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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607호

새로운 이웃 소개합니다…다문화가정





진한 연유를 넣은 베트남 커피와 쌀을 볶아 우려낸 필리핀 전통차 ‘사라사라’, 그리고 향 진한 일본 녹차가 있는 곳. 우리나라에 건너온 결혼이민자들에게 친정 같은 푸근함을 주는 곳이 부산 동구 초량동 국제오피스텔 202호에 자리한 다문화카페 ‘휴(Hu·休)’다. 부산 남구종합사회복지관이 결혼이민 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5월 6일 문을 연 이곳은 결혼이민자 8명이 커피와 차를 판매하고 손님들과 문화를 나누는 공간이다.

카페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필리핀 4명, 베트남 2명, 일본 2명 등 3개국 출신으로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이들은 커피와 차를 판매하는 것 외에도 출신국별 전통의상 입어보기나 전통놀이 체험 등을 통해 다문화를 알리는 문화지기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들의 리더는 일본 출신 다케시마 히로미(39) 씨. 한국생활 11년째다. 그는 “부산이 제2의 고향”이라고 한다. 막내 격은 베트남에서 온 느구엔티루(26) 씨. 5년 전 결혼과 함께 한국에 온 그는 네 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한국분들은 이국적인 맛을 찾고, 필리핀에서 온 영어교사나 결혼이민자들은 고향의 맛을 느끼려고 옵니다. 결혼이민자에게는 한국에 딱히 친정이랄 데가 없는데 이곳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카페 점장 손경옥(31) 씨는 ‘일’ 자체로도 카페의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그동안 한국에 와서 아무런 일도 못하고 있다가 할 일을 갖게 됐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고 생활비를 버는 분도 있어요. 언론을 통해 홍보가 되면서 자부심도 갖게 되어 더 적극적으로 일하려 해요.”

강원 춘천시 후평동에도 올해 1월 문을 연 다문화카페 ‘다’가 있다.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민자 마이린(42)과 조세린(37) 씨가 운영하는 이곳 역시 커피와 차를 판매하며 동남아 문화를 알리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춘천시 새명동, 경북 구미시 형곡2동과 안동시 옥동 등지에 잇따라 개설되는 다문화북카페들 역시 결혼이민자들이 일하며 다문화를 전파하는 사랑방이다.
 

다문화가정의 증가에 따른 우리 문화계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부터 전국 각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러브 인 아시아>는 전통 판소리극과 뮤지컬을 접목해 노래와 춤, 대사가 한데 어우러지는 퓨전 국악 뮤지컬이다. 한국전통문화예술단 소리나루가 공연하는 이 뮤지컬은 아시아 각국의 음악과 동서양의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가운데 전통을 고수하려는 시어머니가 각 나라에서 시집온 세 며느리를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내용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교육방송(EBS) 등 방송사들의 어린이 프로그램들은 이미 다문화가정을 배려한 내용들을 선보인 지 오래다. 특히 KBS 1TV의 ‘러브 人(인) 아시아’는 2005년부터 방영돼오면서 우리 사회에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데 한몫해왔다.

출판계에서는 다문화 어린이동화 <내 동무 정찬이> <예슬이엄마 이름은 구티엔>(이상 아이코리아), <최고는 내 안에 있어>(은하수미디어), 번역서인 <우리는 이제 모두 다문화인이다>(미래를소유한사람들) 등 다문화가정이나 다문화사회를 소재로 한 도서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국제행사나 대회 등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면모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고양국제꽃박람회를 비롯해 전국의 국제대회나 행사에 결혼이민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외국인을 맞는 첫 얼굴인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도 결혼이민자들이 자국 언어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8년 5월 현재 우리나라의 결혼이민자는 14만4천3백85명, 결혼이민자 자녀는 5만8천7명이다. 이미 일부 농어촌 초등학교의 경우 신입생 상당수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다. 이들은 주 양육자인 어머니의 한국말이 원활하지 못한 탓에 상대적으로 열등한 교육 상황에 놓여 있어 학교 교육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다문화가정 포용에 앞장서고 있다.

