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5월 25일 오전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강도는 2006년의 1차보다 강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험장소인 함북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발생한 인공 지진파는 기상청 분석 결과 리히터 규모 4.5로, 1차 실험 당시의 3.6보다 강했다.
북한은 관영 언론을 통해 2차 핵실험 사실을 외부에 알렸으며, 이번 핵실험은 폭발력과 조종기술 면에서 높은 단계로 안전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북한은 이번 2차 핵실험을 하면서 1차 때처럼 사실상 예고를 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의 1차 핵실험을 며칠 앞둔 10월 3일 핵실험을 공식 예고한 바 있다.
이번에도 북한은 4월 29일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예고했다. 북한 외무성은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조치에 대해 사죄하지 않으면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2차 핵실험 뒤 2시간여 만에 함남 원산에서 사거리 1백30킬로미터인 지대공미사일 2발을 발사하고 다음날 함남 함흥에서 지대공 미사일 1발, 1백60킬로미터인 지대함 미사일 2 발을 발사했다. 또 29일에도 신형 지대공 미사일 1발을 발사하는 등 닷새동안 모두 6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연쇄 발사는 북한의 핵실험 결과를 확인하려는 한국과 미국에 대한 탐지활동 방해와 한국에 대한 무력시위, 미사일 성능시험 등 다목적용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앞서 4월 5일 장거리 로켓 ‘광명성 2호’를 발사한 바 있다. 장거리 로켓은 핵탄두를 탑재하면 핵무기로 변모한다.
북한의 이번 2차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또다시 북핵 위기를 맞게 됐다.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시작된 1차 북핵 위기는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합의를 거쳐 북한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간의 경수로 공급협정 체결로 귀결된 바 있다.
그러나 2002년 9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제임스 켈리 미 대통령특사가 방북해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시인했다”고 밝힘으로써 2차 북핵 위기가 촉발됐다. 2차 북핵 위기는 2003년 1월 북한의 NPT 탈퇴로 이어졌고, 위기가 고조되면서 파국 우려와 긴장 속에 2003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제1차 6자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이처럼 북핵 위기를 둘러싸고 남북한과 주변국가들 간에 회담이 이어졌다.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 실시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되는 등 긴장 상태가 고조되기도 했지만 6자회담을 통해 북미 간 합의가 이뤄져 지난해 6월 영변 핵시설 냉각탑이 폭파됐고, 지난해 10월 12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공식 해제함으로써 순조롭게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동안 ‘핵시설과 연료의 완전한 폐기’에 대한 검증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이 공전돼왔고,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여론 속에 2차 핵실험 강행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무엇보다 이번 2차 핵실험은 예측을 하기 힘들었던 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중(喪中)이란 점에서 더욱 전격적이고 도발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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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북한의 2차 핵실험 실시 하루 만인 5월 26일 핵과 같은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선언했다. 단, 남북한 간에 합의된 남북해운합의서는 그대로 적용될 것임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PSI 8개 협력방안 가운데 5개 협력방안에만 참여해왔다.
이에 북한은 5월 27일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의 PSI 전면참여를 강력히 비난하며 서해 5도의 안전을 위협하고 정전협정 무효화를 언급했다.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등 명의의 이 성명은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북한이 정한 해상군사분계선을 들어 “남측 5개 섬(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의 법적 지위와 안전항해를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임의로 정한 해상군사분계선은 서해 북방한계선(NLL)보다 훨씬 남쪽에 설정돼 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북한이 2차 핵실험에 이어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5월 28일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워치콘 2단계는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현저한 위험이 초래될 징후가 보이는 상황을 뜻한다. 한미 양국은 이에 따라 U-2 고공전략정찰기와 RF-4 정찰기 등의 대북정찰 횟수를 늘리고 정보 분석요원을 대폭 증강해 북한의 도발 징후 파악과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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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콘 2단계 상향 조정은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인 2006년 10월 15일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우리 군은 북한이 1982년 2월부터 1개월여 동안 IL-28 폭격기를 전진배치하고 훈련했을 때와 1996년 4월 판문점에 무장병력을 투입하는 등 정전협정 체제 무력화를 기도했을 때, 1999년 6월 15일 1차 연평해전, 그리고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워치콘 2를 발령했다. 이번 워치콘 상향조정과 관련,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미 간 합의에 따라 현재의 위협과 잠재적인 위협, 예상되는 위협을 모두 판단해 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은 대북 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Defense Readiness Condition)은 평시 수준인 4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군은 긴장감이 고조되는 서해 5도를 중심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등에서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군은 북한이 주장한 ‘군사적 타격’으로 인한 충돌이 서해 NLL 인근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북한의 사곶, 장산곶, 해주, 강령반도 등지에 배치된 해안포와 지대함 미사일 기지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군은 북한이 1999년과 2002년 1, 2차 연평해전과 같은 남북 함정 간 해상 교전을 피하는 대신 우리 측 함정이나 전투기를 NLL 인근으로 유인, 해안에 밀집한 해안포와 단거리 미사일로 기습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우리 해군은 최신예 이지스구축함을 실전 배치하는 등 해군 전력을 대폭 증강했다. 반면 북한은 성능이 개선된 샘릿과 실크웜 등 지대함 미사일과 해안포, 곡사포 등을 서해기지에 집중 배치해 놓았다.
군은 서해 NLL의 최일선 경계임무는 해군 고속정이 맡되 유사시 구축함을 NLL에 근접시켜 북한 경비정을 격침할 계획이다. 공군도 북한 전투기의 NLL 침범에 대비해 비상출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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