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정부의 교육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교육의 중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부 강화, 방과후 학교, 사이버 가정학습 등 대입제도 개선과 교육 기회 균등에 관한 각종 정책들이 실행에 들어갔다. 특히 방과후 학교는 월 6만 원 이상의 사교육비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육 정상화에 효과를 발휘하는 정책들을 살펴보자.
사교육비에 대한 고충은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누구나 공통된 화두다. 유난히 교육 열기가 높은 국민성 때문이다. 높은 교육열은 긍정적인 면도 많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사교육은 지난 1980년 아예 금지시켰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조금씩 허용하기 시작해 2000년에는 다시 전면 허용됐다. 사교육이 확대되자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커졌고, 이는 다시 사교육 시장을 더욱 키우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참여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전담팀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단순히 사교육을 없애자는 차원이 아니라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공교육 활성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입시제도 개선, 둘째는 교육복지정책을 강화하는 것.
사교육 시장이 커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류대학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대학의 서열화와 함께 학생 선발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 전형방법의 다양화와 전문화에 초점을 맞춘 방안들이 제시됐다.
우선 평소 학교생활을 반영하는 학생부에 비중을 두어 수능 성적보다 학교 교육의 과정과 결과를 더 중시하게 했다. 2008년도 대입제도의 경우 학생부 비중을 높이고 수능과 논술 등 대학별 고사는 보완자료로 활용하게 했다. 또한 학생부는 예전의 그것이 아니다. 새로이 학생부의 교과성적 표기방식을 바꾼 것은 전적으로 성적 부풀리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그간 일선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과 실제 운영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해 학업성적의 엄정관리에 주력해 왔다고 밝혔다. 그 결과는 최근 전국 24개 대학 입학처장 공동입장 발표문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발표문 골자는 학생부를 50% 이상 반영하는 대신 논술고사를 최소한 반영하고, 대학입학생을 다양한 전형을 통해 선발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형방법을 다양화해 각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학교별 특성화를 유도했다. 그 결과 수능 성적 외에도 농어촌학생 특별전형과 학교장 추천자 전형, 그리고 문학이나 봉사활동 특기자 등 다양한 전형방법이 등장했다.
교육기회 확대로 양극화 해소
지역간, 계층간 교육 격차는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교육을 통해서 계층간 이동을 활발하게 만드는 것이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해법이다.
우리나라의 공교육 효율성은 높다. 공교육비만으로 평가한 교육투자의 효율성은 일본에 이어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가운데 2위다. 그럼에도 사교육비 비중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아 그 효과를 무색하게 했다.
정부는 교육기회 부여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을 실행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결과를 보여준 것이 방과후 학교 교육 프로그램. 학교 밖 과외 수요를 학교 안으로 흡수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공교육의 효과 곳곳에서 나타나
실제 지난해 98.7%의 학교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효과는 컸다. 280개 시범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로 인한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1인당 월평균 6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EBS수능방송 역시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2006년 2월 EBS가 실시한 2006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1%가 EBS 수능방송의 도움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사교육비 절감 비용은 한 달 평균 28만2000원(대도시 기준) 정도로 조사됐다. 특히 2007년도 수능문제와 EBS 강의가 80% 가까운 연계성을 보여 수험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됐다.
자신의 수준에 맞춰 학교 수업을 보충할 수 있는 인터넷 기반의 무료학습 서비스 사이버 가정학습과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대학생 멘토링제도 역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정부보증학자금 대출제도는 2005년 8월 처음 도입된 이래 모두 70만 명에게 대출됐다.
올 1월 10일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초등영어교육 10년 효과분석 내용을 발표했다. 결과는 초등영어를 배운 2006년의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영어 성적이 초등영어를 배우지 않은 2003년도의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의 영어 성적에 비해 평균 45점이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시생들은 초등영어가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답변해 공교육 효과에 긍정적인 힘을 실어주었다.
우리나라의 e러닝 수준은 세계 1위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제1회 ‘유네스코-바레인 국왕 교육정보화상’ 수상이 그 예. 특히 사이버 가정학습, EBS 수능강의 등 e러닝 서비스는 정부, 입법부, 출연기관, 교육기관, 학부모, 지역사회 간의 공동협력을 통한 혁신적인 국가 교육 모델로 교육 정보격차 해소에 크게 기여한 우수사례로 평가됐다.

