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3월 31일 찾은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방사능방호기술지원본부 2층 상황실. 2층 높이의 천장에서 빛나는 원자 운동 모양의 대형 등이 이곳이 원자력과 관계있는 공간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2층 높이의 벽면을 반쯤 채운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KINS의 운영프로그램인 ‘사이렌(SIREN)’을 통해 일본 지도, 일본 기상상황이 실시간으로 비치고 있다. 이날은 마침 ‘일본지진 관련 원전안전위기상황반’이 개설된 지 20일째를 맞는 날이었다. 일본지진 상황반은 일본지진이 발생한 3월 11일 오후 개설돼 26명의 직원이 24시간 근무하며 매일 방사능 관련 상황 감시를 하고 있다.
“지진과 지진해일, 후쿠오카 원전 사고가 이어진 일본 재난은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일본 재난은 자연적인 요인으로 유례가 없는재난이죠.”
일본지진 상황반을 이끌고 있는 KINS 김석철 방사선 비상보안 대책실장은 “정부 대응이 늦다는 일부 여론도 있으나 실제로는 선제적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일본 원전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매뉴얼에도 없는 일본지진 상황반을 개설한 것은 선제대응의 자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엄밀히 말해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이지 지금 우리나라가 비상상황인 것은 아닙니다.”
방사능 이상이 생기면 ‘백색-청색-적색’으로 3단계 경보가 발령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이러한 비상상황은 아니란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심리 때문에 일본 원전 사고 발생 이후 이곳에는 하루 수백 통씩 문의전화가 쏟아졌다고 한다.
“어느 날 일본 도쿄에서 귀국하는 여성이 전화를 해 혹시 자신이 방사능에 오염돼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더군요. 그래서 설치한 것이 공항의 방사능 오염 탐지기입니다.”
김 실장은 “실제 위험과 공포감은 분명 다른 것인데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공포감이 위험으로 인식되는 혼돈을 빚고 있다. 전문가의 말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상황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루머 대응’이라고 전했다.
“대기 중에 방사성물질이 극미량 포함될 수 있습니다. 어떤 성분은 자연상태에서도 검출되고요. 중요한 것은 ‘있다’ ‘없다’가 아니라 ‘안전한가’인데, 안전한 범위 안에 극미량 있는 것마저도 문제 있다고 몰아 가는 분위기가 문제입니다.”![]()
KINS는 원자력 시설의 설계와 건설, 운영에 대한 감시를 담당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KINS 내에서도 방사능방호기술지원본부는 방사능작업 종사자와 일반 국민을 방사선 재해로부터 보호하고 전 국토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안전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곳. 이곳 상황실 입구에 있는 KINS 마크 안에 새겨진 ‘panopticon(파놉티콘)’이란 표현은 방사능방호기술지원본부의 역할을 한 단어로 대변하고 있다.
파놉티곤이란 ‘pan(모두)’과 ‘opticon(본다)’의 합성어. 18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이 설계한 ‘모든 죄수를 한 눈에 감시하는 원형감옥’을 뜻한다.
KINS는 전국 70곳에 방사선 준위 측정장치를 두고 원전 사고나 북한 핵실험 등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 상황을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는 기구다. 최근에는 방사능 태러 대비도 주요 업무의 하나로 부상했다. 이 때문에 방사능방호기술지원본부에는 국제회의나 방사능 사고 현장에 즉각 출동할 수 있는 비상대비 차량이 구비돼 있다.![]()
방사능방호기술지원본부를 말하자면 무엇보다 ‘아톰케어(Atom care)’ 시스템을 빼놓을 수 없다. 아톰케어란 전국의 21개 원전에서 전달하는 방사선 측정치와 원전 내 온도, 한반도 및 주변 지역의 풍향 풍속 등의 신호들을 받아 15초마다 업데이트하는 시스템이다.
“아톰케어는 세계 최고의 원전안전 감시 프로그램입니다. 우리나라의 발달된 정보기술(IT)과 원전의 안전요소들을 감시기관인 KINS에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 법적 뒷받침 덕분에 구축된 프로그램입니다. 외국의 경우 원전의 안전요소들은 영업비밀이어서 공개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톰케어로 관리되는 우리나라 원전은 일본 원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 김 실장의 설명이다.
아톰케어는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아 외국 원전 관계자들의 KINS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해 4월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아마노 유키아 사무총장이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앞으로 일본 원전 상황이 우리나라에 더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연일 비상근무에 녹초가 된 상황반원들의 사기는 국민의 신뢰에 달려 있습니다. 사명감 하나로 이곳에서 열정을 바치고 있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믿어 주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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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