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월 3일 오후 경기 이천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 특설 컬링장. 수영장을 빙판으로 바꾼 이곳에서 휠체어에 앉은 선수들이 차례로 익스텐더 큐(막대 모양 도구)로 둥근 스톤을 하우스(표적판) 안에 밀어 넣거나, 상대 선수의 스톤이 하우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무게가 20킬로그램에 육박해 빙판 위에서 자칫하면 제멋대로 가버리는 스톤을 원하는 자리로 밀려면 강한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남녀 혼식 4인 1조로 구성하는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의 홍일점 강미숙(42) 선수는 “빙질이 최상은 아니지만 전용 연습장에서 종일 훈련하니까 실력이 부쩍부쩍 늘고 있다”면서 “금메달이 목표”라고 결의를 다졌다. 강 선수를 비롯해 5명의 국가대표 휠체어컬링팀은 모두 원주연세드림팀 소속이다. 이 팀은 2008년 스위스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실력파로, 이번 밴쿠버 장애인동계올림픽에서도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이천 외에도 강원도 정선 하이원스키장, 용평 크로스컨트리장, 강릉빙상경기장 등에서 밴쿠버 장애인동계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 26명의 막바지 훈련이 한창이다. 오는 3월 12부터 21일까지 열흘간 밴쿠버와 휘슬러에서 열리는 장애인동계올림픽에 우리나라는 출전 사상 최초로 5개 종목(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아이스슬레지하키, 휠체어컬링)에 모두 참가한다. 선수단 규모도 역대 최대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장애인동계올림픽 당시 한국은 선수 3명, 임원진 4명을 파견한 데 비해 이번 대회에는 선수 26명, 임원진 24명 등 5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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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애인동계올림픽에는 45개국에서 1천3백5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64개 메달을 놓고 겨룬다. 우리나라 선수단은 동메달 1개 이상을 따 종합 22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1월 26일 이천훈련원에서 열린 밴쿠버 장애인동계올림픽 국가대표 결단식에서 김우성 선수단장(67)은 “이번에 파견하는 선수단은 규모와 실력 면에서 장애인 스포츠 선진국 수준”이라며 “현지 전지훈련, 과학적 훈련기법의 도입, 정부와 기업의 지원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장애인 선수들은 ‘피겨 퀸’ 김연아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지만, 그동안 보여준 기량과 투지는 그에 못지않다.
유력한 메달 후보로 거론되는 알파인 좌식스키의 한상민(30·하이원) 선수는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장애인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 장애인동계올림픽 출전 최초로 메달을 안겨준 간판스타. 지난해 1월 오스트리아 월드컵알파인스키대회 좌식스키 부문 대회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한껏 물이 오른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한 선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다른 대회보다 규모가 커서 기대감도 더 크다. 주위에서 기대하는 만큼 금메달을 따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1급 장애인이 된 한 선수는 대한장애인체육협회에서 제공한 1천3백만원 상당의 맞춤형 좌식스키 장비를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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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얼짱’으로 소문난 정승환(24) 선수는 아이스슬레지하키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이스슬레지하키는 하반신 장애 선수들이 빙판 위에서 썰매를 타고 겨루는 아이스하키 경기로, 이번에 15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정 선수는 지난해 10월 스웨덴 말뫼에서 열린 밴쿠버 장애인동계올림픽 아이스슬레지하키 예선전에서 맹활약을 펼쳐 8개국 팀에게 주는 이 부문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당시의 활약에 힘입어 그는 지난해 11월 세계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선정 ‘이달의 선수’로 뽑혔다.
유전성 약시를 갖고 태어나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임학수(22) 선수도 메달 유망주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바이애슬론 등 2개 종목에 출전하는 임 선수는 청주맹학교 시절 육상선수로 뛰다 2008년 국내 최초로 생긴 장애인 스키팀 하이원리조트에 합류했다. 지난해 IPC 주최 스웨덴 동계월드컵대회에 출전해 크로스컨트리 시각장애인 부문 3위에 올랐고, 사격과 스키를 겸하는 바이애슬론 출전권까지 따냈다. 
대표팀에는 휠체어컬링의 강미숙, 좌식스키에 출전하는 서보라미(24) 등 2명의 여자선수가 있다. 1월 말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스키대회에 출전한 뒤 귀국한 서보라미 선수는 “다른 나라 선수들의 장비와 경기를 보는 것도 좋은 기회였다”면서 “동료 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6년 전 계단에서 낙상해 지체1급 판정을 받은 서 선수는 “사고 후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는데, 1년 전부터 선수생활을 하면서 앞길 찾아가는 딸을 대견하게 여기신다”고 했다.
이들 외에도 밴쿠버 대회에 출전하는 장애인 선수들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 장애를 입고 살아온 이들이다.
대한장애인스키협회 부회장이자 치과의사들의 의료봉사 모임 ‘스마일복지재단’의 이사를 맡고 있는 김우성 선수단장은 “장애인에게 스포츠는 ‘희망’이자 ‘치료요법’이다.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몇 개 따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삶의 의미와 희망을 주는 생활체육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장애인 실업팀을 많이 만들고, 장애인 스키학교와 같은 체육시설을 많이 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실업팀은 강원도청 아이스슬레지하키팀, 원주연세드림 휠체어컬링팀,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 스키팀과 크로스컨트리팀에 불과하다. 장애인 스포츠 전용 경기장이나 연습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최신 장비와 의료지원 등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글·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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