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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622호

어려울 때 정부 지원, 희망이 됩니다

 


경기침체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사람들이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장사는 안 돼도 가게 문은 열어야 하니 하루하루가 힘겹다. 은행 빚이라도 얻고 싶지만 신용도 담보도 부족한 터라 그 문턱은 높기만 하다.

서울 구로역 인근에서 6년째 닭고기, 오리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조애리(42) 씨는 지난해 5월 구로구청에서 운영하는 구로구 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에서 3천만원을 대출받아 위기를 넘겼다. 조 씨는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고 했다.

“손님이 줄어든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번져 하루에 10만원어치도 팔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집을 가게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어서 월세도 안 나가고 사람도 안 쓰고 남편과 둘이 하는데도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닌지, 그만두면 어떻게 살지 깜깜했습니다.”

은행을 찾아갔지만 집이 이미 담보로 잡혀 있어 추가 대출이 안 된다고 했다.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지인이 구청에 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곳에서 조 씨는 희망을 찾았다. 구로구청에서 서울신용보증재단에 50억원을 출연해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 여력이 없어 은행 돈을 빌릴 수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구청이 특별보증을 서서 대출해주는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금리도 3퍼센트로 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조건이었다.

“장사를 하다 보면 작은 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나라에서 도와줘 숨통이 트였습니다. 더 많은 서민들이 이런 혜택을 보았으면 좋겠어요.”

 


구로구청은 2002년부터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구청, 구로구상공회, 서울신용보증재단, 우리은행, 구로세무서 민원실이 한곳에 있어 한 번 방문으로 자금 융자를 비롯해 세무, 법률, 노무, 무역, 특허 등 경영상담, 사업자등록증이나 납세증명서 등 각종 서류 발급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구로구 내 업체의 89퍼센트는 제과점, 가내수공업, 유통업, 미용실, 세탁소, 음식점 등 소규모 생계형 업종이다. 6백억원의 경영안정자금 지원은 서민경제 살리기에 큰 구실을 하고 있다.

구로2동에서 오토바이 수리, 판매점을 운영하는 강석준(44) 씨도 2년 전 구로구청 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17년째 같은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해온 강 씨는 가뜩이나 매출이 떨어져 어려운 상황에서 집주인이 건물을 팔려고 내놓자 위기에 처했다.

“갑자기 다른 곳으로 옮기자니 막막하더라고요. 장사는 자리 잡기가 힘들잖아요. 또 이런 업종은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냄새난다고 해서 집주인들이 세를 잘 안 주거든요. 이리저리 알아보았지만 건물을 사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문제는 돈이었다. 그동안 알뜰하게 모은 돈을 다 털고 아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부족했다. 돈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때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알게 됐다.

“관공서 문턱이 낮아졌다지만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가는 게 참 떨리더라고요. 그런데 지역경제과 팀장님이 서류 준비까지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3천만원을 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게 됐지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당시 은행 신용대출이 9퍼센트대, 담보대출이 7~8퍼센트대였으니까 2.5퍼센트는 우리 같은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엄청난 혜택이죠.”

고등학교 졸업 후 26년째 오토바이 수리 일을 하고 있는 강 씨는 근래 몇 년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하다못해 중국집 배달 오토바이도 수리할 일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평생 성실을 무기로 살아왔듯 오늘도 묵묵히 스패너를 든다.

“힘들지만 더 열심히 일해야죠. 어려울 때 도움을 받으니까 희망이 생기더라고요.”

 


취업과 실직을 걱정하는 젊은이도 많은데 이창준(33) 씨는 지난 5월 어엿한 사장이 됐다. 서울 청담동 힐스테이트 아파트 후문 앞에 2년 반 동안 착실히 준비해온 떡가게를 연 것이다.

이 씨는 2006년 11월부터 강남지역자활센터에서 떡 만드는 법을 배웠다. 만들 수 있는 떡이 1백 가지가 넘으면서 창업의지를 굳혔고, 강남구청이 사회연대은행과 손잡고 시작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5천만원의 창업지원금을 2퍼센트의 낮은 금리로 받을 수 있었다.

“나라에서 이런 기회를 주니 정말 고맙죠. 처음에는 창업이 막연했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돈을 더 알뜰히 모으게 되었고요.”

