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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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미국 상황을 보면 금융기관들의 부실경영으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자동차산업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듯하다. 자동차산업 노조가 임금 삭감, 복지 축소, 고용안정 포기 등 상당한 양보안을 내놓고 있고,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도 강도 높은 자구 계획안을 제시했음에도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추가 자금지원을 거부당했다.
GM의 경우 파산보호신청을 통해 우량자산은 신설법인으로 옮기고, 불량자산만 남은 기존 법인은 청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GM은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가 아닌 거번먼트 모터스(Government Motors)로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미국의 자존심이었고 지금도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한 미국 자동차산업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GM 경영진은 근본적인 혁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제고보다는 대정부 로비 등의 수동적 대응에 치중하는 등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이는 데 실패했다. 더욱이 자동차산업 노조는 강경한 협상을 통해 장기적으로 회사가 감당할 수 없는 후한 조건의 복지혜택을 누려왔다. 경영진과 노조는 그들의 단기적 이익 추구를 조직 전체의 장기적 이익 추구보다 우선해 결과적으로 책임경영이 실종돼버렸다. 이러한 경영진과 노조에 의한 총체적 무책임경영은 GM의 몰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도요타, BMW, 폭스바겐 등 상생적이고 화합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경쟁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어려움을 함께 겪고 있기는 하지만 구조적 경쟁력은 훨씬 높은 수준이다. 우리로서는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몰락을 한국 자동차산업의 호기로만 인식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다른 나라 자동차회사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새로운 노사문화 정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기업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이해관계집단들이 조직 전체의 이익보다 자기 이익을 중시하는 제로섬게임에 치중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좋은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창출해내려면 제로섬게임이 아닌 상생게임으로 게임의 틀을 바꿔야 한다. 특히 노사관계의 틀이 대립적 배분게임에서 상생적 통합게임으로 구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기업들의 미래는 참담해진다.
상생적 게임은 조직 전체의 가치창출이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함께 책임을 다하고 창출된 가치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게임의 룰을 말한다. 그러나 상생적 노사관계가 미래의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도 현실적으로 잘 정착되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에서일까?

상생적 노사관계의 정착을 위해선 무엇보다 상생적 협상을 통해 얻는 이득이 전투적, 배분적 협상을 통해 얻는 이득보다 더 크다는 인식이 확실히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협상의 정의를 자신이 가진 협상무기를 최대한 활용해 상대방에게서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생적 협상은 상대방에게 무조건 협조하고 많이 양보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는 탓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생적 협상의 구체적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상생적 협상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상생적 노사협상의 원칙과 구체적인 방법, 프로세스에 대한 인식을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또한 상생적 협상을 위해서는 협상 과정이 서로의 입장을 교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입장 뒤에 내포된 진정한 이해관심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이러한 상생적 관계는 상호신뢰의 기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상호신뢰는 상대방에 대한 양보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의 진정한 이해관심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과 책임감 있는 자세를 통해 구축된다. 상호신뢰를 토대로 한 상생적 노사관계는 궁극적으로 소비자, 투자자, 일반 국민 등 외부 이해관계자의 신뢰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미국정부와 국민들이 자동차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남에도 정부 자금지원에 반대하거나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섣부른 자금지원은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킬 뿐이며, 효율적인 상생적 노사관계는 정부의 책임경영 자세에 의해서도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노사 모두의 책임경영과 상생경영이 그들의 경제적 이득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도 키우고, 일자리도 창출하며, 국가경제에도 기여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머릿속에 문득 바람직한 상생적 노사관계를 잘 정착시킨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상생투자펀드’라도 하나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이동기 서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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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