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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10월 2~4일 평양에서 역사적인‘2007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이후 7년 만에 이루어진 제 2차 회담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은 2일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등 육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25 문화회관에서 직접 영접한 뒤 함께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두 정상은 3일 두 차례 단독회담을 통해 △평화정착 △공동번영 △화해.통일에 관한 제반 현안에 대해 협의하고 4일 8개항의 공동선언을 발표, 남북관계에서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2007 남북정상선언’은 6.15 공동선언 이후 7년간의 남북관계 성과를 토대로 그간의 장애요인을 극복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 차원 높은 미래비전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의 6.15 공동선언이 남북이 가야 할 지향점을 설정한 추상적인 수준이었다면 이번 합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종전선언 문제 협의, 국방장관급회담 개최 등 상당히 구체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돌아오는 길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가진 국민보고에서“가장 진전된 합의가‘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서해 해상의 평화 정착을 위해 군사적 대결의 관점이 아니라 경제협력의 관점으로써 풀어나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김정일 위원장은 국방위원회 참모들과 상의한 다음에 원칙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소개했다.

1999년 연평해전, 2002년 서해교전 등 무력분쟁의 무대였던 서해가 평화협력지대로 변화하는 것은 그간 축적된 군사적 신뢰를 통해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인 셈이다.
남북정상선언의 합의사항을 중심으로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살펴본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2007 남북정상회담이 10개항의 합의를 내용으로 하는 적지 않은 성과를 담은 공동선언문을 남기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무도 전망하지 못했기에 놀라움과 기대가 컸던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상당수 전문가들이 이미 성사가능성을 예측해 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한 다루어질 의제에 대해서도 상당수의 논의가 진행돼 왔다. 2007 남북정상회담은 국민들이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회담개최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표출돼 왔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소와 남북관계발전을 위한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필요성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여론은 다양한 시각차를 보여 온 것 또한 사실이다.

  2007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평가가 가장 크게 엇갈리는 부분은 개최의 시점이다. 특히 참여정부의 임기말이라는 점과 대선 국면이라는 시기적 특성은 상당부분 논란의 소지로 작용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에 대한 국내정치적 맥락의 해석이 지양돼야 하는 이유는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의 역할이 모색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진행은 9·19 공동성명과 2·13합의를 도출해 내면서 국제적 협력구도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6자회담은 북핵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다룰 평화포럼의 구성에도 합의했으며,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국전쟁 종전선언의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다. 경우에 따라 북핵문제의 해소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소에 긍정적 신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적 개입의 가능성 증대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평화체제 구축과정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의 관점보다 주변국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해석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08년 차기정부가 구성될 경우, 국정의 안정적 기반이 갖추어짐으로써 남북정상회담을 시도할 수 있는 시기는 일러야 2008년 6·15시점일 것이다. 만일 2007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고, 이 시기에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남북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축소됐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 북한과 주변국의 의사가 관철되는 과정을 우리는 바라보고만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평화분야의 가시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 대해서 남북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천명하고, 군사적 신뢰구축의 토대를 닦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공동선언의 4항은 정전체제의 종식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남북의 협력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한배제의 입장을 보여 온 과거 북한의 태도와 확연히 구분되는 대목이다. 또한 3항을 통해 적대관계의 해소와 불가침, 군사적 신뢰구축문제를 다루기로 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문제를 위한 구체적 행보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한반도는 아직도 정전체제에 놓여 있다. 한국전쟁의 공식적 종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항구적 평화상태가 아닌 안보적 불안정성의 상존상황을 의미한다. 한국전쟁 이후 오랫동안 대규모 분쟁이 발발하지 않았던 점은 현 정전체제를 평화상태로 보이게 만드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아직도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상태에 있으며, 대규모의 중무장 병력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실례로 최근 우리는 서해에서 벌어진 두 차례의 무력충돌을 경험한 바 있으며, 양측 모두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세계 10위의 교역국이며 OECD 국가인 한국의 심장부인 서울과 수도권 북부의 대규모 공동주택단지들은 모두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에 있다. 이는 오늘의 한반도에서 평화가 가장 절실한 생존의 문제임을 대변하고 있다. 그 어떠한 형태의 무력충돌이라 하더라도 승패에 관계없이 우리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막대한 피해를 가져다주게 된다는 점에서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문제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만으로도 2007 남북정상회담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향후의 협상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며, 여러 난제가 예상될 수 있다. 그러나 2007 남북정상회담은 남북한의 협력적 틀을 마련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와 아울러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의 조화로운 배합을 가능케 했으며, 이는 차기정부의 대북정책추진에 있어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평화문제의 진전을 토대로 남북한은 과거와 다른 한 차원 고양된 새로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게 될 것이다. 개성공단 사업의 적극적 추진과 아울러 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며, 민족화해와 협력을 위한 사회·문화분야의 교류도 본격화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시적 상봉도 주목될 만한 성과이며, 이 경우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현실적 해법이 모색 될 수 있을 것이다.