지원받은 5천만원 중 3천만원은 보증금으로 사회연대은행과 공동으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고, 2천만원은 운영자금으로 쓰고 한 달에 40만원씩 갚아나가고 있다.

사실 가게를 여는 데는 사회연대은행에서 받은 창업지원금에 가진 돈을 다 합해도 부족했기에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인테리어 자재를 직접 사다 붙이는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썼다. 사정해서 권리금을 분납하고 기계 값도 잔금 결제를 늦출 수 있었다. 가게 운영에 대해서는 사회연대은행에서 경영, 재무, 회계 등에 대한 상담을 해주기 때문에 한결 든든하다.

가게를 연 지 이제 한 달이 지났을 뿐이지만 이 씨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발로 뛰어다녀 목 좋은 자리를 얻었고, 충실히 교육받은 덕에 급하게 주문을 받아도 3시간이면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일하는 데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대학 때 전공한 디자인을 살려 멋진 떡을 만들 겁니다. 우리 떡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경기 의왕시 희망근로봉사단 반장 홍덕성(84) 씨의 별명은 ‘맥가이버 할아버지’다. 부서진 우산, 고장난 선풍기, 망가진 자전거도 홍 씨가 만지면 금방 새것이 되기 때문이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홍 씨가 소속된 희망근로봉사단은 칠순이 넘은 ‘맥가이버 할아버지’ 5명으로 이뤄져 있다. 의왕시 전 지역의 복지시설, 홀로 사는 노인,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소년소녀가장 가정 등을 직접 방문해 고장난 우산, 선풍기, 자전거, 전자제품 등을 무료로 수리해준다.

며칠 전에는 의왕시 노인복지회관 아름채에 찾아가 고장난 대형 선풍기 2대를 말끔히 수리해 관내 5백여 명의 노인들이 시원한 여름을 나게 됐다.

홍 씨는 “나이 80이 넘었지만 작은 노력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힘이 남아 있는 한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자리가 희망이라고 한다. 취업을 원하는 것은 청년들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건강한 노인들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노인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고, 월 83만원(교통비 등 일일 3천원 별도) 정도의 임금을 지급하는 희망근로프로젝트는 노인들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다. 홍 씨를 비롯한 많은 노인들이 정부의 이런 사업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다.

 


경기 수원시의 결혼 7년차 주부 방수현(35) 씨는 1년째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첫째를 낳았을 때만 해도 괜찮았지만 둘째 나혜가 태어나고서는 혼자 두 아이를 돌보는 것이 벅차기 때문이다.

“둘째를 낳고 모유 수유 자세에 문제가 있었는지 목디스크와 척추측만증에 걸렸어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아이들 때문에 병원 한번 가는 일도 쉽지 않더군요.” 병원에 갈 동안만이라도 아이를 봐줄 사람이 급했다. 마침 남편이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보미 사업에 대해 듣고 신청해보라고 권유했고, 벌써 1년째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재 나혜를 돌보고 있는 이는 김갑순(55·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씨. 이 지역에서는 베테랑 아이돌보미로 통한다. 2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서로 적응하고 친해지는 게 좋아요. 또 혼자 있어 무료한데 이처럼 아이 엄마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보람이고요”라고 말한다.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은 부모가 야근, 출장, 질병 등의 사유로 일시적으로 자녀를 돌볼 수 없을 때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를 파견하는 제도. 한 가정당 월 80시간, 연간 4백80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 요금은 시간당 5천원 선.

엄마 방 씨는 “다른 베이비시터 제도와 달리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은 필요한 날짜에 필요한 시간만큼 도움을 청할 수 있어 편해요. 취업을 하게 되면 아이돌보미 시간을 더 늘릴 생각이에요”라고 만족스러워한다. 그는 최근에는 재취업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며 일주일에 3일, 3시간씩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가 한 달에 지불하는 비용은 3만~4만원 선.

“아이가 ‘할머니 선생님’이라 부르며 잘 따라요. 동화책도 읽어주고 종이접기도 같이 하지요. 나혜처럼 돌보는 아이가 네 명쯤 돼요.” 김갑순 씨 역시 아이돌보미 일을 하며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글·이혜련 객원기자 / 사진·조영철, 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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