다문화연구학교로 지정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1동 서울보광초등학교는 전교생 9백61명 중 34명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다. 이 학교에서는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주 3회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방과후 한글교육을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 가운데 우리말이 서툰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한글교육 대학생 자원봉사자인 ‘YMCA 돋움교사’가 수업을 맡고 있다.

결혼이민자들의 외국어 특기를 살려 영어를 가르치고 한국말을 익히도록 하려는 노력도 펼쳐지고 있다. 도시에 비해 다문화가정이 상대적으로 많은 전북 익산과 김제교육청에서는 5월 18일부터 29일까지 열흘간 70여 명의 결혼이민자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영어보조교사 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는 다문화가정의 ‘원어민 인적자원’을 초등학교 방과후 영어보조교사로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결혼이민자들이 방과후 학교의 영어보조강사로 활동하면서 한국 문화와 생활에 대한 이해를 높여 한국 생활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일자리를 갖게 하겠다는 취지다. 영어학원에 다니기 어려운 농촌지역 학생들의 영어교육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사단법인 국경 없는 마을은 지난 3월부터 경기 안산시교육청과 협력해 안산 시내 초중학교 방과후 교실에 외국인 강사를 파견해 다문화를 알리고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경 없는 마을의 김승일 사무처장은 “3년 전부터 해온 사업을 이번에는 안산시교육청과 더불어 민관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방과후 시간에 다른 나라 문화를 심층적으로 알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직접 외국인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다른 문화를 이해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문화란 다른 문화들이 공존하는 상태를 말한다. 다문화가정이란 과거 ‘국제결혼’이란 용어보다 한층 더 넓은 의미로 한 가족 안에 다른 문화 배경을 가진 가족이 있음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국제결혼이 늘고 외국인 근로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빠른 속도로 다인종·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등록 외국인 수는 86만명, 체류 외국인은 1백16만여 명이다. 전체 국민의 2퍼센트가 등록 외국인이고, 지난해 결혼한 커플 10쌍 중 한 쌍은 외국인과 결혼했다.

변화 속에 고민도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여성이민자들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것. 한국인과 결혼하는 외국여성은 90퍼센트 이상이 아시아인이다. 이 때문에 언어와 문화 차이로 빚어지는 갈등, 결혼이민이 중하류층에 집중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어려움,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다문화가정 자녀의 발달지체와 학교 및 사회 적응곤란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결혼 자체의 불완전함도 문제다. 다문화가정의 위장결혼, 가출, 가정폭력 등이 그런 문제들이다.

하지만 일부 부정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변화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황정미 연구원이 2007년 전국 성인남녀 1천2백3명을 대상으로 ‘이민자의 사회적 수용에 대한 면접조사’를 벌인 결과 ‘다문화사회에 대한 거부감’을 보인 응답은 2003년 같은 조사를 실시한 유럽연합(EU)의 조사 결과(25.1퍼센트)보다 적은 11.2퍼센트에 불과했다. ‘이주자시민권 부여’에 대해서도 EU 조사에서는 38.7퍼센트가 반대했지만 한국은 15.3퍼센트만이 반대했다. 그러나 ‘근로기간 종료 후 본국 송환’ ‘불법근로자의 본국 송환’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은 55.6퍼센트로 EU(22퍼센트)를 크게 웃돌았다.
 

본격 도래할 다인종·다문화사회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게 될 새로운 도전이다. 우리와 다른 문화, 다른 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데에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한양대 다문화연구센터 정병호 교수(문화인류학과)는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탈북청소년이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얘기해야 차별을 덜 받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며 다양한 문화적, 인종적 배경을 가진 이주민에 대해 그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교육청 홈페이지 알림방의 ‘어머니 나라’ 코너에는 전북 도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의 출신국 14개 국가의 주한대사관 홈페이지와 연락처, 국기가 함께 소개돼 있다. 일본, 중국, 필리핀, 베트남, 태국, 러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미국, 스페인, 브라질, 나이지리아, 대만, 키르기즈스탄이다. 이들 ‘어머니 나라’를 둔 아이들이 성인으로 자랄 즈음 우리 사회도 한층 성숙한 다문화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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