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전통시장이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말끔한 복합 문화관광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단순한 쇼핑 공간, 먹거리 타운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삶과 품격 있는 문화 공간(명품전통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일부 전통시장은 지역명소로 떠올랐고 쇼핑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한 번쯤 들르는 관광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전통시장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변화 바람이 거세다. ‘전통시장’의 옛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상인들의 의지가 예사롭지 않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으로 몰려간 고객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는 전통시장도 변해야 한다는 당면 과제 때문이다. 손님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는 인식이 크다.
이런 변화 바람에 힘입어 틈새시장 개발은 물론 지역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마당을 창출해 내고 대형 유통점에서 볼 수 없는 인간미 넘치는 장터로 전통시장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보고 느끼면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이벤트 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 바람은 전통시장이 지역상인의 생활터전이자 고객과 함께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상인들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과 함께 축제의 마당 연출
실제 경제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을 하나의 문화 공간, 나아가 관광 명소 등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유통학회 임채운(서강대 교수)회장은 “일본, 태국 등 외국 전통시장은 관광객이 한 번쯤 방문하는 여행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라며 “정부의 끊임없는 투자와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보통 각 나라의 전통시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지역 특산품과 문화가 존재한다”며 “전통시장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지역 고유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설 개선은 물론 다양한 인프라 구축 등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상인조직이 함께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고객 참여를 유도하는 이색행사가 전국에서 열리고 있다. 실제 최근 서울 지역 일부 전통시장에는 장터문화가 재현되고 있다. 또 울산의 김치축제를 비롯해 전주의 아줌마 패션쇼, 김천의 양념축제, 부산의 자갈치축제 등 전국 곳곳 전통시장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통시장 변신의 키워드는 ‘시설 현대화’ 등 하드웨어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엔 ‘복합·문화공간화’ 등 소프트웨어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화시장 활성화라는 새로운 희망을 쏘아올리고 있는 것. 전통시장의 거듭나기는 무엇보다 ‘안에서부터 변해야 한다’는 상인들의 의식 전환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변화 모습은 서울의 명소로 꼽히는 을지로 동화시장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동화시장은 낡은 외관을 벗어버리고 시장이 가진 정겹고 즐거운 느낌을 전달해 주기 위해 상인들과 젊은 예술가들이 손을 잡은 경우다.
동화시장에서 주로 다루는 물품이 단추, 지퍼 등 의류 부자재인 점에 착안해 시멘트만 있어 삭막했던 시장 옥상을 지퍼가 열린 모양으로 장식하고 그 갈라진 사이로 녹색 잔디가 펼쳐졌다. 바닥에는 화려한 옷감을 이용한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단추모양의 의자를 놓아 손님과 상인들의 쉼터로 바뀌었다.

그림과 이색 의자로 예술공간 변신
특히 동화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예전의 칙칙했던 방화문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방화문에는 익살스러운 포즈의 경비원 그림이 손님을 맞이한다. 또 지퍼를 열어 젖히며 손님을 맞아들이는 듯한 포즈의 상인 아주머니 그림도 동화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모든 것 들이 고객에 대한 배려이자 변화의 모습이다.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던 전통시장이 예술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전통시장 브랜드 ‘남대문시장’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정서가 묻어나고 있어 외국인들이 한 번쯤 다녀갈 정도다. 40년 넘게 서울의 한복판을 지키며 나라 경제발전의 영광과 고난을 지켜봤던 남대문시장은 하루 35만~40만명의 고객이 오가는 국내 최대의 종합 전통시장이다.
남대문시장은 전통과 새로운 쇼핑문화를 간직한 시장으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공연을 비롯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체험행사 등 새로운 쇼핑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남대문시장에 외국 손님들의 발길은 예전보다 더 잦아졌다. 남대문시장의 거취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시장 내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관광협회 관계자는 “요즘엔 의류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가게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백승학 남대문시장주식회사 기획부장은 “전통시장도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지만 최근 테마형 이벤트를 벌이면서 매출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백 부장은 “남대문시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종합시장의 기능을 갖춘 전통시장”이라면서 “앞으로 택배사업과 연계하여 새로운 쇼핑문화를 만들고 대형 할인마트와 대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게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테마형 이벤트 매출 증가로 이어져
부산의 명소인 자갈치시장은 문화의 향기가 가득하다. 자갈치 갤러리,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이 펼쳐지는 수변공원, 청산에식품 기업홍보전시관, 자갈치의 유래와 사료들을 담은 자갈치 역사관 등 자갈치시장의 참신한 문화 접목 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전통시장은 단순한 상거래 공간이 아닌, 우리 생활 깊이 자리 잡은 문화의 공간이자 만남의 장소라는 데 착안, 이 같은 변화를 모색하게 됐다. 적극적인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 끌어보려는 노력으로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자갈치시장 관계자는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어 먹을거리, 볼거리, 살거리를 두루 갖춘 종합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면서 “이를 위해 시설 개선사업은 물론 다양한 볼거리 만들기에 큰 관심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전북 전주의 남부시장에 가면 ‘하늘 정원’이 있다. 전주 청소년문화예술교육단이 진행하는 청소년 여름캠프 ‘하늘 정원 만들기’ 사업으로 일궈낸 것으로 남부시장의 상가 옥상을 쉼터이자 문화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단순히 시장 기능에 집중할 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공간이 ‘깜짝 변신’을 한 것이다.
수원 지동시장은 전통시장 최초로 콜센터와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10명 이상의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이용할 경우, 차량까지 지원해 줘 시장접근의 편리성까지 더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도깨비시장은 전국 최초로 추석과 설날 등 명절을 전후해 정기 할인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 한 달에 한 번 실시하는 산지 구매품목 대할인행사로 고객의 발길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골목시장은 주부팔씨름대회, 주부노래자랑, 비보이공연 등 지역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해 친밀감을 높이는 쪽으로 접근했다.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송화시장 조덕준 조합장은 “쾌적한 환경변화는 고객뿐만 아니라 시장상인들에게도 많은 변화를 안겨주었다”면서 “볼거리와 먹을거리, 나아가 즐길 거리를 함께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외국인들 관광명소 첫손 꼽아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그동안 전통시장은 생동감과 활력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었다. 가끔 활력이 지나쳐 무질서하고, 엉망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통시장에는 면면히 이어오는 생명력과 원칙들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활이 힘들거나 고달플 때 전통시장을 찾아와 삶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되찾곤 했다. 흥미로운 것은 외국인들이 우리의 전통시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0년 외국인이 선정한 서울의 명소 1위로 중부시장이, 2위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이 뽑혔다. 뿐만 아니라 서울 명소 10위 안에 전통시장이 무려 5개나 포함됐다. 이러한 결과는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볼거리를 제공하고 또 그 자체가 바로 즐길 거리라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최근 한류 열풍으로 외국 관광객들이 관광지뿐 아니라 서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전통시장을 찾는 모습도 흔한 광경이 됐다. 상인들은 당황하지 않고 친절하게 외국인들을 안내하고 있다. 물론 곤혹스러운 일이 생길 경우 시장 내 설치되어 있는 종합관광안내소에 대기 중인 관광가이드가 외국인 및 시장 방문객들의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해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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