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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이제 눈치 보지 않고 출산휴가를 쓸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우리은행 지점 창구에서 근무하는 ㄱ(30)씨는 출산을 앞두고도 마음이 편안하다. 출산휴가든 출산휴직이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ㄱ씨는 지난 3월 동료들과 함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원으로 전환됐다. 기존 정규직과 똑같은 복지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종전에도 110일의 출산휴가가 있었지만 1년마다 재계약하는 비정규직 신분이어서 마음 놓고 휴가를 쓸 수 없었다. 2년 동안의 출산휴직은 생각조차 못했다. 비정규직에게 장기간의 출산휴직은 곧 사직이었다.
ㄱ씨는 “직원들 분위기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고객들에게도 더 친절히 응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행원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지 않고 58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 급여 상승과 함께 휴가, 건강검진, 자녀 학자금, 의료 보조금, 경조비, 주택생활자금 대출 등 모든 분야에서 정규직과 똑같은 복지혜택을 누리게 된다.

역시 지점 창구에서 일하는 ㄴ(29)씨는 그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보이지 않는 벽이 사라져 분위가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에 근무하는 ㄷ(32)씨는 “고용안정의 효과가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약  때마다 마음에 부담이 되고 ‘사람이 혹시 실수도 할 수 있는데’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회사의 발표를 듣고 “계속 근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전보다  훨씬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에도 특별한 차별대우는 없었다”고 말하는 ㄷ씨는 “임금이 20% 정도 오르고 가족 의료비 지원 등 혜택도 생긴다. 집안에 무슨 일이 있거나 할 때 마음 편히 쉴 수 있어 생활도 안정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은 직원들의 긍정적 자세변화가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고용안정과 복리혜택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업무 성과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은행 지점의 한 간부는 “정규직 전환이후 행원들의 조직에 대한 기본적 충성도가 높아지고 전보다 훨씬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은행에 정규직으로 입사하기 어려운데 계약직으로 일하다 정규직이 되니 큰 혜택이라고 생각하고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들을 대하는 태도나 금융상품 판매 등에서 과거와 확연히 차이가 날만큼 적극적”이라면서 “아직 평가하기 이르지만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 즉 실적 증가에 분명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세계 관계자도 “임금, 퇴직금 및 복리후생 개선에 연간 150억 원 정도 비용이 증가하지만 직원들의 사기와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많이 올라감은 물론이고, 고객을 직접 대하는 사원들이다보니 고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 등이 선순환되는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저 좋고 기쁘다고들 한다. 부산 사람들이 원래 말을 길게 하지 않아서…. 특히 법 때문에 직무분리를 통한 정규직화에 이어 구조조정이 닥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완전한 정규직이 돼 모든 걱정이 사라져 힘이 난다고 말한다.”
지난 26일 비정규직 606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한 부산은행의 김동욱 노조위원장은 현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부산은행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축하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부럽기만 할 따름입니다. 다른 은행들도 빨리 되면 좋으련만. 멋진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부산은행은 창구 직원 및 전산 전문직원 606명을 완전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노조는 ‘기존 정규직 직원의 임금 동결’이라는 양보를, 은행 측은 ‘정규직 전환 전격 수용’의 결단을 서로 이끌어냈다.
이장호 부산은행장도 “기존 정규직의 임금동결이라는 양보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됐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이번 전환으로 영업력과 생산성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민간 대기업들이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금융권에서 우리은행이 일찌감치 비정규직 행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앞장섰다. 이어 6월 현대자동차, 신세계 등에 이어 기아자동차, 삼성테스코 등 대기업들의 가세가 잇따르고 있다.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돼도 당장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임금 등 여러 분야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를 금지하는 조항의 적용은 피할 수 없다.
이들 대기업들은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에 대비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기업의 이미지도 높일 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다. 동종업계 움직임을 주시하는 다른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어 대기업들의 참여가 확산될 전망이다.
  

3월 비정규직 3076명 모두 정규직 전환
우리은행은 가장 먼저 올 3월 비정규직 행원 3076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노사협의를 통해 정규직 행원의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하고 비정규직 철폐에 합의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시험 등 평가를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왔으나 시험 없이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화한 것은 획기적인 조치다.

비정규직들은 대부분 영업점에서 창구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고용불안을 겪어왔다.
우리은행은 이들의 복리후생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하고 급여는 직군별로 차등 적용한 뒤 순차적으로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 13일에는 하나은행이 141명의 창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창구업무 비정규직을 2005년 1000여명에서 현재 290여 명 수준으로 줄였다.


