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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803호

“이제야 영산강을 제대로 살릴 것 같다”



전남도청 제공영산강 하류에는 극심한 오염으로 인해 뱃길 탐사 선박 외에는 다른 배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검푸른 녹조로 뿌옇게 변한 영산강 아래로 부목과 폐그물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불도 선착장에는 뱃길 탐사에 나선 선박 2척과 119 구조선 등 총 3척만이 한가로이 정박해 있을 뿐이었다. 예전 같으면 나주 영산포에서 목포까지 홍어를 실은 배들이 분주히 오갔을 텐데 이제 만선의 꿈을 실은 배들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7월 2일 오전 10시 30분 전남도청 주관으로 영산강 뱃길 탐사가 진행됐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본격적인 착공에 앞서 영산강 생태환경을 제대로 짚어보기 위해서였다. 20톤급 탐사선 ‘한남호’ ‘뉴갈매기호’ 두 척이 환경단체 관계자와 지역개발 전문위원 등 80여 명을 태우고 전남 영암군 삼호읍 나불포구에서 영산강 상류로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강 하류에서는 폭 2킬로미터에 최고 수심이 14미터에 달하는 영산호가 시원스럽게 펼쳐졌다. 그러나 4급수로 전락한 영산호는 녹조현상이 시작돼 보기 흉했고, 녹조 위에 하늘색 오염원 띠가 한 층 더 생겨나 근처만 지나도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수질을 측정한 결과 영산호의 전기전도(EC)는 7백80으로 주암호와 장흥호의 70~80에 비해 10배가량 높았다. 전기전도는 물 속에 불순성분이 많을수록 수치가 높아진다. 불순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란 뜻이다.
 

출발한 지 1시간 남짓 지나자 멍수바위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20여 년 전만 해도 청둥오리 등 수많은 철새들이 떼 지어 다녔던 곳이지만 먹잇감이 크게 줄어든 이후 철새들을 보기 힘들어졌다.
 

1시간쯤 더 달려 무안 몽탄대교 인근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전남도의 환경 정화선인 ‘영산강호’가 배에 설치된 기중기를 사용해 부목, 폐그물 등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몽탄대교 인근 수질은 영산호보다는 나았지만 용존산소량(DO) 2.4로 여전히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해운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 환경연구사는 “상층수의 용존산소량이 2 이하면 물고기가 거의 살기 어려운 상태”라며 “특히 강바닥 저층수는 수질이 더욱 나쁘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질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영산호에는 20년째 양식장이 운영되고 있다. 붕어와 잉어 등을 잡는 내수면 어선도 1백70여 척에 이르는 등 여전히 어민들의 생계 터전인 셈이다. 강 상류로 거슬러 갈수록 고깃배들은 많아졌다. 함평군 사포나루에는 20여 척의 어선이 정박해 있었다. 하지만 강의 오염이 심해지면서 기형 어류가 출현하고,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면서 어업으로만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전남 영암군 나불리에 사는 한남호 선장 전도영(56) 씨는 “나불도 선착장 인근에만 예전에 30가구가 넘게 살았지만 지금은 거의 다 떠나버렸다”며 “풍요로웠던 영산강이 죽음의 강으로 변하면서 주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루빨리 수질 및 치수 개선을 통해 영산강을 살리고 예전처럼 배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강폭이 좁아지며 수심이 급격히 얕아졌다. 탐사선은 수심이 깊은 곳을 찾아 조심스럽게 갈지자로 움직이며 강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러다 사포나루 인근에서 한남호가 갑자기 멈춰섰다. 강물 속을 떠다니던 폐그물이 스크루에 걸린 것이다. 더 이상 운행이 불가능했다. 나주 석관정까지 거슬러 올라가려던 영산강 탐사는 결국 사포나루에서 끝났다.
 

홍석태 전남도 건설방재국장은 “폭 2백 미터가 넘는 강이 이 정도로 수심이 얕아진 것은 수십 년 동안 강 밑바닥에 쌓인 퇴적물 때문”이라며 “유량을 확보하고 수질을 개선하려면 준설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를 타고 둘러본 모습은 오염된 영산강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여전한 둔치의 불법 경작, 영산호 일대에 쳐진 불법 삼각망과 가두리 양식장 등은 수질 개선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었다.
 

영산강 수계는 유역 내 토지 구성 중 농경지가 33.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4대 강 중 농경지 비율이 가장 높다. 영산강 둔치 경작지에서 비료나 농약이 여과 없이 빗물 등에 쓸려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경작지 중 70퍼센트는 불법 경작지로 조사됐다. 영산강 유역 경작으로 생긴 오염원이 수십 년 동안 영산강으로 흘러들어가 생태환경을 파괴했던 것이다. 영산강 인근 주민들은 “이제야 영산강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면서 “살기 좋고 물 좋은 영산강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탐사에서는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정부의 강 살리기 사업은 소규모 댐을 만들고 강바닥을 파내는 대규모 토목공사처럼 보인다”며 “생태계를 보전하고 개선하는 사업으로 지금이라도 시간을 두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면서 천천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최원일(광주일보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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