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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905호

“서민들 빚의 악순환 끊겠다”





경기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지만 서민과 영세자영업자들은 아직 불황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필요한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8월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가계 신용잔액은 6백97조7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1퍼센트(약 14조1천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5.7퍼센트 늘어났다. 한 가구당 빚이 4천1백84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자(7~10등급)의 어려움은 더하다. 서민과 영세상인이 대부분인 저신용자들은 돈이 급하면 어쩔 수 없이 금리가 비싼 대부업체 등을 찾게 되고, 그로 인해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진한(가명·56) 씨는 낡은 식당을 수리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이 불가능했다. 결국 대부업체에서 연 39.5퍼센트의 고리로 2천여만원을 빌렸다. 이자만 월 66만원, 원금과 합해 월 1백20만원 넘게 갚아야 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장사가 되지 않아 이자를 갚기도 버거웠던 이 씨는 결국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을 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은 3만5천여 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개인회생은 파탄에 직면한 개인 채무자의 채무를 법원이 강제로 재조정해 파산을 구제하는 제도다. ‘경제적 사망신고’라 불리는 개인파산 신청도 꾸준해 7월까지 약 6만7천여 명에 달했다. 올 한 해에만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다시 한 번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중도실용 정책을 강조했다. 서민층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돈 문제다. 이에 금융당국은 ‘서민금융’ 확대 등 서민들의 돈 고민을 줄이기 위한 대책 강구에 집중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신용회복기금을 통한 채무조정 및 전환대출 지원, 개인워크아웃 및 프리워크아웃 등 신용회복 지원 강화, 신용 낮은 서민을 위한 마이크로 크레디트 활성화, 사금융 피해예방 및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 등 기존 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은 물론 9월 중에 더욱 강력한 서민금융 대책을 확정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고금리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빚 부담을 덜어주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미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7천억원의 예산을 확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높은 금리로 대출받은 채무를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환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8월 말까지 1만4천여 명이 대출 전환 혜택을 받았다. 연체자를 대상으로 이자를 감면하고 원금을 최대 8년에 걸쳐 분할 상환토록 지원하는 ‘채무재조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5만5천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 노윤진 과장은 “경기악화로 어려워진 서민이 늘면서 전화를 통한 상담 건수가 하루 평균 2천여 건에 달하고 인터넷을 통한 상담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이 이 제도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전국 18개 시구청 민원실에 ‘서민금융 종합상담 창구’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성실하게 빚을 갚는 채무 불이행자의 경우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일시 실직자(3개월 이상 연체자)가 구직활동 등을 증명하면 이자를 탕감해주고 원금을 연리 2퍼센트로 최장 8년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서민과 저소득층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무담보 소액대출을 해주는 기관과 제도를 늘리는 것도 주요 과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현재 수십 개에 불과한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 기관을 2백~3백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이기찬 서기관은 “은행과 서민금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면서 “정부 재정과 휴면예금, 기부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최근 잇따라 저금리의 서민맞춤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고금리인 제2금융권의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상당한 금리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상품들은 8월 말 현재 9만명에게 4천7백29억원의 도움을 주었다.
 

이 밖에도 신용보증재단에서는‘근로자 생계 신용보증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근로자 중에서 3개월 이상 재직 중이고 근로소득이 있으면 최고 5백만원까지 저리로 빌릴 수 있다. 중소기업청과 소액서민금융재단은 신용등급이 낮은 자영업자에게 최고 5백만원까지 저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무점포 자영업자(노점상 등)에게도 심사를 거쳐 최대 3백만원까지 대출해준다.
 

사채 때문에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등 대부업체의 살인적 고금리는 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정부는 9월 정기국회에서 대부업법을 개정해 대부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등록 대부업체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거나 대출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서민신용보증기금’을 설립해 서민금융에 대한 상시적인 통합지원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여의도연구소장인 진수희 의원은 “국가가 기금을 통해 서민들의 신용을 보증해주면 더 낮은 금리, 더 넓은 수혜로 경제위기에 따른 서민층의 경제력 하락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글·최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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