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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830호

‘에너지 자급자족’ 전북 부안 등룡마을





해가 쨍쨍한 여름 한낮. 전력계량기 숫자가 거꾸로 내려가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태양광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전력량이 한전에서 전봇대를 타고 오는 전력량보다 많기 때문이다. 전북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 등룡마을에 있는 부안시민발전소에는 4, 5개월에 한 번씩 전기요금 청구서가 날아온다. 고지된 전기요금은 단돈 1천원. 전기요금 청구서는 월 1천원이 넘어야 발송되는데 부안시민발전소의 전기요금은 월 몇백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몇 달치 요금을 모아 1천원이 넘으면 보내는 것이다.
 

등룡마을은 30가구에 60여 명이 사는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2005년 전국 최초로 주민들이 돈을 모아 ‘시민발전소’를 세운 특별한 마을이기도 하다. 2003년 부안 핵폐기물처리장 반대운동으로 홍역을 치른 주민들은 에너지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태양, 땅, 바람 등 자연을 이용해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현재 등룡마을에는 36킬로와트(kW/h) 규모의 ‘햇빛 발전소’가 있다. 지난해 햇빛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는 모두 2만2천 킬로와트. 1킬로와트당 7백16.4원에 한전에 판매해 한 달에 약 2백60만원씩 벌고 있다.





 


 

등룡마을에서는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할 뿐 아니라 태양열을 이용해 난방, 온수 공급, 조리도 하고 있다. 또한 지하 1백50미터 깊이에 3개의 히트펌프(Heat Pump)를 설치해 지열에너지로 냉난방을 한다. 여름에는 실내의 높은 온도를 땅속으로 보내고, 겨울에는 땅속의 열을 끌어올려 난방을 하는 방식이다. 두 가지는 아직 마을 교육관과 인근 가정집에서만 사용하는 정도지만 겨울에 난방비가 절반으로 줄었다.
 

1킬로와트의 작은 규모지만 풍력발전기도 있다. 풍력발전기는 주민들이 직접 날개를 달고 코일을 감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 이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전력을 축전기에 모아서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고 가로등을 켜기도 한다.
 

햇빛 발전소가 들어설 때만 해도 “햇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게 정말이냐”고 반신반의했던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기를 통해 계량기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참여 열기가 높아졌다. 이제는 자연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약에도 열심이다.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로 바꾸고 멀티탭을 설치하는 등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등룡마을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자발적으로 이끌어가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6월 10일 기후변화 대응 지역우수사례 발표회에서 등룡마을을 소개한 전북도청 환경정책과 박명용 사무관은 “등룡마을은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보물 같은 곳”이라며 “이 같은 노력이 전국으로 퍼져 우리나라가 청정에너지 국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이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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