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7년 만의 결실입니다. 여러 여건으로 보아 ‘지금 아니면 물건너간다’는 절박함에 관계자 모두 공감한 결과라고 봅니다.”
지난 3월 11일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의 숨은 조역이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이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1년 넘게 낮잠을 자고 있던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관심을 상기시켜 반드시 이번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김 차관은 “농협법 개정안이 올 3월 통과되지 못할 경우 4월 이후 국회의원 보궐선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정치일정으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설명하며 농협법 개정안 관계자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최인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민주당)과의 특별한 인연도 여야 합의와 상임위 통과의 밑거름이 됐다”고 털어 놓았다.
행정고시 21회(1977년) 출신인 김 차관은 1978년 국세청, 농수산부 기획예산과 행정사무관으로 ‘농수산’과 인연을 맺은 뒤 농림수산식품부의 식량정책과장, 농업정책과장, 시장과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고 농촌진흥청장을 거쳐 지난해 8월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에 임명됐다.
김 차관이 시장과장을 맡았던 1995년 7월,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반입되는 농수산물 전 품목에 대한 상장제 실시로 상인들의 반발을 사 시장 내에서 큰 소란이 벌어졌다. 당시 농림부 장관이 최위원장이었는데, 시장상인들을 설득하고 사태 수습에 함께 머리를 맞댔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농협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다시 만나게 됐으니 ‘서로 공감’을 이룬 것이다.
17년간 못 이룬 합의를 어떻게 도출해 내셨습니까.
“그동안 농민단체·농협·정부·국회 모두가 어렵게 공감대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무산됐던 과거 정부의 전철을 다시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그간 합의가 무산된 가장 큰 걸림돌이 자본금 조달문제였습니다.
그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차관회의에서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를 설득하고 국회의원들을 직접 찾아 만나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과 김황식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한 농협 지원 발언 속기록까지 보여주며 설득해 어렵사리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상임위 통과 전날 밤에는 혹시라도 가까스로 이룬 여야 합의가 무산될까 봐 잠을 못 이룰 정도였습니다. 농민들 역시 일부 미흡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협개혁이라는 목표를 위해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여주어 17년 묵은 농업계 숙원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이 왜 중요한가요.
“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농촌과 농업의 어려움을 농협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으로 미래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과 구체적 이행 방안을 만들어나가는 기반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또 협동조합의 고유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농협을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조직으로 변화시키고 유통체계 개선으로 농업인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게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농협개혁이 절실했습니까.
“농협이 그동안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기여를 했고 한국 농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간 비리 발생과 도덕적 해이가 지속돼 농협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 효율적 운영에 대한 필요성이 지적돼 왔습니다.
또 신용사업 등 수익사업에 치중하여 농축산물 유통·판매 등 경제 사업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 1961년 설립된 농협중앙회는 임직원 수가 현재 2만3천명에 이르는 비대조직으로 성장했고 이 중 농협은행 부문이 1만7천명(74퍼센트) 수준을 점유하는 기형적인 조직으로 변모해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농협법 개정이 17년간 표류한 사실에서 보듯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이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경제·신용·공제사업을 하나의 조직에서 수행하는 ‘종합농협’ 체제인 우리의 농협은 해외사례와는 협동조합 발전의 역사가 다릅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그러나 가야만 하는 길’을 선택하는 부담이 컸습니다. 이러한 부담 앞에 관련자들이 각각 다른 의견을 제시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부, 농협, 농민단체, 국회 모두가 농협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분리방식, 자본금 배분 등 방법에는 이견이 있었습니다. 특히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어 이를 조정하고 입법화하는 과정은 다른 입법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농업계 내부는 중앙회, 일선조합, 농업인단체, 학계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외부는 보험사·설계자 등 국내 보험업계, 그리고 외국 보험사 등의 이해가 복잡하게 존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내년 3월 시행까지 남은 일정은.
“농협개정안 시행까지 이제 일 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인력 재배치, 중앙회의 자본금 배분과 정부 지원 규모 등이 결정돼야 합니다. 농업 경제사업 활성화계획과 자본금 배분은 농협, 농업인단체, 학계전문가, 정부 등이 참여하는 ‘경제사업활성화위원회’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부족자본금 규모가 나오면 기획재정부 등과 관계부처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 자본지원계획서를 마련, 2012년 예산안의 국회 제출 전에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고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정부 자본금 지원은 내년 예산에 반영해야 해 이를 위한 준비도 시급합니다. 시행은 내년 3월이지만 준비에 충분한 시간은 아닙니다. 내년 3월 신설법인 출범까지 농협은 물론 정부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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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