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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8월 6일 오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노사협상이 전격 타결됨으로써 77일간 이어진 파업이 막을 내렸다. 쌍용차 대주주였던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지난 1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이후 ‘사측의 인력감축→노조의 파업→사측의 직장폐쇄→ 노조의 공장 점거농성’으로 이어진 이번 사태의 원인은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 간 극심한 인식 차였다. 해고가 곧 삶의 추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보는 노조와 회생이냐 해체냐의 기로에 놓인 사측의 시각 차이는 극단적이었다.
 

국제노동기구(ILO) 통계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의 파업은 인구가 두 배 이상 많은 일본보다 여섯 배 이상 많았고 최근에도 노사 분규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를 비롯해 지난해의 촛불시위, 용산참사사건 등 극심한 사회갈등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6월 24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0.71로 터키(1.20), 폴란드(0.76), 슬로바키아(0.72)에 이어 네 번째였다.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은 OECD 평균(0.44) 이하다.

 


 

사회갈등은 곧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매년 사회갈등 비용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7퍼센트를 지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만일 사회갈등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2년 1만8천6백2달러에서 2005년 2만3천6백25달러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995년 1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5년째 2만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대에 올라서는데 평균 9.5년이 걸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광우병 논란으로 시작된 촛불시위로 발생한 피해도 막심하다. 지난해 5~8월 벌어진 2천4백여 건의 촛불시위로 입은 직·간접적인 피해액은 2조5천9백13억원이 넘는다(한국경제연구원의 2008년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 보고서).
 

우리나라는 건국 이후 6·25전쟁을 겪으면서도 지난 60년간 거침없는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배고픈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가난 극복’은 통치철학이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선 지금 필요한 것은 배고픔(Hungry)이 아니라 배아픔(Angry)의 해결이다.
 

우리 사회의 ‘배아픔’ 문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 불안정으로 사회 안전판인 중산층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 중산층 비중은 1996년 68.7퍼센트에서 계속 줄어 2000년 61.1퍼센트, 2006년 58.5퍼센트, 2008년 56.4퍼센트였다. 이 밖에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동력 감소,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 경제개방 확대 등 국내외 불안정 요인들도 가세하고 있다.
 

특히 6·25전쟁 전후로 벌어진 좌우익 대립에 뿌리를 둔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이념갈등은 지난 10년 진보정권 집권 이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뿌리 깊은 지역갈등 이외에도 이념갈등, 세대갈등으로 갈등 유형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남북문제는 물론 사회, 경제, 심지어 백년지대계인 교육문제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 사회 각 분야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남남갈등’은 우리 사회에 경제적 손실 이상의 상처를 입히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7월 13일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등의 한반도 전문가 40여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 집계한 ‘한반도 안보지수(KPSI) 조사의 함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촛불시위와 같은 한국사회의 분열은 북한 체제 불안정이나 일본의 우경화보다 한반도 안보에 더 부정적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갈등연구소 김경숙 이사는 “우리 사회는 그동안 갈등 해소에 반복적으로 실패해왔다”며 “갈등의 반복과 해소 실패는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능력을 약화시키는 악영향을 끼친다. 갈등의 해결 경험과 프로세스를 통해 사회 통합력을 키워나가야 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공공정책실 박준 연구원은 “우리 사회의 갈등 요소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이념갈등, 노사갈등”이라며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사회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이 선진국에 비해 취약해 사회갈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일부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더 심각한 갈등 요소를 갖고도 훨씬 안정된 사회를 이루고 있다”며 스위스와 싱가포르의 예를 들었다. 스위스의 경우 1843년까지 민족과 언어, 종교가 다른 칸톤(주·州)들끼리 전쟁을 하던 역사를 갖고도 지금은 소수의 정치 참여가 보장되는 합의민주주의의 대표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도 갈등 요소인 공용어 문제를 영어 채택으로 돌파해 선진국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으로 우리 사회가 다양화, 다원화하고 있으나 원칙과 규범, 가치에 대해 보수와 진보가 공유하는 부분이 적어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이 확산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적인 공통 인식의 폭을 넓히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공유 부분을 키워나가야 대립과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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