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결혼이 간단치 않은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그중 핵심은 개인 간 만남을 넘어 가족 간의 결합이라는 점이다. 나고 자라면서 몸과 머리로 익힌 ‘나의 문화’와 ‘너의 문화’가 충돌할 때 핑크빛 사랑이 잿빛 현실로 추락하는 비극이 일어난다. 궁합과 인성 등과는 상관없이 기혼자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국적이 다른 부부의 고충은 더 클 것이 분명하다.
“시어머니는 꼭 언니 같아요. 함께 한국 요리와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고 나들이를 다니며 자매처럼 지내죠. ‘미녀들의 수다(미수다)’도 시어머니의 권유로 나가게 됐어요. 시어머니는 잔소리꾼은커녕 가장 든든한 지원자죠.”
이탈리아 출신인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28) 씨. KBS 토크쇼 ‘미수다’로 스타가 된 출연자 중 한 명이다. 방송활동으로 얼굴을 알린 뒤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역삼빌리지센터 초대 센터장으로 부임했고,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승강기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한국생활을 담은 에세이집 <so Hot! so Cool! 크리스티나처럼>까지 펴냈다. 최근에는 아리랑TV 방송 출연과 대학 강의로 더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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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한국에 온 때는 2007년. 이탈리아에서 만난 남편 김현준(31) 씨와 같은 해 12월 결혼한 뒤 경기 안양시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크리스티나 부부는 선생님과 제자로 만났다. 2005년 밀라노 가톨릭대학원에 다니며 이탈리아어를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유학생이던 김 씨와 연인이 된 것. 달랑 남편 하나 믿고 건너온 이국 땅. 결혼 결정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성악 공부를 하던 남편은 수업이 끝나면 항상 데이트 신청을 했어요. 그런 시간이 지나면서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2006년 말 공부를 마친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죠. 낯선 땅에서 생활하는 게 두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에 마음 가는 대로 결정을 내렸죠.”
한국에 온 지 만 3년. 남편과는 지금도 이탈리아어로 대화하며 시어머니와는 한국어, 직장에서는 영어를 사용한다. 언어는 물론 다른 문화 속에서 새댁으로 살아가기란 만만치 않을 터. 하지만 그는 “다르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한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아요. 남편과는 이탈리아어로 이야기하니까 괜찮지만 시어머니와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죠. 하지만 저도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시어머니도 당연히 이해해주셔서 갈등은 없어요. 말이 잘 통해도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 문제지 서투른 게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소소한 에피소드는 있어요. 예컨대 이탈리아인은 의사표현이 정확한 반면 한국인은 돌려 말하는 경향이 있죠.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 점을 잘 몰라 배가 고프지 않다는 시어머니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저 혼자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은 적도 있어요(웃음).”
크리스티나 부부는 ‘미수다’에서 닭살 커플로 통한다. 방송에 부부가 함께 출연해 “머리를 감겨준다” “안아서 거실에서 방으로 옮겨준다”는 등의 결혼생활을 밝힌 뒤 붙은 별칭이다. 그는 “무엇보다 힘이 되는 것은 남편의 지지”라고 말한다.
“외국인 남편과 결혼하면 부부 간 문화갈등도 생길 수 있지만,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도 클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죠. 남편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종종 노래를 불러주고 함께 춤도 춰요. 시어머니도 제 서투른 점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요. 가끔 동서양 문화가 다른 데서 생기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그마저도 즐거울 만큼 재미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미수다’ 멤버인 커스티 레이놀즈(28) 씨. 크리스티나의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은 그 역시 지난해 2월 동갑내기 이현진(28) 씨와 웨딩마치를 울렸다. 호주 출신인 그는 7년째 한국생활을 한 탓에 한국어가 능숙하다. 현재는 서울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무역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남편과는 2006년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한국에서 혼자 오래 살아서 그런지 결혼한 뒤 가족이 생겨 너무 기뻐요. 한국어는 물론 한국 문화에도 익숙해서 시댁 식구들과 지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다만 남편이 결혼 전보다 문자메시지가 줄어들고 귀가시간이 늦어 불만이지만, 이건 국제커플만의 문제는 아니죠.”
말과 음식이 해결돼도 고향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친정어머니와 매일 전화 통화를 하고 1년에 한두 번씩 고향을 찾으며 소식을 주고받는다. 그가 꼽는 호주와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족 문화와 자연 환경. 그는 “시부모님께서 일일이 생활을 챙겨주셔서 편하게 지내지만, 아파트에 여러 명이 모여 살아 개인 공간이 부족해요. 하지만 가족들이 시끌벅적하게 모여 고기 구워먹고 술 마시는 일상이 있어 그 정도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글·이설(여성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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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