제조업 최초 다른 기업에 큰 영향 미칠듯 
현대자동차는 지난 19일 금융권을 제외한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361명의 사무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현대차는 노조가 사무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안건을 노사협의회에 상정함에 따라 수차례 협상을 갖고 노사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앞으로 다른 비정규직 분야를 정규직화하는 문제도 노사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노조측은 “다른 회사와 달리 완전한 정규직으로의 전환이라는 점이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정규직이 되면 임금과 복리후생, 고용안정 등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임금은 1인당 300만~400만원(상여금 포함) 정도 오른다. 연간 15억~20억 원의 추가부담이 생기지만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솔선한다’는 이미지로 위상을 높이고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미루더라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도 노사협의를 통해 사무계약직 109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5000여 명 최대 규모… 유통업계 파장
백화점과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는 19일 계산대 직원 등 약 5000여 명의 비정규직 직원 전원을 오는 8월 1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직원의 40%나 되는 규모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으로 1인당 평균 20%씩 임금이 오르는 등 급여, 상여금, 성과급, 복리후생, 근로시간 등에서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게 된다. 신세계는 연간 150여억 원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세계 구학서 부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결정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개정된 비정규직 보호법 차원을 넘어서 윤리, 사원만족의 경영이념에 따라 처우를 법적 기준이상으로 개선토록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정상을 다투는 기업답게 먼저 나서 기업이미지를 높이겠다는 자신감이 드러나는 표현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과 다른 업무에 종사하고 있어 차별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으나 불확실성도 없애고 기업이미지도 높이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는 7월 1일부터 근무기간이 2년을 넘은 비정규직 2600명 전원에 대해 기존 정규직과는 별도 직군에 속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한다고 밝혔다.


선제대응과 차별시정제도 고려한 움직임
정형우 노동부 비정규직대책팀장은  “신세계, 현대자동차, 하나은행, 부산은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나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차별시정제도 정착과 함께 긍정적인 사례를 알리는 등 정규직 전환을 적극 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7월 1일 비정규직 보호법이 전면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던 비정규직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임금과 근로시간, 경조사비 등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는 ‘차별금지와 시정’을 규정한 법이 어떻게 운영될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1년 360여만 명에서 2007년 3월 현재 577만3000명으로 늘어났다. 임금근로자 1573만1000명 가운데 36.7%로 3명 중 1명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됐다.  

정부가 2001년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논의를 시작한 이래 2006년 11월 비정규직보호법이 제정됐다. 법안의 핵심은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하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 금지와 시정을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산업계의 현실을 감안, 차별대우금지와 시정관련 규정은 사업체 규모에 따라 단계별로 적용한다.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은 올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고 일년 단위로 100~299인 사업장, 100인 미만 사업장 등 단계적으로 시행이 늦춰진다.

노동부는 지난 3일 차별시정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차별처우 금지 영역, 차별시정 절차 등을 소개한 ‘차별시정안내서’를 발간했다.
안내서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이 규율하는 근로조건인 임금, 근로시간, 휴일·휴가(연차유급휴가, 산전·산후휴가 등), 안전·보건, 재해보상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차별처우가 금지된다.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 상의 근로조건에 따라 사용자가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각종 상여금과 교통비, 가족수당, 자녀학자금, 경조사비 등도 차별 지급할 수 없다.

차별판단 비교대상은 같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자이며 차별처우를 받았다고 판단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차별처우가 발생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해야 한다.
차별시정 신청은 비정규직 근로자 본인이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하며 차별 유무는 사업주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노동위원회는 차별처우가 있었다고 판정할 경우 사용자에게 차별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적절한 금전보상 등 시정명령을 내리며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최고 1억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국립대학,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면서 근속기간이 지난 5월 31일 현재 2년 이상인 기간제(계약직) 근로자 7만1861명이 10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전환대상자는 공공기관 전체 비정규직 20만6742명 중 34.8%에 이른다.
또 청소·경비 등 외주업무 근로자들의 임금이 불합리하게 낮지 않도록 외주업체 입찰제도 등을 개선하고 현재 외주를 주는 18개 업무(354명)는 공공기관이 직접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무기계약 전환, 외주화 개선 및 차별시정 계획’을 담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9월 말까지 1만714개 공공기관의 7만1861명이 정규직으로 바뀐다. 각 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인원(11만2582명)의 63.8%, 근무기간이 2년 이상인 근로자 9만4122명 중 76.3%에 해당한다. 

그러나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2년 이상 근무한 경우에도 일시·간헐적 업무(39.4%), 고령자(20.7%),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9.4%) 등의 사유에 해당하는 2만2261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정규직으로 바뀌는 주요 직종은 학교 식당종사자가 44.4%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행정사무보조원(10.3%), 교무·과학실험 보조원(9.2%) 등이다.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의 전환율이 낮은 이유는 6월까지 4만4562명의 정규직 전환이 이미 이루어져 요구인원이 적었기 때문이다.  
정규직으로 바뀌면 학교를 포함한 행정기관에서는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다.
정부는 이번 전환조치로 올해 151억 원, 내년 1306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공공기관은 오는 9월 30일까지 직급·임금체계 설계, 인사관리규정 마련, 전환대상자 확정 등 전환절차를 완료하고 10월 말까지 정규직 전환실적을 추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나 근속기간이 2년 미만이어서 전환대상에서 제외된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업의 종료·폐지 등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계약을 종료하지 않도록 하고 △내년 6월 2차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

또 각 기관은 이의제기절차(고충처리담당자)를 운영해 미전환자의 이의제기가 합리적으로 판단되면 추진위원회 보고를 거쳐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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