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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민간·공직 장점 융합 강한 공무원 ‘양성’




지난해 6월 그해 행정고시를 패스한 3백여 명의 신임사무관들은 한 특전부대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여성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입대한 것은 물론 아니다. 신임사무관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일환이었다. 2010년 취임한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의 아이디어였다. 안보의식과 담력을 함양하기 위한 현장교육이었다고 윤 원장은 설명한다.

“신임사무관 교육과정에 안보교육이 있는데 전방부대를 견학하고 밥 먹고 오는 것이 고작이었어요. 이래서야 제대로 안보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의심이 들더군요. 이왕 할 안보교육이라면 현장에 가서 직접 체험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장교육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산업연수도 크게 달라졌다.

대기업을 방문해 설명을 듣는 방식을 버리고 중소기업 현장으로 신임사무관들을 보냈다. 작업복을 입고 일주일 동안 중소기업 직원들과 함께하며 중소기업의 현실을 몸으로 느끼라는 주문이었다. 개중에는 사정이 열악한 곳도 적지 않았다.


“말로만 공생발전, 동반성장, 중소기업 육성 외쳐서야 체감도 높은 정책이 나오겠습니까. 중소기업을 몸소 체험해보면 좀 다르지 않겠습니까. 반응도 좋았어요. 중소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알 수 있었던 기회라는 거죠.”

윤 원장이 부임한 후 중앙공무원교육원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획기적인 교육과정과 관행을 허무는 교육운영, 시의성 높은 교육 등이 크게 강화됐다. 교육원 안에 올레길을 조성하는가 하면 심리학자문단과 예술 공연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등 ‘감성’을 자극해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다.

그는 민간에서도 손꼽히는 변화·혁신 전문가였다. 경영컨설턴트로서 수많은 직장인과 CEO를 교육하며 축적한 아이디어와 지식, 추진력을 인정받아 교육원장으로 임명됐다. 공무원교육을 공직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혁심의 중심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변화 ‘0순위’는 신임사무관 과정이었다. ‘공무원 사관학교’에 어울리는 제대로 된 장교를 길러내야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현장 중심의 안보교육과 산업연수를 도입하고 선진국 위주의 해외연수 방식도 바꿨다. 신임사무관의 절반을 저개발국에 보내 봉사활동을 시켰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반응은 좋았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발전한 대한민국을 체감할 수 있었다는 소감이 이어졌다.

“토기와 옹기의 차이는 비가 온 후에 알 수 있습니다. 토기는 훼손되지만 옹기는 비가 그친 후 오히려 빛이 나죠. 불가마에 들어갔느냐 아니냐가 그 차이를 만드는 겁니다. 교육은 마치 불가마와 같은 것이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 ‘옹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입니다.”


고위공무원 교육은 내실을 다졌다. 국정현안을 테마로 한 ‘국가전략세미나’를 개설했다. 부처가 다른 실·국장들을 모아놓고 FTA, 공생발전 등 현안에 대한 핵심 쟁점을 강의하고 토론을 벌였다. 리더들이 먼저 정책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현직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들이 강사로 참여했다.

“부처가 다른 실·국장들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부처 간 장벽도 허물어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여러 부처가 얽혀 있는 현안들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는 장이 마련된 셈이죠. 만족도가 95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반응도 좋습니다.”

고위공무원뿐만 아니라 6급 이하의 현장공무원에 대한 교육도 본격화했다. 10개 부처에서 1백명을 대상으로 1박2일 동안 진행되는 ‘현장공직자 CS 워크숍’이 그것이다. 국민을 직접 접하는 현장공무원들의 ‘고객만족교육’이었다. 현장공무원으로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장·차관을 초빙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했다.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인상은 현장공무원에 의해 결정되는 측면이 큽니다. 민간기업들이 고객만족교육을 크게 강화하는 데 비해 공무원 사회는 이 교육이 미약해 정책소통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대한민국 현장공무원이다’를 슬로건으로 삼았는데 실제로 현장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을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최근 교육원에 대한 만족도는 윤 원장이 오기 전에 비해 10퍼센트포인트가량 상승했다. 획기적인 교육과정 외에도 강사의 질을 높인 것도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최고의 교육을 위해 최고의 강사를 섭외하고 있다고 윤 원장은 강조한다. 이를 위해 삼고초려가 아닌 ‘십삼고초려’를 교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자신이라도 강사 섭외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공무원교육원장협의회도 구성했다. 각 부처별로 제각각 활동하던 교육원들의 연계를 강화해 공무원교육시스템을 한 차원 높이자는 구상이었다. 교재의 공동개발 및 활용, 상호 벤치마킹 등을 통해 국정과제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전파할 계획이다. 공정사회나 FTA와 관련한 동영상을 함께 제작해 공동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돌아보면 보람 있는 시간이 분명하지만 교육원장 자리를 제안 받았을 당시엔 고민이 많았다고 윤 원장은 회고한다. 현직 대학총장으로서 성과를 내고 있는 시점이어서 결정하기가 더욱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민간의 장점과 공직사회의 장점을 ‘융복합’해 공무원 교육의 질을 높여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교육원의 전략목표가 ‘더 크게, 더 빠르게, 더 공정하게’입니다. 부처의 이익을 넘어 국가적인 시각으로 더 크게 보고, 세상의 변화에 좀 더 빠르게 대응하고, 보다 윤리적이고 공익적인 공무원을 양성하자는 것입니다. 공무원이 반박자 빨라지면 기업이 살아나고 국민이 행복해질 것입니다.”

글·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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