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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국男-베트남女 다문화부부가 띄우는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나고 한국에서 자란 한국 사람이고, 제 아내는 베트남에서 태어나고 자란 베트남 신부입니다. 우리는 2006년 결혼해 그해 11월 29일부터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는 다문화부부입니다.

아내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말도 모르고 한국 음식에도 익숙지 않아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아내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처음에는 경기 포천시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 다녔습니다. 우리 부부가 사는 곳에서 승용차로 30분 정도의 거리에 공부방이 있어 제가 매일 데려다주고 공부하는 2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공부방이 너무 멀다 보니 처음에는 40명가량이 함께 공부했지만, 나중에는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게 됐습니다.

한글을 모르는 갓 이민 온 결혼이민자가 혼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공부방에 다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말도 모르고 길도 모르는 사람이 혼자서 버스를 타고 공부방을 찾아가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식구들도 안심하지 못해 공부방에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포천시 영북면에는 약 60명의 결혼이민자가 있습니다. 결혼이민자들이 모두 포천시로 나가 한글 공부를 하는 것이 어렵다고 건의했더니, 지난해부터 면사무소 도서관에 공부방을 만들어주어서 지금은 예전보다 수월하게 한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공부방에 나와 한글 공부를 하는 결혼이민자는 5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왜 공부하러 오지 않느냐고 관청에서 공지문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공부를 하고 싶어도 공부할 수 없는 여건의 결혼이민자가 많습니다.

또 한국에 온 결혼이민자 가운데에는 취직해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이 조금이나마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공장 혹은 농장에 취직하고 나면 공부방에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한글 공부도 중요하지만, 돈벌이가 더 급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공부방에 나와 공부하기 어려운 다문화가정을 위해 가정방문 교육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시에 신청을 하면 1주일에 두 번 선생님이 집으로 오십니다. 그렇지만 공부시간을 결혼이민자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배정해주기 때문에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가정방문 교육을 제대로 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가도 배우다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습니다.

정부가 다문화가정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적 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좀 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도움을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제 아내는 베트남에서 왔는데도 한국에서건 베트남에서건 ‘베트남·한국어 사전’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사전이라도 있으면 서로 찾아가며 대화를 나눌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국어·베트남, 베트남·한국어 사전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출판사에서도 만들지 않나 봅니다. 이런 부분을 정부가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는 한국 생활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에티켓을 알릴 수 있는, 외국인 신부를 위한 가이드북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베트남이나 필리핀, 캄보디아 등 외국에서 한국으로 결혼해 이민 오는 분들을 위해 해당국 언어로 돼 있으면 좋겠지요. 그런 책이 있다면 여러 나라에서 시집오신 분들이 한국에 막 도착해서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웃의 다문화가정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말이 안 통하는 데다, 음식도 잘 안 맞고, 거기에 성격까지 잘 맞지 않아 싸움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광경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성격이 안 맞는 것이야 정부나 국가가 돕기 어렵겠지만, 말과 음식에는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여러 나라 언어로 된 책자로 만들어 나눠준다든지, 일상생활과 관련한 단어장을 나눠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외국인과 결혼해서 한국에 혼인신고를 하면 제일 먼저 나눠주는 것이 ‘가정폭력이 있을 때 신고하는 전화’만 잔뜩 실린 전단지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살게 도와줄까’ 하는 마음에 가이드북을 주면 좋으련만 ‘가정폭력 신고전화’ 안내만 담긴 전단지를 받고 보면 다문화가정의 부부를 잠재적 가정폭력범쯤으로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한글 공부방 운영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방 선생님은 거의 대부분 한국인입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한국어만 할 수 있는 선생님이 한글을 가르치다 보니 진도가 더디고 이해를 시키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글 공부는 한글을 조금이라도 익힌 해당국 출신 결혼이민자가 처음 이민 온 사람에게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한글을 조금 익힌 베트남 출신 주부가 베트남 초보 주부들을 가르치고, 필리핀 출신이 필리핀 초보 주부를 가르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자기 나라 언어로 보충설명을 해줄 수 있어 교육 효과가 더 높지 않을까요?

남편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내서 교육을 받으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당장 생계가 급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다문화가정을 꾸린 남편을 위한 가이드북이 나와 참고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정부는 북한 출신의 북한이탈주민(북한이탈주민)들에게 정착금도 주고, 영세민에게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이민자들은 농사일을 거들고, 연로하신 시부모를 모시고, 아들 딸 등 자녀도 낳아줍니다. 이분들에게 북한이탈주민이나 영세민 못지않은 경제적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신부를 찾지 못해 외국까지 나가 신부를 구해오는 사람이나,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낯설고 물선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 신부들은 저마다 경제적 어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한국에 잘 정착해 살도록 하는 데에는 한동안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공부방을 일정 기간 잘 출석할 경우 경제적 도움을 주는 등의 지원을 해준다면 이분들이 공부방을 외면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두서없이 바라는 바를 말씀드렸습니다만, 조금이나마 다문화부부와 다문화가정을 이해하시는 데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기 포천시 영북면에서 김진욱-쨘티튀안 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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