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해 10월 4~8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한국대표단은 색다른 경험을 했다. 열흘 전쯤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결정된 G20 정상회의 서울 유치 효과를 곧바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대표단을 대하는 다른 나라 대표단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윤 장관은 물론 동행한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최희남 G20 기획단장 모두 잇따른 초청행사와 면담 요청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동안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이유 등으로 한국을 울려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G20 정상회의 서울 유치로 단숨에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변화한 것이다.
국제무대에서의 한국 위상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읽어낼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경제포럼인 스위스 다보스포럼(1월 27~31일)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특별연설을 했다. 이번 다보스포럼 단독 특별연설은 한국과 중국, 캐나다, 브라질 4개국 대표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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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G20가 뭐기에 이렇게 대접이 달라졌을까.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첫 정상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발단이 됐다. G20 정상회의는 기존 G7 참가국을 포함해 신흥경제 12개국과 유럽연합(EU) 의장국으로 구성되는데, 경제규모로 따지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퍼센트 이상, 세계 인구로는 3분의 2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실세인 셈이다.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전과 다른 대접을 받게 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빨리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난 국가라는 점도 한몫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잇따라 방문해 ‘자원외교’를 벌일 당시 카자흐스탄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사우나 회동’을 가지며 ‘특별 대접’을 받은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사우나 회동 대접을 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전 대통령 등 몇몇 정상에게만 국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외교는 이명박 정부가 2년간 추진해온 실용외교의 중요한 맥락이다. 실용외교의 한 축으로 글로벌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구축 노력을 적극 전개해 한·EU FTA 협정문에 가서명(2009년 10월)했고, 브릭스(BRICs) 국가 중에선 처음으로 올 1월부터 인도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FTA와 유사)이 발효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이 강화된 점도 외교적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친(親)한국 발언이 한미 간의 껄끄러움을 없애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재조명되는 데 일조했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을 ‘본받아야 할 나라’로 소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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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 관심이 지대해 지난해 11월 백악관에서 교육혁신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한국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2월 16일 미국 조지아주 버크 카운티에서 진행하는 원전 건설에 대한 80억 달러 규모의 정부 대출보증 계획을 발표, 30년 만에 미국 내 원전 건설을 재개하면서 “현재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 56기 가운데 21기가 중국, 6기가 한국, 5기가 인도에서 건설되고 있다”고 또다시 한국의 예를 들었다.
우리나라는 2008년 11월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함으로써 한미관계를 한 차원 더 높였다. 또 오바마 정부와 다각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지난해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전략동맹 미래비전을 채택했다. 한미 전략동맹 미래비전은 안보 분야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분야까지 동맹의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한미관계가 더욱 공고히 다져지게 됐다.
이명박 정부는 가까운 이웃 국가들도 챙기며 한국의 역내 위상도 강화했다. 우리 측 제창으로 2008년 12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사상 최초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됐으며, 이 회의의 연례화에도 합의했다.
지난해 3월 이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때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내실화를 목표로 하는 ‘신아시아 외교’를 천명함으로써 아시아 국가들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증진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제도적 협력 메커니즘을 마련했다. 한·호주, 한·뉴질랜드 FTA 협상 개시(2009년 5월) 등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와의 FTA 체결 추진도 신아시아 외교의 한 방안이다.
한국의 국격 향상은 우리 해외 교민들의 조국에 대한 자부심과 관심을 높였다. 여기에 호응해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인터넷에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한다. 재외동포 네트워크의 효율성과 통합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 2년간 있어온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 향상과 실용외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G20 서울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11, 12일 이틀간 열린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사공일 위원장은 회의 일정을 발표하며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격을 높이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 향상시키기 위해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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