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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어린이 눈으로 바라본 법과 세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흉악범은 다시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끝까지 잡아 처벌해야 한다” “살인사건의 15년 공소시효를 늘려야 한다” “폐쇄회로 TV(CCTV)를 더 설치하고 외진 곳 관리를 강화하자” “한 학기에 1시간밖에 되지 않는 성교육 시간을 늘리고 상황극이나 사용자 손수제작물(UCC)을 활용하자”….
 

어른들이 쏟아낸 의견이 아니다. 어린이법제관들이 지난해 내놓은 어린이 대상 흉악범죄 예방 방안이다. 법제처는 어린 시절부터 법치행정에 대한 인식을 키우고, 어린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불편함을 어린이나 청소년 관련 법령에 반영하고자 지난해부터 ‘어린이법제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제1기 어린이법제관 3백56명에 이어 올해 제2기 5백명을 선정했다.
 

지난 4월 6일 위촉식을 마친 어린이법제관들은 가정의 달 5월에는 가족과 함께 청와대 견학 행사를 가졌다. 또한 6월 18일에는 정부중앙청사 법제처 대회의실에서 ‘2009 제1차 어린이법제관 토론마당’을 열었다.
 

어린이법제관 40명과 학부모 등 1백여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어린이의 눈으로 본 녹색성장 이야기’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 주제는 그동안 어린이법제관들이 자체 홈페이지(moleg.go.kr/child) 의견등록 코너에 환경 관련 의견을 많이 올려 선정됐다.






 

토론 발표자로 나선 서울 가주초등학교 4학년 정혜인 양은 “환경마크가 새겨진 과자나 우유를 사라고 배웠지만 정작 환경 마크가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붙었는지 아는 어린이가 없다”며 “상점 입구에 마크를 붙여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다른 어린이법제관들도 “환경마크 제품을 따로 모아놓은 코너를 만들어주세요” “신문이나 TV를 통해 환경마크의 의미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법제처 법제관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수준 높은 의견도 나왔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5학년 이용전 군은 “석탄연료가 고갈돼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며 “하루빨리 태양열에너지 보급을 활성화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묘곡초등학교 6학년 고병우 군은 “불법 벌목꾼에게는 잘라낸 것보다 2배 많은 나무를 심고 가꾸게 하는 벌을 줘서 환경을 되살리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을 지원하는 단체에 정부지원금을 주거나 길에 쓰레기통을 설치해 길거리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한 학생도 있었다.
 
 


 

이 밖에 플러그 뽑기나 물 아끼기 등 에너지 절약 실천일기 쓰기, 합성세제 대신 천연세제 이용하기 등 생활 속 실천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 진관초등학교 6학년 이선하 양은 “오늘 토론회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녹색성장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특히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개개인의 작은 실천으로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기후변화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석연 법제처장은 토론이 끝난 후 어린이법제관들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은 어린이들의 특권이니 잘 키워나가야 한다”며 “어린이법제관 활동은 넓은 의미에서 국정에 참여한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어린이법제관은 앞으로 온라인 의견코너에 생활 속의 불편 법령에 대한 의견을 수시로 제안하고, 법제처가 주관하는 토론마당, 투어링, 수기공모전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 법제처 어린이법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들의 활약상을 자세히 볼 수 있다.
 

글·김지영 기자




 



서울 목동초등학교에는 어린이법제관이 있다. 교단에 선 지 올해로 16년째인 이 학교 6학년 11반 김연주 교사에게서 어린이법제관의 활약상과 요즘 아이들의 법의식 수준을 알아봤다.
 

어린이법제관 선발 기준은 무엇입니까.

어린이법제관은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중에서 선발합니다. 장래에 법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어 하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학습 및 생활태도도 모범적입니다.
 

교내에서 어린이법제관은 어떤 활동을 합니까.

학교와 학급의 규칙을 잘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찾아 학급회의나 전교어린이회의에 건의하고, 다른 학우들에게 그 결과를 알려 잘 따르도록 합니다.
 

어린이법제관에 의해 다른 학생들의 생활에 변화가 생겼습니까.

아이들이 법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요즘은 아이들 스스로 반성할 점과 개선할 점을 학급회의 때 적극 건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이를 실천으로 옮기려는 노력은 아직 미흡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법의식 수준은 양호합니까.

아이를 하나나 둘 정도만 키우는 가정이 많다 보니 무엇이든 아이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이 많아서 과거에 비해 법의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가정에서 이뤄졌던 교육까지 학교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인 데다 인성보다는 시험이나 성적을 중시하는 풍조 때문에 아이들의 준법정신과 실천의지가 아주 희박합니다.
 

아이들이 법의식을 갖기 위해 가장 개선할 점은 무엇입니까.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준법의 바탕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준법정신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정과 학교에서 정한 소소한 규칙을 잘 지키게 하고, 정부는 준법의 중요성을 적극 알려야 합니다. 특히 가정교육이 기반이 돼야 하는데 요즘은 이 부분이 가장 어렵습니다. 학교에서 규칙을 잘 지키지 않은 경우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의외로 그 일이 규칙을 어기는 일인지 잘 몰랐다는 대답을 많이 합니다. 아이들의 법의식이 바르게 자라나게 하려면 무엇보다 준법에 관한 반복적인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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