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터널에 들어서면 1970년대나 1980년대 그 시절 만화가게와 전자오락실이 펼쳐진다. 지금 30, 40대들의 어린 시절 추억 속에 고스란히 새겨진 장소들이다.
9월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콘텐츠 페어 행사장의 ‘킬러 콘텐츠 터널’ 이야기다. 관람객들이 긴 터널 모양을 지나며 우리나라 대표 콘텐츠들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한 전시기획 공간이다.
이 공간의 첫 주제가 바로 앞서 이야기한 게임과 만화다. 이어서 인기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 다양한 상품으로 만날 수 있는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다.
OSMU는 사랑받는 콘텐츠의 힘이 가장 생생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여러 킬러 콘텐츠 중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가 눈에 들어온다. 게임에서 시작해 출판, 음악, 애니메이션, 각종 상품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며 황금알을 낳고 있는 대표 킬러 콘텐츠다.
라그나로크뿐 아니다. 사실 국내에서 OSMU의 선두주자들은 대부분 게임이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역시 게임에서 출발해 학용품과 만화, 학습만화 등으로 끝없이 증식하고 있다. 직접 참여하며 즐긴다는 속성 때문에 게임은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의 애정도 높은 편이다. 이런 애정은 OSMU를 통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데 최적의 조건이다.
콘텐츠는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하는 문화이며 동시에 창조적 경제로의 도약에 꼭 필요한 필수 요소다. 미래 콘텐츠의 핵심엔 다른 무엇보다 게임이 자리 잡고 있다. 게임은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아니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장을 개척하다시피 한 우리나라 특산 콘텐츠다.
“게임이 뭐 대단한가요? 그까짓 거 애들 장난이죠”라고 생각한다면 이미 세상 돌아가는 트렌드에 뒤떨어진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오늘날 세상에서 게임이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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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게임 수출액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자랑인 자동차 8만 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액수다. 우리나라 게임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는 2008년 기준 2조7천5백56억원에 이른다. 1990년대 후반 텍스트와 채팅으로 즐기는 머드(MUD) 게임으로 시작한 온라인 게임 시장이 10년 만에 3조원 가깝게 성장한 것이다.
휴대전화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 시장만도 2천억원 규모다. PC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 닌텐도나 X박스 같은 콘솔 게임은 제외한 수치다. 우리나라 영화시장 규모가 6천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게임산업은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4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게임업체 블리자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올해 1분기에 3억 달러 넘게 벌어들였다. 영화 <타이타닉>의 흥행 수익이 6억 달러였다. 
게임산업 규모는 이미 영화산업을 뛰어넘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NPD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엔터테인먼트로 ‘게임’을 선택한 사람은 63퍼센트, ‘영화 관람’은 53퍼센트였다.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2007년 기준 9백23억 달러, 2010년 1천1백78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게임이 “그냥 놀거리 아니냐”고 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게임이 중독과 폭력성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 아니냐, 시장이 크다고 문제가 없다는 것이냐는 주장도 있다.
게임은 재미를 위해 하는 놀이가 맞다. 하지만 오늘날 어른들이 ‘제대로 된 문화’라고 생각하는 영화나 TV, 소설, 만화 등도 대부분은 재미를 위해 소비하는 미디어 콘텐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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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미디어 역시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아이들을 겨냥한 유치한 놀음으로 여겨졌다. 주로 폭력과 섹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입지를 굳혔다. 새로운 미디어들은 처음 나올 때에는 하나같이 ‘폭력을 부추긴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등의 온갖 비난과 오해를 뒤집어썼다. 지금 게임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세월이 지나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이런 생각들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적절히 미디어를 활용하는 법을 익혀왔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사람들의 정신에 도전과 자극을 주는 예술의 경지에 오른 작품들도 나왔다.
게임도 이런 단계에까지 왔다고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닐 것이다. 게임은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20년 남짓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혁신적이고 훌륭한 게임들이 나오고, 게임을 하며 자라난 세대들이 사회의 중추로 성장하면서 게임의 위상은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다. 얼마 안 있어 게임은 전 국민의 여가문화로 자리를 굳힐 것이다. 젊은 층에선 이미 그런 기운이 완연하다.
게임과 함께 자라난 세대들이 게임을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해감에 따라 게임의 영역은 게임 이상으로 커질 것이다. 특유의 몰입과 학습 기능을 이용해 게임을 교육훈련이나 사회적 교육의 도구로 삼는 이른바 ‘기능성 게임’의 등장은 게임과 다른 분야의 융합을 가속화하며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열게 될 것이다. IPTV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나 가상현실 등 미래 우리 삶을 바꾸어 놓을 미디어들도 게임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콘텐츠 페어의 킬러 콘텐츠 튜브로 되돌아가보자. 터널의 끝에 있는 미래 콘텐츠 코너에는 IPTV와 결합된 ‘뽀로로’ 게임이 있다. 영·유아들을 위한 기능성 학습게임이다. 인기 캐릭터와 재미, 학습, 새 플랫폼(IPTV)이 한데 엮여 있는 콘텐츠다. 그리고 그 중심엔 게임이 있다. 우리 미래를 이해하려면 게임을 알아야 한다.
글·한세희(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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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