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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기업들 인재 확보 위해 저출산 해결 나서



 

“첫째 제인이(4)는 일반 어린이집, 둘째 수인이(2)는 회사 보육시설에 맡기니 두 곳이 얼마나 다른지 알겠더라고요. 회사에서 직원을 배려해 운영하는 직장보육시설은 모든 면에서 아이와 부모를 배려해준다는 점에서 확실히 달라요.”

김민경(38·아모레퍼시픽 고객상담팀) 씨는 출근하면서 두 아이를 각각 다른 곳에 맡긴다. 제연이는 서울 용산로 한강로 회사 근처 일반 어린이집, 수인이는 회사 바로 옆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서울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만 5세가 돼 이곳을 졸업한 제연이가 최근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면서 김 씨가 느끼는 차이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저처럼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엄마는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아 불안하잖아요. 회사 어린이집은 이런 엄마 마음을 잘 알아요.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잠깐 들러도 되고요. 직장인 부모의 사정에 따라 문 여는 시간을 조정해주니 시간에 맞추기 위해 동동거리지 않아도 됩니다.”

아모레퍼시픽 서울 어린이집의 양수정 원장은 “회사가 육아를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가 어린이집 운영에 반영된다”며 “회사 인트라넷에서 부모와 선생님이 상담을 하는 등 직장인 육아의 특수성을 잘 살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 어린이집은 지난해 가을 일본 공영방송 NHK에 직장보육시설 우수 사례로 보도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직장보육시설을 일찌감치 도입한 회사다. 2004년 서울 어린이집을 연 데 이어, 2005년에는 경기 용인시 기흥의 기술개발원과 인재개발원 직원들을 위해 용인 어린이집을 열었다. 2007년 문을 연 수원 어린이집까지 합치면 모두 3곳이다. 이들 보육시설은 대부분 만 1~4세까지 한창 부모 손이 필요한 영·유아들을 돌봐준다.

한국프뢰벨의 편민(33)·정혜경(32) 씨 부부는 세 살 된 아들 아인이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프뢰벨어린이집에 맡긴다. 회사 안에 어린이집이 있으니 아침마다 아이와 헤어지는 발걸음이 가볍다. “아이가 아프면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소아과를 찾는다. ‘눈칫밥’을 먹지 않고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으니 업무 집중도가 높다”는 게 이들 부부의 얘기다.

임신 7개월째인 정 씨는 “직장 어린이집 덕분에 육아에 자신감이 생겨 둘째를 갖게 됐고, 다른 직장 동료들도 둘째를 갖는 데 부담을 별로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는 출산 예정인 여직원이 10여 명이다.

이곳 프뢰벨어린이집에는 생후 7개월에서 만 3세까지 아이들 20명이 있다. 모두 한국프뢰벨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맡기는 아이들이다. 서울 본사 직원 가운데 여성이 70퍼센트인 이 회사에서 3~10년차의 경력 있는 여성 인재를 붙잡아두는 방법은 바로 어린이집이었다.

이들 회사처럼 사내 직장보육시설을 운영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서울아산병원, 포스코, 현대중공업, 엔씨소프트, SK에너지 등이 직장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서울 가산동, 경기 평택, 경남 창원, 경북 구미 등 주요 사업장에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서울 소공동 본점에 사내 어린이집을 열고 전국 점포로 확대할 예정이다.

푸른보육경영은 2003년 3월에 대교, 하나은행, 한국IBM 등 세 회사가 공동으로 자녀 보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공동 직장보육기관이다. 공동 운영 취지에 공감하는 회사가 늘면서 지금은 NHN, 포스코, 한국철도공사, 금융감독원, LH공사, SBS, CJ제일제당 등에서 위탁한 직장보육시설과 직영시설을 합쳐 전국에서 45개 직장보육시설을 운영한다.

중소기업 공동으로 직장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대전시의 뿌리와 새싹어린이집은 대덕테크노밸리 인근 45개 업체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직장보육시설이다. 이곳은 정부의 직장보육시설 지원금과 기업 출연금을 합쳐 2008년 11월 문을 열었다.

유한킴벌리는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는 문화를 국내 기업 중 가장 모범적으로 뿌리내린 곳으로 꼽힌다. 2008년 말 유한킴벌리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시행한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선정됐고, 유니세프한국위원회로부터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로 뽑히기도 했다. 또 같은 해 한겨레신문이 발표한 ‘여성 배려와 가족친화경영이 잘 이루어질 같은 기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임신부의 경우 태아 검진시간과 탄력적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산전 2개월·산후 90일 휴가뿐 아니라 유·사산 휴가도 쓸 수 있다. 또 아이를 출산했을 때 정기 육아휴직 또는 시간제 육아휴직도 가능하며, 수유나 휴식을 위해 서울 강남 본사와 경기 군포, 대전, 경북 김천의 3개 공장에서 운영하는 전용 모성보호시설인 ‘느티나무 그늘방’을 사용할 수 있다.

아이의 성장 주기에 맞춰 자녀 교육비도 지원한다. 취학 전 2년 동안 2백40만원의 유아교육비를 주고, 대학 졸업 때까지 학자금을 지급한다. 또 사원뿐 아니라 사원 가족의 정신건강을 보살펴주는 전문가 상담 프로그램과 가족 간병을 위한 휴직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 PR실 김영일 과장은 “유한킴벌리의 가족친화경영은 출산과 육아 지원에만 한정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일과 삶을 조화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정부에서도 유한킴벌리와 같은 모범 사례를 발굴해 널리 홍보하고 있다. 여성부는 2008년 12월 대한항공과 첫 ‘여성친화 기업문화 확산 협약식’을 가진 데 이어 CJ제일제당, KT, SK텔레콤 STX조선 등 지금까지 모두 8개 기업과 여성친화 기업문화 확산 협약을 체결했다. 여성친화 기업이란 여성 인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일하기 좋은 기업을 뜻한다.

지난해 6월 금융권 최초로 여성친화 기업문화 확산 협약을 체결한 KB국민은행은 여성 관리자 비율을 당시 13.6퍼센트에서 매년 2퍼센트 포인트 늘려 2013년까지 21퍼센트로 올리기로 한 협약을 착착 진행 중이다.

NHN은 협약을 계기로 현재 34퍼센트인 정규직 여성인력 비율을 2013년까지 40퍼센트 이상으로 늘리기로 하고, 모유 수유실과 어린이집을 짓기로 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만 1년간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탄력근무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글·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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