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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1. 지난 6월 28일 새벽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수원시 팔달구 매산동의 한 술집에서 폭력조직 관련 정보를 수집하다 폭력조직원들에게 30여 분간 집단구타를 당했다. 두 경찰관 중 한 명은 얼굴 등에 중상을 입었다. 지난 3월 7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추모집회가 끝난 뒤 일부 참가자들이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인근에서 서울 혜화경찰서 최 모 정보과장을 폭행하고 지갑까지 빼앗았다.
경찰이 매를 맞는다. 경찰관이 범인에게 피격당한 건수는 2004년 2백31건에서 2008년 4백65건으로 2배나 늘었다. 시위진압으로 인한 공상(公傷)도 2004년 36건, 2005년 27건, 2006년 63건, 2007년 19건이던 것이 2008년 48건으로 증가했다.
 

#2. 인기그룹 ‘빅뱅’은 온라인 불법 다운로드를 받는 ‘웹보드’에서조차 ‘톱 랭커’였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가 지난 4월 불법복제물 단속 통계를 분석한 결과 빅뱅이 온라인상 불법복제물 단속 순위인 웹보드 차트에서 8천8백3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저작권보호센터가 4월 27일부터 ‘2009 서울클린 1백일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서울 전 지역과 수도권 고속도로휴게소 등지에서 불법복제 DVD와 CD, 게임소프트웨어 등을 단속한 결과 DVD의 경우만 4월 3만7천3백34점, 5월 6만5천9백88점을 적발했다.이 가운데는 <엑스맨 탄생:울버린> <노잉> 등 국내 개봉 외화도 있었지만 <12라운드> <피스트 오브 러브> 등 미개봉 외화도 있었다.
 

#3. 지난 6월 9일 민주당 소속 의원 수십 명은 ‘6·10 범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던 서울광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찰이 친 폴리스라인(경찰저지선)을 무시하고 들어가 1박2일간 연좌농성을 벌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18일에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출입문을 쇠망치와 전기톱으로 부숴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한나라당은 올 3월 ‘국회폭력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s)’은 이 지경이다. 무질서의 작은 시발점을 의미하는 ‘깨진 유리창’은 이미 온 사회에 파급돼 있다. 매 맞는 경찰 얘기가 하루 이틀이 아니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청소년에서부터 사회의 어른이어야 할 국회의원까지 무심하게 불법과 탈법을 오간다.  

일상생활에서의 ‘깨진 유리창’은 언급하는 것조차 번거로울 정도다. 특히 길거리는 무질서의 집합소와 같다. 아침이면 거리의 환경미화원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와 담배꽁초, 오물을 치우느라 허리가 휜다. 도로 위에서는 무단횡단, 차선 끼어들기, 신호위반 등이 수두룩하다. 시속 30킬로미터 이내로 주행해야 하는 학교 앞 ‘스쿨 존’에서도 질주하는 자동차들, 인도 위에는 오토바이가 내달리고 도로에 가판을 세운 노점상들은 당연한 듯 장사를 하고 있다. 전봇대에 부착된 불법 광고물, 현수막도 모두 거리의 불청객들이다.
 

온 국민이 가장 무심하게 저지르는 무질서가 불법 다운로드다. 돈 내고 정품 구입하면 바보가 된다. 특히 청소년들의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무감각은 심각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사례는 2006년 1만9천80건에서 2007년 2만5천2백71건, 2008년 9만1천6백83건으로 급증했다. 이 중 청소년 저작권법 위반사범은 2006년 6백15명에서 2008년 2만3천4백87명으로 무려 38배나 늘었다.




대체 왜 이렇게 우리 사회에 무질서와 불법이 만연하는 것일까.
 

한국법제연구원의 ‘2008년 국민법의식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8퍼센트가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법이 준수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법대로 하면 손해 보니까’(33.5퍼센트), ‘법을 지키는 것이 번거롭고 불편해서’(24.1퍼센트)라고 답했다. 법대로 살면 손해고 불편하다는 인식이 무질서와 불법을 양산하는 것이다.
 

