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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미국의 택배회사 페덱스의 내부 웹사이트에는 프레드릭 스미스 회장의 비디오 메시지가 떠 있다. 스미스 회장은 “일자리 손실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재무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임금 삭감과 여러 경비 절감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스미스 회장은 140만 달러인 급여가 20% 정도 삭감된다. 페덱스는 지난달부터 3만 6000여 종업원들의 급여를 5% 삭감했다.

건설장비업체 캐터필러는 종업원들의 급여를 최고 15%까지 줄였다. 아동복 소매업체 짐보리는 경영진의 급여를 15%, 종업원의 급여를 10% 삭감했다. 미국 최대 트럭운송업체 ‘YRC 월드와이드’ 노조는 지난 1월 화물운송 수요 감소에 따른 경영난을 돌파하기 위해 전 종업원에 대한 10% 급여 삭감을 수용했다.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급여 삭감 결정을 받아들였다.

경제위기가 전 미국인들의 직장과 가정을 위협하는 가운데 미국 전역의 크고 작은 기업들,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비영리기구들까지 해고 대신 급여 삭감 등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페덱스의 경우 최고경영자는 20%, 고위 간부들은 7.5~10%씩 임금을 삭감함으로써 경영진부터 솔선수범을 보였다. 페덱스는 이와 함께 퇴직연금의 회사 부담분에 대해서도 내년 2월부터 최소한 1년간 지급을 중단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 회사는 2010 회계연도 말까지 8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급여 삭감뿐 아니라 주 4일제 근무, 무급휴가 등을 통해 대량 해고를 피하려는 기업들도 많다. 자발적 혹은 의무적인 일시휴가, 연금 혜택 축소, 탄력근무제 등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도입되고 있다. 컴퓨터 제조업체 델은 종업원의 무급휴가 기간을 연장했고 인터넷통신장비업체 시스코는 지난해 말 4일간 조업을 중단키로 했다. 네바다주의 카지노 업체들은 근무일을 주 4일로 줄였고 일본계 자동차회사 혼다는 자발적 무급휴직을 실시키로 했다. 시애틀 타임스는 직원 500명에게 1주일씩 무급 휴가를 줘 100만 달러를 절감할 계획이다. 펜실베이니아주의 글로벌 텅스텐앤파우더스는 직원 1000명에게 일시휴가를 권하고 초과 근무 및 출장을 단축했다.

미국 컨설팅회사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의 존 챌린저 회장은 최근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기업들이 해고 대신 임금 삭감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은 대량 해고가 미치는 악영향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많은 회사들이 불경기에 대처하기 위해 종업원들을 감원했지만 나중에 경기가 회복됐을 때 잘 훈련된 종업원들이 부족한 사태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제니퍼 채트먼 교수는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비용 절감을 통해 해고를 최소화할 경우 회사에 대한 근로자의 충성심이 높아지고 회사는 나중에 새로운 직원을 뽑아 교육해야 할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최형두 문화일보 특파원



[SET_IMAGE]1,original,right[/SET_IMAGE]세계적 금융위기로 유럽 경제 또한 침체에 빠지면서 프랑스 파리에서 그리스 아테네까지 유럽 근로자들의 파업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국적항공사 루프트한자와 국영 철도회사 도이체반 그리고 공공서비스 분야의 노조가 파업을 벌였다.

그런데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독일의 파업은 다른 나라와 성격이 좀 다르다. 우선 본격적인 파업이 아니라 임금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소수의 조합원들만 상징적으로 참여하는 다분히 전략적인 ‘경고 파업’이다. 더욱이 영국과 같이 고용 문제에 관한 요구사항은 없다. 단지 임금 인상이 주요 이슈다. 그것도 10% 내외의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 측도 그간 수년 동안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점을 감안해 경제위기 속에서도 노조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이체반은 2월 1일부터 임금을 2.5% 올리고 내년 1월에 2%를 추가 인상하는 한편 500유로(약 89만 원)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루프트한자는 6.1%의 임금 인상과 3%의 성과급을 타협안으로 제시했다.

위기 속에서 협력과 신뢰에 바탕을 둔 독일의 노사문화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고용 안정과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독일의 기업주들과 회사의 형편에 따라 다소 손해도 감수하겠다는 근로자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독일 경제도 60년 만에 최악의 침체에 빠지면서 언론에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자금난 그리고 어려운 경제 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대규모 감원을 하겠다는 소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990년대 초반 확립된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의 전통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던 독일은 노사정 간 대타협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 임금 동결 또는 삭감 등으로 일자리를 나눴다. 이를 통해 54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의 경우 1993년 주당 36시간이던 노동 시간을 28.8시간으로 줄이는 대신 임금을 10% 삭감해 일자리 2만 개를 지켰다. 이번에는 1990년대와 같은 국가적인 합의는 없지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일자리 보호를 약속하고 있다.

