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봄이면 강바닥이 드러나고, 오염된 물은 사용하기 두렵습니다. 반대로 여름이면 강물이 넘쳐 한바탕 물난리가 납니다. 홍수와 가뭄을 반복적으로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클 겁니다.”
영산강 유역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한 주민의 이야기다. 이처럼 강이 제구실을 못하면 지역 주민들의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매년 봄과 여름이면 가뭄이나 홍수로 고생하고, 오염된 강물에선 더 이상 물고기를 잡을 수 없어 생계를 잇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때 ‘남도의 젖줄’이던 영산강은 지금 ‘죽음의 강’으로 불린다. 하천으로서의 기능이 둔화돼 자연재해를 막지 못하고, 수질도 4급수로 떨어져 수생태계가 파괴됐다. 이렇게 영산강이 황폐해진 데는 1981년 건설된 하굿둑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바닷물 범람을 막고 여름 수해가 심각한 함평천을 살리기 위해 1972년 ‘영산강유역종합개발사업’이 시작됐다. 그런데 하굿둑이 들어서자 강 하류 물길이 막히면서 강 흐름이 느려졌다. 상류로부터 흘러들어온 공장 폐수, 각종 퇴적물, 쓰레기 등이 쌓이면서 수질오염이 심해졌고, 생태계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또한 담양호, 장성호 등 4개 댐이 농업용수로만 사용돼 가물면 하천이 말라붙기 일쑤였다. 따라서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수질 개선과 홍수 예방에 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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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발표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서 확정된 영산강 살리기 사업 예산 규모는 총 2조6천4백61억원으로 당초 계획된 1조5천5백3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났다. 4대강별 유역 면적이나 하천 길이로 봤을 때 예산 반영 규모가 큰 편이다.
예산은 물 확보, 수질 개선, 생태 복원 등 영산강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집중돼 있다. 먼저 나주에 죽산보와 승촌보 등 2개의 보를 설치해 4천만 세제곱미터의 용수를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보를 설치하면 수량이 풍부해져 오염물질을 희석시키고, 보에 저장된 수량은 하천유지용수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영산강 하굿둑부터 담양댐까지 하도를 준설한다. 또한 농업용 저수지, 강변 저류지, 홍수 조절지 등을 신설해 1억2천만 세제곱미터의 홍수조절 용량도 확보할 계획이다. 섬진강 20킬로미터를 포함해 오래되고 낡은 둑을 보강하고, 영산강 하구둑도 증설하면 홍수 발생 시 영산호 내수위가 약 30센티미터 낮아져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영산강은 4대강 중에서도 수질오염이 심각한 강이다. 따라서 하천 수질 개선을 위해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고 비점오염원을 중점 관리하는 사업도 펼친다. 정부는 광주천을 최우선관리지역으로, 영산강 중류와 하류를 핵심관리지역으로, 영산강 하구언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선정해 현재 4~6급수인 강물을 2012년까지 2급수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요 4개 지역에 하수처리장, 마을 하수도, 가축분뇨 처리시설, 빗물침수 저류시설, 생태 유수지 등의 시설을 대폭 확충해 수질 개선에 힘쓸 예정이다.
영산강 생태복원사업은 하천의 환경생태 기능을 회복하고 자연정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천 내 농경지 정리, 구하도 복원, 생태습지 조성 등과 함께 섬진강을 포함한 총 1백30킬로미터의 생태하천 조성이 이뤄진다.

이 밖에도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하천변에 상·하류를 연결하는 자전거길을 만들고 휴게시설도 설치한다. 또한 수변공간에는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을 배치하고 목포에서 광주를 잇는 뱃길도 복원한다.
영산강 살리기 본사업과 별도로 섬진강 등 주요 지류 하천을 정비하고 하수처리시설을 확충하는 직접연계사업도 추진한다. 섬진강 쪽은 농업용 저수지를 비롯해 노후제방을 보강하고 생태습지와 생태하천을 조성한다. 또 강 하구에서 섬진강댐까지 자전거도로를 설치한다. 하동군청 환경수산과 이재만 씨는 “섬진강 맑은 물 생태탐험 전망대, 섬진강 경관 조명 설치 등 문화·관광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강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는 전라권(광주, 전남, 전북, 제주)에서만 영산강 살리기 사업 등을 통해 6조7백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5만4천4백명의 취업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능직 및 기계 장비공, 관리 및 사무직 등 다양한 분야에 일자리가 생겨나는 셈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연구위원은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전라권에서만 건설업 3만6천3백명, 제조업 3천6백명, 서비스업 7천2백명 등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공사비가 많은 지역과 건설업 연관성이 높은 산업이 발달한 지역일수록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4대강 살리기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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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지역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천사업 공사발주 입찰 조건에서 지역 업체의 참여 비율을 높였다. 조달청 시설총괄과 오건수 사무관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6월 29일자로 개정한 국가계약 관련 회계예규 및 고시 내용을 이번 4대강 사업 턴키 입찰공고부터 적용했다”고 말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한해 공사 규모에 상관없이 지역 업체 의무참여 비율을 일반 공사 40퍼센트 이상, 턴키 공사 20퍼센트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는 국가기관 발주공사의 경우 76억원 이상이면 지역 업체 의무참여 비율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던 종전 규정에서 벗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돕는 획기적인 조처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문화·관광자원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문화·관광자원은 그동안 주민으로부터 멀어졌던 강을 다시 주민들 품으로 되돌아가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우선 4대강에 건설되는 보들이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 역사나 전설 등 이야기가 담긴 디자인으로 설계해 이를 관광·레저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영산강의 경우 나주 승촌보를 ‘생명의 땅’인 나주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생명의 문’으로 형상화할 예정이다.
이미 황포돛배 관광선 등으로 영산강 문화체험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주시는 고대 목선인 나주선을 복원할 계획이다. 나주시청 문화관광과 윤지향 씨는 “10세기를 전후로 영산강과 나주를 오갔던 고대 목선을 사업비 8억원을 들여 내년 말까지 복원해 영산강의 대표적 상징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주선은 지난 2004년과 올 3월 영산강에서 발굴된 목선을 토대로 복원해 관광 유람선 형태로 운항된다. 이 배는 길이 29.9미터, 너비 9.9미터, 깊이 3.16미터의 92톤급으로 60명의 관광객이 승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또한 접이식 돛을 설치해 교량 통과에도 대비할 예정이다. 현재 황포돛배가 오가는 나주 공산면 다야뜰 주변을 운항하다가 장기적으로는 나주 영산포에서 죽산교까지 10여 킬로미터 구간을 운항할 예정이다.
전남도는 국비와 도비 총 4억원을 들여 영산강 하굿둑에서 무영대교까지 20킬로미터를 운항할 영산강 황포돛배를 만든다. 전남도청 관광정책과 심남식 씨는 “영산강 황포돛배는 내년 4월 취항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영산강변 지역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외적으로 영산강을 홍보하고, 주민 생활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후 동신대 관광학과 교수는 영산강변 관광사업 활성화와 뱃길 복원사업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영산강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앞으로 박물관, 테마파크 등 영산강의 문화·관광자원을 만들어 지역의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영산강 살리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물 부족과 홍수 피해를 해결하고 수질 개선과 하천 복원으로 생태계가 회복돼 영산강이 ‘생명이 깨어나는 강’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지역경제를 살리는 ‘호남의 젖줄’이 될 전망이다.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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