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팀장님,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라 집에 가봐야겠습니다.” “아, 그러세요. 그럼 내일 봅시다.”
회사에 다니는 엄마가 자녀 때문에 일찍 귀가하겠다고 하면 흔쾌히 “그러라”고 답할 상사나 회사가 있을까? 어쩌다 한 번이면 모를까, 휴가를 내면 모를까. 매일매일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아이 때문에 집에 가봐야겠다고 하면 대부분 “그건 당신 사정이고”라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아니, “집에서 아주 푹 쉬라”며 책상을 뺄지도 모를 일이다.
팀 플레이를 통해 이윤 창출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조직에서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원칙을 앞세워 회사 일을 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때문에 자녀를 맡길 마땅한 사람 혹은 장소가 없는 워킹맘, 때로는 워킹파파의 심적 부담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맞벌이 부부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이다.
적은 비용으로 학과시간 이후에도 학교에서 보충학습 등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특기적성교육까지 시켜줌으로써 부모가 전담해야 했던 보육과 교육,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의 제도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남자아이와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느라 여러 가지로 분주하고 정신이 없었답니다. 가끔씩 직장 일로 늦어질 때면 늘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 걱정에 안절부절못했지요. 하지만 도이초등학교를 만나 2009년부터 이런 걱정이 싹 사라졌어요. 우리 아이는 꿈나무 안심학교에 다닙니다.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꿈나무 안심학교에 다녀서 방과 후에도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 2학년 조채은 엄마 김지윤
“향남에 이사 와서 1학년이 되는 아이 걱정에 직장을 그만두려 했습니다. 취학통지서를 내러 가던 날 선생님의 안내로 안심학교를 알게 되었지요. 하지만 내성적인 우리 아이가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또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이제는 정말 걱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아이는 점점 밝아지고,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에 점점 안심학교에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중략…
정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꿈나무 안심학교가 다른 학교에서도 활발히 운영돼 좀 더 많은 맞벌이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1학년 학부모 박서연

경기 화성시 향남읍에 위치한 도이초등학교 홈페이지 ‘학부모 참여마당’에 올라온 글 가운데 일부다. 지난해 10월 개교한 신생학교인 도이초교는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인 ‘토요 틈새학교’ 등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나아가 지역사회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경기도교육청도 공교육 강화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끌어올린 모범사례로 도이초교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정도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공교육의 본보기로 부상하고 있는 도이초교를 7월 1일 찾았다.
화성시 향남읍 택지개발지구 한가운데 자리 잡은 도이초교는 현대적 시설이 일단 눈길을 사로잡는다. 운동장에는 인조잔디가, 운동장 가장자리에 설치된 트랙에는 우레탄이 깔려 있어 첨단을 달리는 학교라는 느낌을 준다. 교실마다 설치해놓은 대형 벽걸이TV도 인상적이다. 도이초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30분. 학과시간이 끝나고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학교 건물 1층 오른쪽 끝에 위치한 ‘도이 꿈나무 안심학교’에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모두 21명의 학생이 한데 모여 왁자지껄 뛰어놀고 있었다. 꿈나무 안심학교는 경기도와 화성시가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 자녀들의 보육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일종의 돌봄학교다.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운영되는 안심학교에서는 특기적성교육은 물론 교과보충학습까지 이뤄지고 있다.
학과시간 이후 자녀를 믿고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던 부모들에게 꿈나무 안심학교는 인기가 높다. 도이초교 연구부장 조미영 교사는 “재학생의 76.8퍼센트가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 자녀가 많아 안심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꿈나무 안심학교는 교육과 보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개인별 맞춤교육을 실시하고,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방과후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하루 두 차례 요일마다 다른 특기적성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오후 1시 20분부터 2시 40분까지 첫 특기적성 시간에는 월요일 래덕스 게임, 화요일 어린이 요가, 수요일 북아트, 목요일 한자, 금요일 어린이 요가 등의 프로그램이, 3시 10분부터 4시 30분까지 특기적성 시간에는 컴퓨터와 독서논술, 종이 접기, 동화 구연, 글자쓰기(POP) 프로그램이 요일을 달리해 운영된다.
