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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404호

임정 역사 되살리는 애국자들


대한민국 임시정부 90년 역사를 굳건히 세운 독립투사들의 흔적은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게 아니다. 나라 없는 설움, 일제강점기의 삼엄함 속에서 뜨거운 가슴으로 독립의 날을 염원하며 삶을 불사른 독립투사들의 흔적은 오늘날 그들의 뜻을 받드는 이들과 후손들의 가슴 속에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임시정부마저 없었던 암울한 시기였던 1909년 만주에서 일제 통치를 강요하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의기를 떨친 안중근 의사가 중국 뤼순(旅順)감옥에서 쓴 친필유묵(遺墨) ‘독립(獨立)’이 2005년 우리나라에 돌아온 것은 안 의사의 흔적을 추적하던 개인과 사단법인 안중근의사숭모회의 노력 덕분이었다. 

일본 히로시마의 한 사찰에 보관 중이던 폭 66cm, 길이 32cm의 이 친필유묵은 2000년 다큐멘터리 방송인 김광만 씨에 의해 처음 소개된 이래 김 씨와 숭모회의 노력으로 소유주인 사찰 주지 히타라 마사즈미 씨를 설득한 끝에 반환됐다.

안 의사는 뤼순감옥에 갇혀 있던 석 달여 동안 200여 점의 유묵을 남겼다. 글씨를 통해 서릿발 같은 기상을 보여주던 안 의사는 글씨마다 손가락 하나를 자른 왼손바닥을 눌렀다. 의사는 사형집행 한 시간 전 조국 광복을 다짐하며 마지막 글씨를 써내려갔다.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국가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은 군인의 본분)’이 그것이었다.

안 의사가 남긴 친필유묵들을 어렵게 모아 모두 8점을 소장하고 있는 숭모회는 현재 서울역사박물관 수장고에 위탁 보관 중인 ‘독립’을 비롯해 국내외에 있는 안 의사 친필유묵들을 모아 오는 10월 서울 중구 남대문로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안중근의사기념관은 기존의 오래된 건물이 낡아 올해 3월 말부터 기념관 부지 안에 새로운 기념관으로 신축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쯤 완공되면 시설 미비로 서울역사박물관에 보관 중인 안 의사 관련 유물들을 이곳으로 옮겨 전시할 계획이다. 




2005년 ‘올해의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김산(본명 장지락) 선생은 중국에서 한때 자신을 중국인으로 알고 살아가던 아들 고영광(73) 씨의 노력으로 1984년 중국에서 스파이 혐의를 벗고 복권됐으며, 우리 정부로부터도 유공자로 선정됐다.

김산 선생은 미국인 종군여기자 님 웨일스와 같이 쓴 책 <아리랑(song of arirang)>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라 잃은 젊은 혁명가의 굴곡진 삶을 기록한 <아리랑>은 1941년 미국 뉴욕에서 초판이 출간됐으며, 2004년 한민족아리랑연합회가 뉴욕의 한 고서점에서 찾아낸 초판본을 입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초판본에는 그동안 웨일스의 단독 저서로 알려졌던 <아리랑>이 두 사람 공저로 표기돼 있었고 김산 선생의 모습이 표지에 사용됐다.

부친의 성(姓)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신산한 세월을 살아온 고 씨와 같은 독립투사 후손들은 개인적 노력을 통해, 또는 단체를 만들어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독립투사들의 흔적을 찾아내고 중국, 러시아, 미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순국선열 유해를 반환하거나 위패를 모시는 등 선열의 애국정신을 되살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가장 오래된 독립유공자 후손단체는 사단법인 한국선열유족회(회장 이흥종)다. 1919년 4월 13일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후 순국선열 유족들이 그곳에서 비공식 모임을 가진 것이 시초가 된 한국선열유족회는 한때 군사정권 하에서 해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국가보훈처와 함께 일제에 의해 침탈된 국권을 되찾기 위해 국외에서 항일투쟁 중에 사망한 순국선열 유해봉환 노력을 펼쳐왔다. 1997년 1차로 1684위, 2002년 2차로 674위, 2006년 3차로 537위를 국내로 모셔왔으며, 이들 위패를 서울 서대문독립공원 내 독립관 1층의 순국선열위패봉안소에 모시고 관리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현충시설과 이형주 사무관은 “국외 순국선열 유해봉환이 때때로 국가 간 미묘한 외교문제 때문에 난관에 봉착할 때 독립유공자들의 가족이나 친족 관계에 있는 후손들의 노력은 문제해결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가장 규모가 큰 독립유공자 후손단체는 사단법인 광복회(회장 김영일)다. 1965년 창립한 광복회는 2·8독립선언 기념식, 3·1운동 기념식, 효창원 7위 선열 추모제전(4월 13일) 등 독립운동 관련 행사 개최와 함께 독립운동사 연구와 학술회의 개최 등을 통해 선열들의 뜻을 되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또 순국선열회와 함께 ‘이달의 독립운동가’ 기획사진전 등을 통해 잊힌 독립유공자들을 재조명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국외에 흩어져 있는 선열의 유해를 찾아내고 봉환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오는 2013년 100주년을 맞는 흥사단(이사장 반재철)은 독립유공자 후손단체는 아니지만 창립자인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무실, 역행, 충의, 용감’ 정신을 오늘날까지 계승하고 있는 단체다. 흥사단은 도산 선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민족통일, 투명사회, 교육, 시민사회, 청소년 등 5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특히 2007년 7월 독립유공자후손돕기운동본부(공동대표 강원구, 나종목, 이덕로, 이춘재 등 6인)를 만들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국내외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돕고 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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