니다. 미국 친구들에게 자랑도 많이 했습니다.”

기상청은 그의 영입이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득균 기상청 대변인은 “기상청은 크로포드 단장이 외국인 최초의 한국 공무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고 영입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판단한다”며 “기상선진화추진단장의 계약이 2012년 5월말로 종료되는데 정책 기획 면, 선진기술 접목 등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 기상청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여건(조직의 연장)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로포드 단장에게 한국정부가 계약 연장을 요청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다. 그는 즉각 “예스!”라고 대답했다.

글·박영철 기자 / 사진·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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