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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경제위기 대응 - “경제회복 전략, 한국에게 배워라”






 

“한국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피가로> 지난해 11월 18일자는 ‘한국, 기적의 원천’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금융위기를 극복한 한국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 신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을 인용해 “한국이 (2009년) 3분기 2.9퍼센트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경기회복을 보였다”며 한국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 노력에 대해 상세하게 다뤘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노무라증권은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자생력 있는 경기회복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보다 앞서 9월에는 <워싱턴포스트>가 “한국은 1년이 되지 않아 금융혼란이 끝나고 활기를 되찾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에 버금가는 금융위기가 촉발된 2008년 9월 이후, 해외 언론과 투자은행 등이 한국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앞다퉈 쏟아내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해 10월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슬란드의 채무 불이행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 중 아이슬란드와 유사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가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대출 축소, 신용 경색이라는 세계적 위협이 유독 한국에 더 무섭게 나타나고 있다”고 겁을 주는가 하면,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은행과 기업이 외채상환 능력을 상실할 위험에 처했다”는 비관적인 기사를 실었다.

실제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 급감’과 ‘실물경제 위축’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위기 이전 1천4백 포인트대를 오르내리던 코스피 지수는 두 달도 안 돼 9백 포인트대로 급락했고, 1천1백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은 2009년 3월 무려 1천5백70백원대로 급등했다. 수출도 2009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5퍼센트나 줄었고, 수입도 같은 기간에 30퍼센트나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심재학 팀장은 “10년 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는 세계경제 상황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여서 수출호조 등으로 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환위기에 비해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경제 동반 침체 현상 때문에 같은 전략이 통하지 않았고, 그래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8년 4분기에 환율 불안, 주가 폭락, 수출 급감이라는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에 빠졌다”는 게 심 팀장의 분석이다.

지난해 상반기 ‘3월 위기설’까지 나돌던 한국경제에 대한 우호적인 전망은 예상보다 빠른 4월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이 4월에 “세계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신호를 찾는다면 바로 한국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론을 폈고, <파이낸셜타임스>도 5월 한국 특집 기사에서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의 투자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6월에는 비관적인 경제전망을 자주 내놓아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도 한국이 ‘V자형’의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야흐로 회생의 징후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V자형’ 경제회복 징후는 각종 실물경제지수 호조로 나타났다. 2009년 들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분기에 전기 대비 플러스로 올라섰고, 2분기에는 2.6퍼센트, 3분기에는 3.2퍼센트를 기록했다. 2008년 4분기 중 전기 대비 성장률이 OECD 30개국 중 29위로 거의 꼴찌였지만, 2009년 1분기에는 3위, 2분기에는 2위, 3분기에는 1위로 수직 상승했다. 주식시장도 안정적 회복세를 보여 코스피 지수가 2009년 가을 이후 1천6백대로 올라 금융위기 이전보다 호전됐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천1백원대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1천원대)으로 안착했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2퍼센트. 지난해 초만 해도 일부 해외 투자은행들이 -6~-7퍼센트대의 암울한 전망을 제시했던 것을 생각하면 좋은 성적을 받은 셈이다. 한국은행 김명기 경제통계국장은 “세계 경제위기 여파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둔화됐지만, OECD 회원국 가운데 플러스 성장을 달성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호주, 폴란드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출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경상수지 흑자도 큰 폭으로 늘었다. 2008년 11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던 신용평가기관 피치사는 지난해 9월 ‘안정적(Stable)’으로 상향 조정해 한국이 대외 신인도를 회복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외환보유액, 제조업 생산지수, 단기외채 비중 등의 경제지표(표 참조)도 대부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거나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지난 한 해 동안의 국제기구와 해외 언론 분석을 종합해보면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위기를 극복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10월 OECD는 2009년 3분기까지 시행된 한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수출에 힘입어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회복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월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정부가 경제안정을 위해 더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와 적극적 경기부양책이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비즈니스위크>는 공격적 재정·통화 정책에 힘입어 한국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늘고 있다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빠른 반등으로 많은 투자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이처럼 발 빠르게 대처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곳이 ‘비상경제대책회의’다. 2009년 1월 2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은 ‘비상경제정부 체제’로 갈 것이라고 선포한 데 이어 ‘비상경제상황실’이 출범하고, 1월 8일에는 첫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렸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를 제외하고 매주 빠짐없이 40회에 걸쳐 열린 이 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하고 주요 경제 각료와 청와대 참모진, 기업인, 민간 전문가가 참석해 조속하게 정책을 결정할 수 있었다.

지난해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재정지출, 금융, 외환 등 거시경제 정책 △일자리 창출 및 서민생활 안정대책 △국제공조 및 대외개방 방안 △경제 체질 개선 및 성장동력 발굴 등을 집중 논의하고 정책에 반영했다.
 

이 가운데 거시경제 정책을 살펴보면 약 40조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을 편성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상반기에 예산의 60퍼센트 이상을 앞당겨 집행함으로써 경기회복을 앞당겼다. 또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선제적 금융시장 안정정책도 추진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기준금리를 6차례 인하해 현재 2퍼센트대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같은 초저금리는 금융기관들의 유동성 압박과 기업,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을 줄임으로써 극심한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이다.

이와 더불어 채권시장안정펀드, 은행자본확충펀드, 금융시장안정기금 등을 조성해 금융시스템의 조기 연착륙에 기여한 것도 성과다. 또한 수출경기와 직결되는 외환 부문에서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과 기업을 대폭 지원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일본, 중국과 각각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거나 확대해 글로벌 신용위기의 불안을 완화하는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했다.

정부가 적극적인 국제공조에 나선 것도 경기회복과 국가신인도 향상에 기여했다. 지난해 한국은 G20 차기 의장국으로서 재무장관회의와 G20 정상회의에서 재정 확대와 보호주의 저지 등 새로운 국제질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또한 아시아개발은행, 세계은행 등 각종 국제금융기구와 적극 공조하고,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국내 경제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도 주력했다. 먼저 부실 우려가 제기된 건설·조선·해운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체 29개사, 조선업체 7개사, 해운업체 19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대기업 33개사, 중소기업 5백12개사에 대해서도 워크아웃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처럼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 불안감을 완화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줬다.
 

한편으로는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큰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교육·콘텐츠·정보기술(IT) 산업 등 9개 서비스 분야를 선정해 규제를 합리화하는 한편,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했다. 일례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 수출을 위해 글로벌 콘텐츠 육성을 위한 전략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망한 콘텐츠를 집중 육성하는 ‘수출 1억불 콘텐츠’ 지원책과 함께 한중일 문화산업포럼, 한중 게임 공동위원회, 아시아 콘텐츠 비즈니스 정상회의 등 해외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다. 또 영화, 게임 등의 분야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3차원 입체영상 기술 등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강도 높은 경기회복 전략을 편 결과 한국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말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에 참가한 이명박 대통령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음을 실감했다며, 90년대 외환위기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한국이야말로 “세계경제의 문제점과 해법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물론 마음을 놓기는 아직 이르다. 최근 그리스 경제위기 사태에서 보듯 세계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OECD는 향후 한국의 과제로 재정지출 규모 축소를 통한 재정 건전성 확보, 중기 경제성장에 필요한 생산성 제고 노력 등을 제시했다. 한국경제 재성장 도약의 방안인 녹색성장과 서비스산업을 주축으로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 육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상반기에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6개월 더 연장해 운영하는 등 경제위기 이후를 대비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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