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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328호

재외동포들 “정부에 바란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로스앤젤레스(LA)한인회장을 지낸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 남문기(56) 회장은 재외동포에게 참정권을 준 것에 대해 “진작 했어야 할 일을 이제야 한 것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참정권을 준다니 다행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공관에만 투표소를 마련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LA와 인근에 사는 재외동포 가운데 투표권이 있는 사람은 25만명 정도입니다. 투표소가 공관 한 곳뿐이라면 그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에 다 투표할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수백km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은 참정권 행사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재외국민 유권자 수와 거주지역을 고려해 기존 공관 외에 추가 투표소를 확대 설치해야 합니다. 투표소를 적어도 20군데는 더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남 회장은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참정권 행사의 필요성과 효과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 38년 동안 투표권을 잃었던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하도록 하려면 한국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면서 투표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외정책 전담기구를 설치해 재외국민을 위한 정책지원활동도 강화해야 한다”며 “나아가 이중국적을 인정해 시민권자들에게도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참정권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우편투표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외국민의 경우 국내에서처럼 한국의 선거일에 쉴 수 없는 데다 직장인들은 근무시간의 제약으로 투표를 위한 장거리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것. 더욱이 미국은 땅 크기도 한국에 비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투표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우편투표 실시로 빚어지는 부작용은 예방장치를 철저히 마련하면 됩니다. 재외국민에 대해 우편투표를 실시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미국 50개 주 163개 지역의 한인회를 아우르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허상길(48) 행정실장 역시 같은 주장을 폈다. 허 실장은 “참정권 보장 자체는 적극 환영하지만 시대적, 현실적 요구에 부응하는 우편투표나 인터넷투표를 허용하지 않으면 재외국민의 선거 참여는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참정권 보장으로 재외한인들이 분열할 수도 있음을 우려하지만, 이런 우려가 국민의 기본권을 앞설 수는 없습니다. 단, 선거에 좀 더 많은 재외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 방식을 편리하게 개선해야 합니다. 미국 전역에 공관이 10개밖에 없는데 투표소를 공관으로 한정하면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몇 시간씩 차나 비행기를 타고 투표하러 올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자칫 재외국민이 투표를 할 수 없도록 방해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호주시인협회 국제담당이사이자 시인인 윤필립 씨도 재외국민의 선거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우편투표를 적극 추천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21년째 살고 있는 윤 씨는  “호주는 의무투표제를 실시하는 나라인 만큼 투표를 위해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특히 우편투표 제도의 발달로 장기 출장자나 병약자, 하물며 복역중인 수형자들까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며 “한반도의 35배에 이르는 광활한 호주 땅에서 한인동포들의 투표율을 높이려면 우편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한 “호주는 200여 국가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다민족·다문화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더욱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나라여서 시민권을 가진 이민자들이 출신 국가의 선거에 참여하는 사례가 아주 많다”며 “특히 이민자 수가 많은 영국, 이탈리아, 그리스, 뉴질랜드, 미국 등의 국가에서 중요한 선거를 실시하는 기간에는 수십만명이 투표에 참여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델라웨어, 펜실베이니아 주를 관할하는 미동북부한인회연합회 이경로(51) 회장은 먼저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았지만 내 자신이 한국인임을 잊어본 적이 없다. 재외국민들에게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준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회장은 “지구촌 전체가 일일생활권에 있고 인터넷 발달로 세계 곳곳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는 상황에서 국경은 큰 의미가 없다”며 “이참에 이중국적도 긍정적으로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비록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한민족이라는 큰 틀에서 한국인으로 인정받으며 정체성을 찾고 싶습니다. 내국민들도 재외국민들을 다르게만 보지 말고 좀 더 포용력을 가지고 대했으면 합니다.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으로 한민족이라는 동질감을 회복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봅니다. 이제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재외동포가 균형자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이경로 회장)

오스트리아 빈에 사는 심리학 박사이자 임상심리전문가인 임수영(33) 씨는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이곳에서 13년째 살고 있는데 대한민국 국민의 정당한 권리인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재외동포들의 참정권 행사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표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사관에 투표소를 설치할 경우 대부분 투표소까지 거리가 너무 멀고, 투표 포기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인터넷으로 정부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로그인해 투표할 수 있는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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