가시화하고 있는 제도의 보완 계속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데에는 학계, 정부, 학부모, 교사 모두 공감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방과 후 학교도 좋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장은숙 부회장은 근본적인 대책 가운데 하나로 교육환경 변화를 주장했다. 현재 입시구조와 대학 서열화, 좋은 대학이 미래를 보장한다는 사고 가 변화되지 않는 한 어떤 제도가 나와도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방과후 학교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수 강사 확보와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북인천여중의 공문숙 연구부장은 “만약 방과 후 학교 전담교사가 생긴다면 더욱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지역 교육기관, 또는 단체와 협력하거나 위탁하는 방안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처음 시행된 방과후 학교 바우처제도는 저소득층에게 방과후 무료 수강권을 교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2008년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참여도보다 만족도를 높이는 등 질적 확대에 초점이 맞춰진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달 말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교육 경감에 대한 구체적 계획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참여정부 들어 일관되게 추진돼 온 교육정책은 국민의 적극적 참여와 함께 현재도 진행형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3년도부터 꾸준히 전체예산 대비 17~18%의 예산을 확보하고 제도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내신을 강화하자 편법으로 학교 성적을 높이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제도의 변화만으로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도의 보완과 함께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맞벌이 부부 김상희(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씨는 두 아이를 방과후 학교에 보낸다. 아이들만 집에 둘 수 없어서 학원을 전전했던 때에 비하면 천국이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후 학교는 아이에게 필요한 보충학습이나 피아노, 태권도 등 특기교육까지 책임을 지고 있어 만족스럽다. 김씨는 줄어든 사교육비를 모아 아이들 앞으로 적금을 들었다.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신일고등학교.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독서교육을 중점적으로 진행해 왔다. 꾸준한 독서 교육은 최근 들어 대입 논술에서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신일고등학교의 독서교육은 사교육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지역특성에서 출발했다.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학년별로 단계적 수업을 진행한다. 1학년은 주로 자료를 찾아보거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등 브레인스토밍 단계, 2학년은 수리, 과학 분야의 논술을 주로 연구하는 단계, 3학년이 되면 학생들이 직접 글을 쓰고 교사들이 첨삭, 보완하는 데 주력한다. 각 교과별, 학년별 교사를 선발해 독서지도팀을 운영하며 체계적인 지도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나 올해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학교수업 덕분에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논술은 교과서와 충분한 독서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것이 사교육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신일고등학교의 이호욱 교감은 학교라는 공간은 하루종일 학생과 교사가 마주하기 때문에 언제든 자유롭게 지도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학원식 논술 교육은 한계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여러 선생님이 팀을 이뤄 한 명의 학생을 지도합니다. 그래야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부평공단은 공장이 많다. 최근 공장이 많이 없어지면서 주민생활이 어려워졌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저렴하게 진행하는 강의도 듣기 어려울 정도이다. 2006년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특수과제로 북인천여중이 실시한 것이 바우처제도이다. 바우처제도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무료쿠폰을 발급해 자신이 원하는 학과나 특기 적성 중 선택해 수강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예산은 시교육청이 지원한다.
“1년에 12회 강좌를 하는데 연인원 3000명 정도가 참여했습니다. 수혜자중심의 강좌를 만들기 위해 수요조사 후 과목 중심의 강좌를 많이 열었어요.”
방과후 학교 바우처제도를 이용한 결과 참여한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5.58점 향상되고 스스로 학습하는 자세를 갖는 효과를 봤다. 방과후 학교 운영 후 약 250명의 학생이 학원을 그만둔 것으로 집계돼 방과후 학교가 학원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수강생이 늘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도 강좌를 개설했다.

논산 대건고등학교는 학생들이 과외 한 번 받지 않고서도 매년 98%에 이르는 4년제 대학 진학률을 자랑한다. 지난 2000년 OECD가 인성교육과 지식교육이 조화된 학교로 평가해 국내 최고의 인문고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학교의 영어와 수학 과목은 수준별·단계별 이동식 수업으로 진행된다. 영어과의 경우 기초에서 고급까지 8단계 교재를 만들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다음 단계로 이동한다. 1학년의 경우 스텝1에서 출발해 5주 후 통과시험을 통해 다음 단계로 이동하거나 다시 복습하는 과정을 거친다. 수학은 기초반, 보통 1·2반, 심화반인 4단계로 나누어 자기 수준에 맞는 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듣는다. 수준별 학습이 자신의 능력에 맞추는 것으로 인식돼 학생들도 큰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실력 차이가 큰 학생들을 모아놓고 알아들을 수 없는 수업을 강제로 시키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교사들이 직접 만든 파일에 교과와 관련된 충분한 참고자료 목록을 기재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을 심화해 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외국의 경우 공교육 내실화에 대한 다양한 제도를 실행 중이다. 교육 평준화가 이뤄진 선진국의 경우 공교육의 역할이 크다(그래프 참조). 사교육도 대부분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공교육을 보완하는 수준이다. 학교 안에서 방과후 활동이나 방과후 아동보육은 물론 e-러닝을 위한 교수학습센터를 구축하고 진로지도에도 상당한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공교육 실현을 위해 각 나라마다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지역 사회가 함께 연계하는 특징을 보였다. 프랑스나 영국은 지역교육프로젝트를 통해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다양한 특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진로지도는 평생학습을 실천하고 학생들의 소질과 미래를 고민하는 만큼 각국이 중요하게 다룬다. 공교육기관이 아닌 민간단체에서도 진로상담에 참여해 학생들이 넓은 시각에서 진로를 고민하도록 했다.
대부분의 선진국도 사교육을 시킨다. 부유층에서 별도로 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사회적 양분화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또 다른 점은 선행학습보다는 부족한 과목에 대한 보충의 의미가 강하다. 고학년이 돼도 예체능 교육을 받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다.
미국은 우열반을 나누거나 같은 반이더라도 실력에 따라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학원 과외를 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교과수업도 다양한 단계로 나뉘어 아이들의 능력에 따라 진행된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사교육 열기가 뜨겁다. 대학입시는 물론 중·고등학교도 명문사립은 입시제도가 여전하다. 그러나 비용은 우리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사교육이 공교육의 보완재 역할로 자리매김한 것도 한 특징. 독일은 철저한 토론 중심의 수업으로 선행학습 개념 자체가 없다.
복지시설이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스웨덴은 추가학비 상한제를 두고 정부나 시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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