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1년 6개월 만에 국정의 새로운 방향으로 ‘중도실용’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박형준 대통령실 홍보기획관은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중도실용주의는 시대 조건에 맞게 국민의 자유를 신장하고 민주주의의 성숙을 이루며 시장경제를 발전시키자는 겁니다. 정확히는 서울시장 시절에 이 대통령이 했던 게 중도실용입니다. 대표적인 정책이 버스전용차로제입니다. 그건 엄밀히 말하면 친(親)사회주의적인 정책입니다. 부자들이 불편하고 대중이 편해지는 정책입니다. 이념의 극단에 치우치지 말고 필요한 걸 합리적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겁니다”라고 중도실용주의를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설명에서 중도실용주의가 명확하게 그려지지는 않는 듯하다. 국민의 자유 신장, 민주주의의 성숙, 시장경제의 발전이야 구태여 중도실용주의를 주창하지 않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기본 정책방향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에 실시한 버스전용차선제의 경우 많은 사람들은 부자와 일반 대중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시민 차원에서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을 절감하고, 에너지도 절약해 사회 전체적인 능률 제고와 환경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실시된 정책으로 이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출근 시간이 길어진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가용 출퇴근자들이 모두 부자라는 등식도 성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자들을 힘들게 하기 위해 기획된 정책이 아니었다.
결국 남는 것은 중도실용주의는 이념의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인데, 중도실용에서 말하는 합리성이 구체적인 현실과 접목됐을 때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중도실용주의를 주창하면서 한편으로는 대통령이 직접 떡볶이가게, 고등학교 등 민생 현장을 방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 등록금 융자 확대, 맞벌이 부부에 대한 보육지원 확대,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조정제도 등의 정책을 동시에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중도실용주의는 서민지향적 정책의 강화로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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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지금 다양한 대립과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노사의 극한대립으로 노사관계는 ‘너 죽고 나 살자’라는 식의 치킨게임화하고 있다. 규제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필요성이 제기되는 반면 규제완화로 피해를 받게 되는 계층의 격렬한 반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시장개방을 통한 효율성 제고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시장개방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계층의 반발이 격해지고 있다.
경기침체기에 맞서기 위해 재정투입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국가 재정이 파탄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각종 복지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욕구는 드높지만 우리 재정은 점차 열악해져가고 있다. 과연 중도실용주의는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시장과 국민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중도실용주의가 원칙 없는 좌고우면 정책조합이 되어서는 국정의 새로운 좌표로서 기능할 수 없다. 사안에 따라 대립되는 정책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게 중도실용이라면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것이 좋다.
정부 경제철학의 가장 큰 기능은 대한민국호가 가는 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기업이나 가계 등의 경제주체들은 정부가 제시하는 큰 방향을 보고 미래를 설계하고 오늘을 움직인다. 그런데 큰 방향이 오락가락하면서 경제 미래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저하되면 민간 경제주체들에게 불확실성이라는 커다란 쓰나미를 안겨줄 수 있다. 정부가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중도실용주의는 내용이 구체화되고 명확화되기 전까지는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복지정책 분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범위한 의미의 복지정책이란 전통적 의미에서의 저소득층 복지뿐만 아니라 보편적 복지로서의 복지, 그리고 교육정책과 일자리 정책 및 소득지지 정책 등을 의미한다. 또한 공적연금 개혁이나 의료보험 개혁, 중산층 이하의 주거 및 교육복지 등도 정책 대상이 될 것이다.
이름이 무엇이든 서민층을 위한 중도실용 강화는 일관된 원칙과 정교한 정책패키지로 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원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주로 고민했던 과거 정부와 다를 바 없다.
일할 수 없는 사람을 정부가 책임진다는 원칙은 기본적인 원칙이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일을 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더욱 열심히 일한 사람은 더 많은 혜택을 본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새로운 복지제도를 만들기 이전에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복지제도의 문제점과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는 원칙도 필요하다.
광범위한 복지정책 분야에서 구체적인 정책패키지에는 반드시 교육과 복지, 노동이 정교하게 연계돼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미 중산층 보호와 육성을 위한 휴먼뉴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정책에서는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측면을 연계해 접근하고 있다. 휴먼뉴딜 정책은 큰 방향이 제시됐을 뿐 아직까지 정책으로 구체화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앞으로 휴먼뉴딜이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공동체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 관점에서 중도실용주의는 아직도 미완성이고 향후의 지속 가능성도 의심받고 있다. 포퓰리즘이 아닌 일관된 원칙과 정교한 정책으로 무장할 때 비로소 중도실용주의가 국정철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충분조건이 성립될 것이다.
글·강석훈(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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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