산업정책연구원(IPS)이 평가한 우리나라의 법질서 지수는 66개국 중 중간인 30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최하위권인 75점으로 OECD 국가 평균 90.3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서 불법시위를 통한 의견 수용률은 42.4퍼센트로 합법시위(28.2퍼센트)보다 2배가량 높았다. 결국 우리나라의 법치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낮고 불법 시위가 통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의미다.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생각은 법적인 갈등해결을 선호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
 

고려대 윤인진 교수(사회학)는 지난해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한 공개 정책토론회에서 “우리 사회에 갈등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91.1퍼센트”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은 응답자의 35.5퍼센트가 답한 ‘계층 간 갈등’이었고 다음이 지역 갈등(22.7퍼센트), 노사 갈등(19.7퍼센트) 순이었다. 반면 갈등 조정 방식에서는 △국가기관이나 국가정책과 관련해서는 29.5퍼센트 △사기업이나 사적기관 관련해서는 35.2퍼센트 △이웃 간의 갈등에 대해서는 9.8퍼센트만이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응답을 했다. 그만큼 법에 대한 신뢰와 인식이 낮은 것이다.

 


 

윤 교수는 “원론적인 차원에서는 공익을 우선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개인 이기주의와 집단 이기주의가 갈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불법 시위와 집단행동으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국가 전체, 국민 모두에게 전가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세계투자 보고서’에서 드러난 외국인 직접투자(FDI) 실적 감소는 우리 경제의 어려운 위치를 한눈에 보여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FDI 순유입액은 26억3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46.1퍼센트나 줄었다. 세계 순위는 47위에서 60위로 밀렸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5월 20일 발표한 ‘2009년 세계 경쟁력 평가’에서 FDI(52위), 노사관계 생산성(56위)은 최하위권이었다.
 



 

올 1월 신설된 국가브랜드위원회(위원장 어윤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5위지만 국가브랜드 가치는 33위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올 3월 발표한 ‘도시가 경쟁력이다’라는 보고서에서 서울의 가치는 도쿄의 20퍼센트에 그쳤다.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일제는 1백39달러에, 우리나라 제품은 1백 달러에 팔리는 상황이다.
 

국민이 스스로 법질서를 준수하도록 하려면 사회지도층, 특히 정치권의 솔선수범이 절실하다. KDI가 2006년 실시한 조사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지수가 3.2로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지수 4.0을 밑돌았던 사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스스로 법을 어기는 국회의원, 대화보다는 농성과 몸싸움에 능한 폭력적 정치행태에 익숙한 우리 눈에 얼마 전 미국에서 하원의원들이 순순히 경찰에 체포되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난 4월 27일 미국 연방 하원의 존 루이스 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의원 5명은 워싱턴DC의 수단대사관 앞에서 수단 정부의 인권탄압을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루이스 의원 등이 시위 도중 폴리스라인을 넘어 수단대사관 쪽으로 다가갔고 경찰은 주저 없이 루이스 의원 등의 손을 노끈형 플라스틱 수갑으로 채워 연행했다. 체포되는 의원 누구도 항의하지 않았다.
 

재단법인 ‘행복세상(이사장 김성호)’은 6월 24일 법질서 글로벌컨퍼런스를 개최한 뒤 ‘우리 사회 각계에 드리는 제언’을 통해 “사법기관과 법집행기관은 사회 일각에 불법행위의 빌미를 줄 수 있는 사회지도층의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불법 집단행동, 사이버테러 등 기초질서 저해행위는 반드시 불이익을 받도록 무관용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누구든지 법을 지켜야 한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법 적용에 권력과 금력의 예외를 없애고 타인과 사회에 원인을 돌리는 온정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소한 불법이라도 무관용 원칙에 따라 명확한 잣대를 들이밀어야 한다는 얘기다.
 

법질서 확립은 경제성장에도 중요한 요소다. 법질서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경제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낮고 경제성장 가능성은 높기 때문이다.
 

차문중 KDI 산업기업경제연구부장은 “세계 주요 국가의 법질서 수준과 경제성장을 비교해보면 1990년부터 2006년 사이 법질서 수준이 극히 낮은 국가가 겪은 경제위기는 평균 2.3회였지만 법질서 수준이 높은 국가는 0.4회에 그쳤다”며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볼 때 법질서가 안정된 나라의 경제성장이 더 빠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한번 경제성장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즉 ‘소프트 파워’를 제대로 구비하고 투명성, 생산성,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 변호사(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는 “지금 우리 사회는 법치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던 속성이 굳어져 절차와 법을 어기고 개인과 집단의 주장을 펼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법치 회복을 위해서는 원칙과 절차를 따라 법치를 회복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특정 세력에 대해 눈치 보지 말고 법리대로 풀어나가 민주사회에서 문제 해결 방법은 법질서밖에 없다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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