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SET_IMAGE]1,original,right[/SET_IMAGE]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해외 영주권자를 비롯해 240여 만명에 이르는 재외국민(만 19세 이상)이 오는 2012년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 때부터 투표권을 행사한다. 2007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에게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한국 선거에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허용하는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주민투표법 개정안이 지난 2월 5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세 가지 법을 합쳐 ‘재외국민참정권법’ 혹은 ‘재외국민투표권법’이라고 부른다.
재외국민참정권법에 따르면 해외 영주권자를 포함한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비례대표에만 한정된다. 다만 국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해외 단기 체류자는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서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국내에 있는 재외국민이 지방자치단체 관할구역에 거소 신고를 하는 경우 지방선거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6년 베트남전 참전 용사를 위해 해외부재자 투표제도를 도입한 것이 시작이다. 이때부터 유신헌법에 의해 제한되기 전인 1971년까지 재외국민은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72년 유신헌법으로 재외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할 길이 막혔다. 이후 이를 되찾기 위한 재외동포들의 노력은 계속됐다. 1997년 프랑스 및 일본 동포가 헌법소원을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1999년 헌법재판소는 이를 모두 기각 처분했다.
재외동포들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2004년 10명의 재일동포가 당시의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2005년 8월 개정 공직선거법으로 바뀜)’의 일부 조항(제15조 2항, 제16조 3항, 제37조 1항)이 헌법상 기본권인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다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듬해인 2005년엔 미국과 캐나다의 한인총연합회 회원들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 평등권과 선거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동포사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법률에 대한 청원을 제출하거나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참정권 회복을 위한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쳤다.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선거법 개정을 발의했다. 또한 국내외에 조직된 재외국민참정권연대는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의 당위성과 필요성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시대적 요구와 추세에 따라 2007년 6월 헌법불합치 판결과 함께 잘못된 법을 바로잡으라는 결정을 내렸다. 재외국민에 대한 참정권 보장은 국제적인 추세로서 이미 세계 92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우리나라와 터키 등 극소수 국가만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
재외동포 사회에서는 이번 참정권 보장 결정을 두 손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등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동포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외국민의 참정권 행사에 대해 73.5%가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부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의견은 10.1%에 그쳤다. 또한 재외국민 10명 중 9명이 투표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이 부여되면 ‘반드시 참여하겠다’가 46.8%, ‘가급적 참여하겠다’가 42.5%를 차지해 89.1%가 참여 의향을 보였다. 이에 반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한민족의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토 중심의 국가관도 거주지에 관계없이 한국인이라는 동질감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민족 중심의 국가관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민족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가교 역할은 물론이고 국내외 정치, 경제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될 듯하다. 지구촌 곳곳에 사는 재외국민들의 표심은 각국의 정세와 경제 여건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일본 나고야에 살고 있는 주부 백모향(38) 씨는 “지금껏 한 번도 한민족이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다. 재외동포에게 참정권을 준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다”며 “이번 결정이 재외동포들 스스로 정체성을 찾고 한민족을 하나로 결집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시카고에 사는 자영업자 김정택(51) 씨도 재외동포의 참정권 보장을 크게 반겼다. 김 씨는 “가족을 데리고 한국을 떠난 지 4년이 조금 넘었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재외동포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우리는 모국의 어려움을 외면한 적이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에, 외환위기 때는 환란극복에 쓰라고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모국으로 보냈어요. 이번 결정은 외국에 살면서도 우리나라 국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재외동포들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모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더욱 깊어질 것 같아요.”(김정택 씨)
한편 미국 뉴욕에서 17년째 살고 있는 회사원 김동욱(55) 씨는 “미국에서는 ‘사적’인 이유로 근무지를 이탈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선거에 참여하는 일도 회사 입장에선 공적인 일이 될 수 없다.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투표장소가 공관으로 한정돼 있으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100년이 넘은 해외이민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번 결정은 참정권을 열망해온 재외국민들에게 커다란 선물임에 틀림없다. 재외국민들이 어렵게 되찾은 참정권은 한국의 선진화와 한민족 통합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글·김지영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