물론 독일도 무려 33개월 동안 지속된 실업률 하락 기조를 마감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실업자가 늘고 있으나 적어도 전체 경제에 영향이 큰 대기업들만큼은 인적 구조조정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도이체방크, 지멘스, 도이체텔레콤 등 독일 대기업의 대표들은 지난해 12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 주재로 열린 ‘미니 경제정상회의’에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09년 중 직원을 감축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부 혼자 경제를 지탱할 수 없는 만큼 모두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메르켈 총리의 호소도 있었지만 기업 스스로도 일은 나누되 일자리는 유지하는 것이 기업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용 보장을 통해 직원들의 충성심과 신뢰를 높일 수 있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직원 개개인의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페어 슈타인브뤼크 재무장관도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고용유지 정책을 유지하면서 인원 감축 대신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는 지난해 매출이 5% 감소했고 올해 1월에는 판매량이 24%나 급락했다고 발표하면서도 올해 단 한 명의 직원도 감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랄트 크뤼거 인사담당 이사는 “위기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자연퇴직으로 발생하는 빈자리를 채우지 않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강제적인 감원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폴크스바겐, 다임러, 포르쉐, 도이체포스트, 루프트한자, 쉐플러 등 다른 대기업들도 일제히 수요 감소와 실적 악화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을 선언했을 뿐 인원 감축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 자동차부품기업 보쉬의 경우 경기가 좋을 때 초과 근무한 시간을 저축해뒀다가 일이 없을 때 적게 일하는 ‘근로시간 계정제도(time-banking)’를 도입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같은 일자리 나누기의 분위기는 수치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최근 독일 연방노동청의 통계에 따르면 근무시간이 줄어든 노동자의 수가 지난해 11월 15만 8000명에서 12월 40만 4000명으로 급증했으며 향후 그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황이 더 악화돼 기업들이 회사의 존립을 위해 직원을 줄이는 상황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일자리 나누기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공감대는 탄탄하게 형성돼 있다. 이 같은 사회적 합의와 신뢰가 독일을 세계 최대 수출국이자 유럽 최대 경제국으로 유지시키는 원동력이자 사회 안정의 초석이 되고 있다.

베를린=김경석 연합뉴스 특파원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세계 동시불황으로 대량 해고가 줄을 잇고 있는 일본에서 일자리를 쪼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워크 셰어링(Work Sharing)’이 점차 확산될 조짐이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일본 게이단렌(經團連)과 최대 노조단체 연맹인 렌고(連合)도 올 봄 노사협상을 앞두고 대량 실직사태를 막을 수 있도록 근로자 1인당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는 워크 셰어링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장기불황으로 고전하던 기업들이 감원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던 2002년 정부와 게이단렌, 렌고가 워크 셰어링을 도입하기로 하는 노사정 합의를 이룬 바 있다. 당시에는 히타치와 샤프, 후지쓰 등 일부 기업이 도입한 바 있으나 경기가 곧바로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어 기업들이 역으로 구인난을 겪으면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이후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후퇴로 주력인 자동차와 전기 등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생산 및 인력 조정에 나서면서 파견사원 등 비정규직에 대한 대량 해고가 줄을 잇고 있다. 오는 3월 말까지 전국적으로 12만 5000명가량의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은 정규직에 손을 대는 기업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정규직 감원도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가운데 고용유지를 위해 감원을 자제하고 일자리를 나누는 기업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마쓰다자동차는 지난 1월 워크 셰어링을 도입했다. 히로시마(廣島)현의 본사 공장과 야마구치(山口)현의 공장 등 2개 공장에서 일하는 약 1만 명의 정사원을 대상으로 종전 주야 2교대제의 야근을 폐지, 1인당 근무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기본급이 약 20%가량 줄고 시간외 근무와 휴일 출근 등의 수당도 대폭 적어지는 손실을 감수하는 대신 해고의 위험은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차 판매 감소로 15만 대 규모의 감산을 발표하고, 파견사원에 대해서도 4분의 3에 해당하는 1500명을 과감하게 정리한 마쓰다는 일단 신차 판매 상황을 지켜보면서 워크 셰어링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군마(群馬)현 오타(太田)시에서는 시 당국이 관내 후지중공업에서 비정규직을 대거 해고하기로 하는 등 고용불안이 심화되자 시청 직원의 잔업을 줄여 남는 업무를 해고자 가운데 임시 채용한 20명에게 맡기는 등 일자리 나누기에 앞장서고 있다.

후지쓰와 도시바 등 일부 대기업은 경기악화로 가동률이 떨어진 국내 공장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부업을 일시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 주요 기업들은 취업규칙으로 아르바이트 등 부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동시불황이라는 비상상황을 맞아 노동시간을 줄여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줄어든 수입을 보전할 수 있는 부업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도쿄=이홍기 연합뉴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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