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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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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밀레니엄의 새로운 전환기입니다. 주요 7개국(G7)에서 20개국(G20)으로 세계의 힘이 옮겨가고 있어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은 올해 한국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것을 봐도 전환기에 들어선 것입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2010년을 ‘꺾어지는 해’로 표현했다. 20세기 초도 1910년부터 ‘꺾어지는 해’였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비행기가 실용화됐고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2000년대에도 9·11테러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다. 그렇게 해서 서구문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시기가 바로 2010년이란 말이다.

그는 사진 촬영에 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진 찍을 때는 왜 꼭 웃어야 하죠? 시거 빼앗기고 인상 쓰는 처칠 총리의 사진은 <라이프>지 표지에 실리기도 했잖아요. 요즘 카메라 중에는 웃어야 셔터가 눌리는 것도 있다더군요. 셋이 찍을 땐 셋 다 웃어야 한다나.”
 

고전(古典)이 된 캐나다 사진작가 유서프 카시의 처칠 사진까지 예로 들며 ‘인상 쓸 자유’를 주장하는 노(老)지성의 발랄함은 그가 올해 만 76세란 사실을 잠시 잊게 해줬다.

“이 대통령은 압도적 지지를 얻고 출발한 정권치고는 시작이 좋지 않았어요. 초반부터 악재가 이어졌잖아요. 하지만 점차 스피드가 붙으면서 외교와 경제에서 성과를 냈어요. 특히 해외에서 경제위기 극복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진정성이 알려지고, 마라토너로서 후반 피치를 내야 하는 반환점에 다가서며 더 밝아지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 장관은 특히 이 대통령이 세계적 화두인 ‘녹색성장’을 적시에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환경과 산업을 대립적 구조로 보는 게 아니라 서로 윈윈하는 관계로 보는 녹색성장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국가 위상을 단숨에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한국이 통합적 사고로서의 녹색성장을 주창함으로써 새로운 지표를 보여준 셈이죠. 일본은 교토의정서를 통해 적극적으로 이산화탄소(CO2) 규제에 나섰지만 규제 일변도다 보니 우리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버렸어요.”

환경규제를 경제성장으로 바꿔놓은 발상에 대해 그는 “불행을 긍정으로 역전시키는 우리 민족의 역량이 발휘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옛날 몽골군이 전 세계를 휩쓸 때 그들이 지나가면 먼지만 남는다고 했지만 우리에겐 팔만대장경이 남았습니다.”

이 대통령도 집권 초기 시련과 장애를 안고 출발한 점이 오히려 ‘한국적 창조력’을 만들어 내는 전화위복이 됐다는 이 전 장관의 해석이다.

“사실 녹색성장이란 문명론적 이야기입니다. 서구의 지식경제 자본주의가 금융자본주의로 발전해왔고, 금융자본주의가 극한에 달하면서 리먼브라더스와 같이 머니게임을 하던 회사들이 파산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파도와 더불어 온 것이 문명의 변화입니다. 산업혁명이나 기술의 한계에 직면해 물질 중심에서 생명 중심으로, 산업자본주의·금융자본주의가 아니라 생명자본주의·자연자본주의로의 전환이란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것입니다. 따라서 G20 정상들이 서울에 모이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됩니다.”

이 전 장관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기에는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도자란 노를 젓는 사람이 아니라 배의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입니다. 문명론적 전환기를 맞아 한국의 리더로, 나아가 혼탁한 세계의 리더가 돼야 합니다.”

그동안 한국은 서양 사람들의 뒤통수만 바라보며 따라왔으나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 외롭고 어려운 항해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진국이 먼저 무릎을 꿇었고,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도, 신자유주의도, 네덜란드의 ‘제3의 길’도, 유럽연합(EU)의 지역통합주의도 마찬가지다.

이 전 장관은 우리 내부적으로는 전환점을 도는 길목의 마지막 문제가 세종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종시 발전안이 발표된 직후 열린 국가원로자문회의에서 세종시에 대해 ‘문화적 접근’을 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도시 대 도시의 경쟁. 이 전 장관의 눈에 비친 21세기 미래의 모습이다. 현재 지구상의 40대 도시가 세계경제 3분의 2의 부(富)를 창조하고, 애플이나 구글 같은 이노베이션의 90퍼센트가 세계 40대 도시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도시 대 도시의 ‘메가리존’ 시대를 대비해 세종시를 세계가 벤치마킹하고 싶어 하는 도시공학적 모범도시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금은 현실정치에 속하지 않은 사람의 솔직한 지적이 필요한 때라고 밝힌 이 전 장관은 “이렇게 초조하게 훈수를 두는 것은 지금이 위기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은 13억 인구의 중국, 아시아의 리더 일본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요. 새로운 ‘아시아의 시대’를 맞아 과거처럼 ‘중국의 아시아’ ‘일본의 아시아’가 되면 한국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구한말의 한국이 재현될 수도 있습니다.”

산업경제가 끝나고 지식경제마저 한계에 부닥친 이 시대, 한국만이 아닌 아시아, 세계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리더십이 강력해져야 한다고 이 전 장관은 강조했다.

“그러려면 누구와도 앉아서 토론하고, 받아들이고, 또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싫어하는 사람과도 대화를 해야 합니다.”

이 전 장관은 이 대통령이 물이라면 상극인 불까지도 끌어들이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물이 불마저도 차를 달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치의 창조적 파워입니다. 우리 대통령께서 향기롭고 맛있는 차를 끓여 평화의 차, 한담(閑談)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런 행복한 지도자가 되길 바랍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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