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민의 고통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사교육 부담입니다. 학교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방식으로 사교육을 줄여야 합니다. 경쟁력 있는 고품질 공교육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확실히 끊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사교육비 절반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여기에는 한국의 교육 현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이 담겨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교육 왕국’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조사한 2009년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21조6천억원. 지난해 서울시 총예산(21조4백69억원)을 뛰어넘는다. 2001년(10조7천억원)에 견주어 2배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학생 1명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4만2천원.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은 초등학생이 평균 8.6시간으로, 고등학생(4.3시간)의 2배나 되는 시간을 학원이나 학습지,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에 바쳤다.
![]()
이러한 한국의 교육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주 언급해 화제다. 지난해 3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교육개혁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어린이들은 매년 한국의 어린이들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1개월이나 적다”고 아쉬워했다.
지난해 말에도 “미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한국처럼) 학교와 학부모들이 분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에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나눈 대화를 인용해 “그들(한국 부모)은 자녀들이 수학, 과학, 외국어 등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다 잘하기를 원한다”며 “다른 나라보다 교육을 더 잘 시키는 나라가 미래에 이길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자녀들이 탁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 일변도로 인용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실제로 한국의 남다른 교육열은 국가 경제성장에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22일 라디오 연설에서 “자본도 자원도 경험도 없었던 우리가 짧은 기간에 여기까지 온 것은 바로 교육의 힘이 크다. 선진일류국가가 되는 길에도 교육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교육 열풍은 경제성장을 이뤄낸 이후에도 식을 줄 모른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한국은 경제개발 초기는 물론 지금도 고등교육 비중이 상당히 높은 나라다. 산업화 시대의 ‘우골탑’과 세계화 시대 ‘기러기 가족’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유별난 교육열은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중심축 가운데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고 지금도 과열돼 있는 교육열을 하루아침에 식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발표한 ‘2009년 사교육 의식조사’는 사교육을 시키는 가장 큰 이유로 ‘기업체 채용 시 출신대학 중시’를 꼽았다. 대다수 국민들은 자녀가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야 더 높은 사회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사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공부 잘하는 학생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액이 훨씬 많다.
2009년 소득별 사교육비 지출 현황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 7백만원 이상 고소득 계층과 1백만원 미만 저소득 계층의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무려 8.4배로 벌어져 있다. 고소득 가정에서는 학생 1인당 월 51만4천원, 저소득 가정에서는 6만1천원을 지출했다. 또한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성적순으로 분포돼 성적이 좋을수록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적이 상위 10퍼센트에 드는 학생의 경우 하위 20퍼센트 이내 학생에 비해 사교육비를 2.3배 더 지출했다.
정부가 지난 2년간 교육복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것도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데 첫 번째 목적이 있다. 교육복지는 사교육비 지출을 줄여 취약계층 학생들도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 학원에 가는 대신 저렴한 비용 또는 무료로 보충수업을 해주는 방과후 학교 활성화, 3년 내에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사교육 없는 학교’ 선정, 영어교육 기회가 적은 농산어촌학교 대상 영어 원어민 교사 파견, EBS 방송강의 강화 등이 그런 사례다.
이들 사교육 수요 대체 정책의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방과후 학교에 참여한 학생은 미참여 학생보다 사교육비를 연간 53만원 적게 지출했다. 또 ‘스타 강사’ 확보 등에 주력한 EBS의 수능강의를 들은 고등학생은 사교육비를 연간 19만5천원 절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2009년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비해 미미하나마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0.25퍼센트 포인트 감소해 사교육비 조사가 시작된 2001년 이래 최초로 감소세를 보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7월부터 사교육 억제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
정부는 경쟁력 있는 고품질 공교육을 위해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정책도 적극 추진해왔다. 2008년부터 농산어촌 기숙형 고교, 자율형 사립고·공립고, 마이스터고 등 다양한 학교 4백 개교를 지정해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을 살릴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했다. 점수 위주의 선발에서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 인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입시전형 제도도 정착되고 있다. 2009년부터 도입한 대학 입학사정관제, 올 연말 외국어고와 국제고에서 처음으로 시행할 자기주도학습전형 등이 그것이다.
교육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명박 대통령은 2월 22일 라디오 연설에서 “매월 교육개혁대책회의를 열어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3월부터 1년간 열릴 교육개혁대책회의는 교육 현장을 돌면서 현안을 챙길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교육민생 분야를 주제로 대입제도 선진화, 학교 다양화, 교원제도 혁신, 대학교육 강화, 교육과정 및 교수법 혁신 등을 우선 다루게 된다. 하반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고려해 국격(國格) 향상과 관련한 교육 과제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첫 회의는 3월 2일 대학입시 개혁을 위한 입학사정관제 활성화를 주제로 열렸고 4월부터는 매달 셋째 주 수요일에 열린다.
글·최은숙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