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각 기관들이 발표하는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009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1월 2.0%에서 올해 2월 -4.0%로 수정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말 3.3%에서 올해 1월 1.7%로 수정한 바 있다.
본격적인 감원과 고용조정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고용의 위기 심화 가능성은 다분하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내수침체 지속으로 임시일용직과 저소득근로자의 고용 불안과 영세자영업자의 폐업이 늘고 있다. 또 금융과 건설업에 대한 구조조정, 수출대기업 경기부진의 장기화와 구조조정으로 비정규직 및 정규직 고용조정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자 수 및 신청 건수가 지난해 11월 이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일자리 나누기가 고용위기 탈출의 대안으로 화두가 되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는 워크 셰어링(Work Sharing)과 잡 셰어링(Job Sharing)으로 구분되지만 정치권에서 이 두 가지 용어를 혼용해 학술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100명의 근로자가 있는데 50명은 초과근로를 하고 50명은 일감이 없어 정리해고 위험에 처해 있을 때 50명의 초과근로를 줄여서 25명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것은 워크 셰어링에 해당한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많이 사용된 방식이다.

이에 반해 잡 셰어링은 100명분의 전일제 일자리를 200명의 파트타임 일자리로 나누어 고용 창출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고용위기 때 100명 가운데 50명의 감원 사유가 발생했다면 생존한 50명의 정규직 업무를 나머지 50명에게 나누어줘 100명의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대체로 근로시간의 감소 폭이 커서 법정근로시간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임금 삭감을 수반할 경우 잡 셰어링의 측면이 강해지게 된다. 워크 셰어링이든 잡 셰어링이든 일자리 나누기는 일시적 고용위기를 넘기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다. 불황 때 근로자 해고를 억제하고 고용을 유지하게 되면 차후 경기회복 국면에선 신규채용 및 훈련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워크 셰어링과 잡 셰어링이 일자리를 나눔으로써 노동시장의 공평성을 개선함은 쉽게 이해되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경제효율성을 도모할 수도 있다는 점은 그동안 잘 인식되지 못했다. 예컨대 임금을 W, 회사에서 근로자의 생산성을 M, 다른 부문으로 이직 때 발휘할 수 있는 생산성(의중임금)을 A라고 하자. 만일 불황으로 생산성이 낮아져서 W>M>A의 상황이라면 W-M만큼의 임금 삭감을 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근로자를 해고해 다른 부문에서 A(

그러나 W>A>M이라면 고용유지를 하는 것이 도리어 비효율적이다. 이때는 감원이라는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 M을 A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인사관리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고용유지가 A-M만큼의 경제비효율성을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일자리 나누기가 경제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어느 섹터에서 고용유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어느 섹터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 하에서 일자리 나누기는 고용위기 극복의 대안으로서 사회적 담론이 되고 있다. 한국노총과 한국경총이 일자리 나누기를 화두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으며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도 산별노조 차원에서 이 부분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가 단순히 노사의 립서비스 수준을 뛰어넘고 더욱 효과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고민과 해결방안 수립이 필요하다. 첫째, 앞서의 예처럼 어느 섹터에서 고용유지가 필요한지, 구조조정이 필요한지 정책적 선별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만일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문에 일자리 나누기가 강조된다면 이는 구조조정 시기를 연장시켜 구조조정의 폭과 깊이를 더욱 넓고 깊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둘째, 노사가 서로 일자리 나누기 게임과 관련해 눈치 보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재계 입장에서는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상당한 수준의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한다. 반면 노동계는 임금 삭감은 있을 수 없고 임금 동결도 수용하기에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자리 나누기의 성사를 위해서는 노사정 간의 고통 분담이 필요조건이다. 지금은 경제위기에 대한 노사의 인식 차이가 워낙 커서 각자 분담해야 하는 고통의 크기에 대한 인식도 큰 괴리를 보이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간 노사의 신뢰 형성이 이뤄진 사업장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의 노사 타협 모형과 지원 방식을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실용주의적 접근법이라 판단된다. 전국적 혹은 산별 단위의 잡 셰어링이나 워크 셰어링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감안할 때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글·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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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