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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더 낳으세요” 선진국도 올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보건통계 2008’에 따르면, 동아시아의 일부 국가와 동유럽 국가들이 출산율에서 하위권을 차지한 반면, 영국과 프랑스 등 출산장려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친 선진국들은 소폭 늘어났다. 주요 선진국들의 합계 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을 보면 미국 2.1명, 프랑스 2.0명, 영국 1.8명을 기록했다.  한동안 유럽 대표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1968년 혁명 이후 불어닥친 성해방 운동은 프랑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부추겼고, 출산기피 풍조를 심화시켰다. 급기야 1995년 출산율이 1.71명으로까지 떨어지자 국가 존립에 위기감을 느낀 프랑스 정부는 특단의 출산장려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집요하고 연속성 있는 출산장려정책을 펼친 결과 프랑스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10년째 ‘제2의 베이비붐’이 계속되고 있다. 출산율은 2008년 2.02명까지 높아졌다. 프랑스가 ‘마(魔)의 2명 벽’을 깨뜨리자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프랑스가 유럽 출산율 리그에서 아일랜드를 제치고 우승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출산, 육아, 모성보호 등 가족정책에 국내총생산(GDP)의 3.8퍼센트에 해당하는 5백65억유로(약 94조7천3백75억원)를 투자한다. 국방비 지출보다 더 많은 규모다. 정부는 임신기간 동안 모든 의료비와 출산비용을 1백퍼센트 지원한다. 불임부부에겐 소득에 상관없이 시험관 아기 시술(4회)과 인공수정(6회)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신생아에 대해서는 8백63유로(약 1백46만원)를 지원하고, 입양을 하면 1천7백27유로(약 2백93만원)를 일괄 지급한다. 두 자녀 이상을 둔 가정에는 아이가 20세가 될 때까지 매달 1백20유로(약 20만원)~4백30유로(약 73만원)를 지급한다. 매년 9월에는 학용품 구입용 개학수당(2백68유로·약 45만원)이 나온다. 세 자녀 이상 가족에게는 영화 관람이나 음악회 입장료, 공공교통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가족 카드’가 지급된다. 

프랑스는 재정 지원은 물론 여성의 경제활동까지 보장하는 포괄적인 가족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여성이 첫아이를 낳으면 최소 20주, 셋째 아이를 낳으면 최소 40주를 유급휴직할 수 있으며 ‘휴직 후 원직복귀’가 법으로 보장돼 있다. 이 결과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여성고용률과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25~49세 프랑스 여성의 81%가 직장을 갖고 있고 이 중 3분의 2가 자녀 두 명 이상을 키우고 있다.




영국 정부는 산모뿐 아니라 아빠들에게도 3개월의 출산휴가를 주고 있다. 또한 올해 4월 6일부터 여성이 임신만 해도 1백90파운드(약 36만원)의 ‘아기 보너스’를 지급한다. 아기를 낳으면 16세 때까지 첫째 아이는 매주 20파운드(약 3만8천원), 둘째 아이부터는 매주 13.20파운드(약 2만4천원)의 ‘아동수당’(Child Benefit)을 지급받게 된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스웨덴에서는 아동이 8세가 되기까지 부모는 4백80일(1년 4개월)의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출산휴가는 부모가 공동으로 나눠 사용해야 하며, 아빠도 최소 60일 이상 사용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저출산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초등학교 취학 전 교육·보육 무상화 정책을 마련했으며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마쓰시타전기산업에서는 ‘e-work@home’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맞벌이 주부의 경우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근무시간을 조절해가며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불임부부를 위해 1개월~1년까지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차일드 플랜 휴업’ 제도, 미취학 아동의 병 간호나 아이의 학교 행사 참여를 위해 연간 닷새까지 휴가를 낼 수 있는 ‘패밀리 서포트 휴가 제도’를 마련했다.  




냉전시대의 옛 소련 인구는 미국보다 많았다. 하지만 1991년 소련 붕괴 후 러시아는 경제난과 자유로운 생활방식 도입으로 젊은이들의 출산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출산율이 1.3명으로 떨어졌다. 러시아 인구는 1990년 1억4천8백30만명이었으나 현재 1억4천2백90만명으로 줄었다. 반면 미국은 2.1명의 높은 출산율과 몰려드는 이민자 때문에 올해 인구가 3억명을 넘어섰고, 2043년에는 4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50년 러시아 인구는 미국의 4분의 1 내지 5분의 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의 새로운 안보 위협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아니라 인구감소에 따른 소국화(小國化)와 광활한 시베리아 지역의 무인화(無人化)다.

미국은 특별한 출산장려정책이 없지만 아이 탄생을 반기고 축하해주는 ‘베이비샤워’ 문화가 정착돼 있다. 또 낙태금지법이 확고한 주가 많으며, 남편들이 가사 분담과 아이 돌보기에 적극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다. 특히 이민자, 저소득가정, 싱글맘이나 어린 학생 산모 등 ‘소수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눈길을 끈다. 미국의 상당수 대학은 캠퍼스 내에 학부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탁아소와 수유실, 육아실을 설치해 자녀를 둔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푸틴 전 대통령이 2007년 1월 1일부터 ‘국가인구증가 프로그램’을 시행해왔다. 러시아 정부는 육아보조금 확대뿐 아니라 다산 여성에게 훈장을 주는 옛 소련의 전통을 재도입해 훈장과 2천2백달러 상당의 상금을 수여하기로 했다. 또 러시아의 울리야노프스크주는 매월 12일을 ‘임신의 날’로 선포, 이날 하루를 휴무일로 지정하는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다.

글·전승훈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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