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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3년 만의 무료웨딩마치… 박철훈·윈디김윙 부부


언어와 문화, 모든 게 달라도 사랑의 끈을 이어가는 박철훈(47)·윈디김윙(25) 씨 부부. 이들은 5월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한 이불을 덮고 산 지 3년 만에 웨딩마치를 울렸다.

서울 강남구청이 마련한 무료 결혼식장에서 박 씨는 “형편이 어려워 여태껏 못했던 결혼식을 이제야 하네요. 한복 차려입고 교회에서 간단하게 식을 치른 게 어제 같은데 3년이나 흘렀다니…. 오늘부터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셈이죠”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06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씨는 “당시 집안 어른들의 성화에 밀려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랐죠. 밖에 나가 이런저런 사고 치고 다니는 게 모두 결혼을 안 해서 그렇다는 얘기였죠”라며 신부를 처음 본 순간을 떠올렸다.

“그런데 지금의 아내를 본 순간 마음이 싹 달라지더라고요. 말이 안 통해 손짓 발짓 해가면서도 하나둘씩 뜻이 통해 마음도 통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결혼한 뒤 부부 사이의 가장 큰 벽은 언어였다. 사전을 펴놓고 한 단어씩 얘기하다 보니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완전하게 전할 순 없었다. 여기에 시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고부 갈등도 윈디김윙 씨를 힘들게 했다.

“결혼 초반 3개월 동안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아내가 눈물을 흘리면서 혼자 집 근처 공원을 돌아다니는 거예요. 그 모습이 정말 안쓰럽더라고요.”

그럴수록 박 씨는 부인과 더 열심히 대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나 이제 아내는 웬만한 한국인 뺨칠 정도로 한국말을 구사해 하고 싶은 얘기들을 모두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말이 통하면서 한시름 놓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또 경제적 문제가 부부를 괴롭혔다. 고철값이 떨어지자 고물상을 하는 박 씨의 돈벌이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종일 고철 줍고, 여기저기 길가에 널린 폐지를 수집해 내다팔아도 하루에 3만원을 못 벌어요. 아내가 첫애를 낳고 몸조리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돈벌이에 나서겠다고 할 때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죠.”

타국에서 온 어린 신부가 그렇게 억척스레 결혼생활을 하는 모습은 이내 시부모도 감동시켰다. 시어머니가 가르쳐주거나 서점에서 요리책을 베껴가며 익힌 윈디김윙 씨의 요리 솜씨는 이제 장 담그는 법만 배우면 ‘경지’에 이를 정도다.

“둘째 아이를 가져 만삭의 몸이에요. 자기는 배가 볼록 나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부끄럽다는데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어요. 오늘 새로 결혼식을 올리면서 더 행복하게 살겠다고, 고된 생활이지만 함께 잘 헤쳐 나가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한국과 베트남을 오간 이들 부부의 사랑은 이날 결혼식을 올린 다른 7쌍의 다문화부부들과 같이 화려하게 빛났다.

글·백웅기(헤럴드경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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