  2007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화두에 있어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했으며, 향후 남북관계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 가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남북은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6·15 공동선언에 기초해 남북관계의 확대·발전을 추구하기로 합의했다. 통일 문제는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1국가 2체제의 통일방안 협의’ 등을 규정한 6·15 공동선언에 잘 정리돼 있다. 통일방안이 문제가 아니라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통일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4월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동포간담회에서 “통일은 먼저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고 그 토대 위에서 점차 교류협력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키고 또 북측도 통일을 감당할 만한 역량이 성숙되면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서 통일하면 좋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측의 ‘우리민족끼리’ 주장에 대해 노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민족공조와 국제공조를 병행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의해 남북관계의 진전은 물론 6자회담 및 북·미, 북·일관계 개선에 기여했음을 설명했다.

6·15선언은 대화와 협력의 남북관계를 연 중요한 계기가 됐다. 현재 6·15민족통일대회 등 여러 민간차원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남북이 별도로 6·15를 기념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합의했다. 

7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2일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남북 간 상호 이해와 존중을 토대로 신뢰를 증진해 나가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의 기본 토대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등 남북 간에 이미 여러 차례 합의한 사안이지만 지난 7년간의 남북관계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남북관계를 한 단계 진전시키려면 상호 존중과 신뢰관계가 보다 확고히 확립돼야 한다는 점에 남북이 공감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계에서 신뢰가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측이 아리랑공연을 관람한 것도 상호 체제 인정차원에서 대승적으로 취한 조치이며 손님으로서 초청측인 북측의 입장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1만 명이상의 우리 국민이 관람했고 남북관계와 이를 이해하는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성숙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국가보안법, 참관지 등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개선하는 문제는 사안의 특성상 남북 간 상호신뢰를 통해 접근하며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토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양측 의회 간 교류 등 각 분야의 대화와 접촉을 통해 남북관계의 확대와 발전도 도모한다.










한반도 긴장완화 및 군사적 신뢰구축은 한반도 안보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며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선결과제다.

남북은 그동안 국방장관회담(2000년 9월) 등을 통해 ‘서해 충돌방지조치’ ‘군사분계선(MDL)지역 선전중지’ 등 초보적 수준의 신뢰구축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북측은 1차 국방장관회담 이후 2차 회담 개최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2차 국방장관회담은 남북 간의 군사적 신뢰구축은 물론 남북경협 확대를 위한 군사적 보장장치를 강구하기 위해서도 재개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정상의 결단으로 국방장관회담 재개 등 남북 간 군사분야 협력증진에 합의, 한반도 평화를 확고히 보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11월 국방장관회담 개최는 1차 회담 후 약 7년여 만에 남북의 국방장관이 마주 앉아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를 논의하는 매우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방장관회담에서는 남북기본합의서(1992년)에 명시된 직통전화 설치,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훈련 상호 통보·참관, 군인사 교류 및 정보교환 등 문제를 협의하게 된다.

노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가원수로서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통과한 것도 반세기 분단과 대결의 장벽을 넘었다는 상징적인 의미에 더해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의 단초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 등 군사문제를 군사적 방식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며 이를 군사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서해를 군사대치구역에서 평화협력벨트로 전환하는 문제도 논의한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큰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측은 ‘북측에 우호적인 현 상황’이 핵문제 해결의 적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부시 미대통령이 9월 7일 APEC 한·미정상회담에서 ‘북측이 핵을 폐기하면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점과 6자회담 참가국 모두 ‘2·13 합의’ 이행에 대한 확고한 실천의지를 갖고 있는 점 등을 설명했다.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며 ‘2·13 합의’ ‘9·19 공동성명’ ‘비핵화공동선언’의 차질없는 이행을 통해 6자회담 성공을 촉진해 가기로 함으로써 북핵문제와 관련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남북대화가 유용한 협의 채널임을 재확인했다.

특히 정상회담을 앞두고 9월 27~30일 열린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진전된 합의가 도출되고 이어 정상회담을 통해 재확인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을 형성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다시 6자회담 프로세스에 피드백되어 이른바 남북관계 진전과 북핵문제 해결의 ‘선순환적 구도’를 강화할 전망이다.

우리측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대한 남북의 주도적 노력의 필요성과 참여정부의 확고한 실천의지를 북측에 설명했다. 평화체제 구축문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민족의 공존공영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우선적으로 협의·해결해야 할 핵심사안이다. 평화체제 전환 문제를 주변국에 맡겨서는 안되며, 분단과 대결을 청산해야 할 주체로서 남북 최고 지도자가 물꼬를 터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또한 북핵문제가 해결국면에 진입한 시점에서 평화체제 논의를 본격화, 비핵화 및 북·미관계 정상화과정을 추동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 남북은 한반도 문제의 실질적 당사자로서 주도적으로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현 정전체제를 준수하고 △남북 간 기존 합의 및 국제조약을 지켜 나감으로써 대비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도 평화체제 문제를 다룰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시드니 APEC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의 목적은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평화협정에 김정일 위원장 등과 서명하는 것이며, 한국전쟁을 종결시켜야 하고 종결시킬 수 있다”면서 이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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