특기적성교육은 해당 프로그램에 정통한 전문강사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육강사는 나머지 시간에 취미, 예능, 과학, 체육 활동을 돕는다. 또 저녁시간에는 전담교사가 국어와 수학 과목에 대해 교과보충학습을 실시한다.

특히 꿈나무 안심학교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토요 테마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3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화성시보건소를 찾아 ‘장애예방교육’과 ‘교통안전교육’을 받았고, 4월에는 발안도서관에서 ‘도서관체험’과 ‘로봇교실체험’을 했다. 5월에는 화성시청소년센터 하내테마파크에서 도자기공예와 비누공예 등 공예활동을 했고, 6월에는 대부도 탄도항에서 ‘갯벌체험’을 했다.
경기도와 화성시의 지원으로 꿈나무 안심학교가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학부모도 경제 형편에 따라 급식비와 간식비, 특기적성 활동비와 체험 활동비 등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 다만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 간식비 명목으로 최소 경비 2만원만 내면 이 모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는 김송이(2학년) 어린이는 1학년인 동생 김하늘 어린이와 함께 학과시간 이후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안심학교에 머문다. 송이는 “안심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놀 수 있어서 좋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도이초교는 재정 지원을 받는 꿈나무 안심학교 외에도 학교 자체 예산을 들여 돌봄학교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자체 운영하는 돌봄학교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22명의 학생이 전액 무료로 참여하고 있다. 돌봄학교에서는 국어와 수학 보충학습 지도를 받을 수 있다.
3층에 위치한 돌봄교실에는 고학년과 저학년이 서로 다른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학습을 하고 있었다. 보육교사는 학생들 사이를 돌며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돌봄학교는 ‘돌봄’이라는 보육 기능에 1차적 목적이 있지만 학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학습’과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꿈나무 안심학교와 돌봄학교는 맞벌이 부부 혹은 한부모 자녀에게는 꼭 필요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학교에 진학하는 아이 걱정에 직장을 그만둘 생각을 했던 학부모가 안심학교와 돌봄학교 덕에 마음 놓고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어 학교 측에 감사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만큼 절실하게 요구되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하교 이후 어린 학생들이 사교육시장에 내몰리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 자녀 더 공부 시키겠다’는 부모 욕심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늦게까지 직장에서 일해야 하는 엄마들이 학원 등에 비용을 지불해가며 자신의 빈 공간을 채워주도록 위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심학교와 돌봄학교가 ‘보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특기적성교육에 방점이 찍혀 있다. 사교육이 아니더라도 자녀 특성에 맞는 특기적성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정부와 학교가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도이초교의 경우 플루트와 댄스스포츠, 컴퓨터, 종이 접기, 서예, 독서논술, 그리기, 로봇교실 등 11개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이초교 추홍엽 방과후 부장은 “재학생 4백66명 가운데 약 70퍼센트의 학생이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학생과 학부모의 호응도가 높다고 한다. 컴퓨터와 독서논술 등 수강료가 가장 비싼 프로그램의 3개월 수강료가 6만8천원으로 학부모 부담도 최소화했다.
도이초교 재학생은 물론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토요 틈새학교’는 한때 참여 인원이 1백80명에 이를 정도로 지역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다.
도이초교 정혜순 교감은 “우리 학교는 돌봄과 나눔, 베풂이 있는 방과후 학교를 지향하고 있다”며 “이런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 참여하는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 어른들이 많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정 교감은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학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이 우리 학교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널리 확산돼 더 많은 맞벌이 부부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 자녀의 보육과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밤 9시까지 운영하는 ‘종일 돌봄교실’을 올해 전국에서 3백 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글·구자홍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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