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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오후 3시, 권영일 국가정보화사업단 녹색정보화지원부장이 회의실로 향했다. 오늘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청사와 공동회의를 하는 날.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자의 발언과 동시에 모니터에 등촌동 청사 회의실 모습이 나타났다. 참석자들은 눈앞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영상을 보면서 1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했다. 일반인에게는 조금 낯선 원격영상회의지만, 서울 중구 무교동에 본사를 둔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 7월부터 주요 간부회의와 해외 파견사원 회의, 그리고 ‘청계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격주 전 사원 대상 교양강좌를 모두 원격영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열고 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이동 시간과 거리를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그린 오피스’ 전략의 하나다. 원격영상회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장비를 새로 구입하는 대신 터키나 칠레 등과 국제협력 사업을 할 때 사용하던 기존 영상회의 장비를 재배치하고 LCD TV 등 유휴장비를 이용해 3천7백만원 상당의 예산을 절감했다.
 

“예전엔 본사와 등촌동 청사를 오가느라 회의 한 번 참석하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렸다”며 “원격영상회의는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동시에 시간 절약으로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권 부장은 설명했다.

 


 

원격영상회의뿐만이 아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실내 온도는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섭씨 26도)보다 1도 높게 설정돼 있다. 에어컨 소비전력을 줄이기 위해서다. 대신 직원들에겐 휴대용 미니 선풍기를 지급해 개인별로 더위에 대비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출퇴근 정체가 심한 시간대를 피해 출근토록 해 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유연근무제 도입, 전자문서 활용 등으로 불필요한 서류를 사무실에서 내쫓는 탈(脫)종이 환경 구현, 전산서버를 통합·감축하는 정보자원 그린화 등 업무환경 전반에 걸쳐 녹색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탈종이 업무환경과 정보자원의 그린화는 기관 성격상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소모한 용지의 양만 해도 A4 용지 1천여 상자에 달한다.





 

정병주 국가정보화사업단 녹색정보화지원부 책임연구원은 “양면인쇄나 모아찍기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생활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연구보고서를 디지털화하고 보고방법을 서면 위주에서 CD나 파일, 웹 활용 등으로 전환하는 근본적 변화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원내 정보시스템 서버를 적정 수준으로 통합하여 전산실의 전력 소비와 냉각 비용을 줄이는 그린 서버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은 실천들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7월부터 격등제와 비상구 자동센서등 교체, 점심시간 강제 소등 등을 실천하고 있다.
 

정 책임연구원은 “3개들이 형광등 중 한 개나 두 개만 켜는 격등제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이면 타이머에 의해 자동으로 사무실 전체를 소등하는 등 작은 실천으로 지난해 여름 2천만원에 달하던 전기요금이 올여름엔 1천6백만원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원격재택근무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8월 25일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IT기반 원격근무 재조명과 정책이슈’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활용한 원격근무 도입이 0.7퍼센트에 불과해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무려 20배 이상 뒤진다고 한다.
 

권영일 부장은 “한국정보화진흥원 전체 직원의 16퍼센트가 서울 외곽에서 출퇴근하고 있다”며 “이들이 거주지와 인접한 청사에서의 근무 혹은 재택근무를 한다면 1인당 월 2백9킬로그램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원격재택근무는 또한 육아문제에 시달리는 여성 근로자나 장애 근로자들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IT기반 원격근무는 지난 5월 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그린IT 국가전략’의 주요 과제로도 선정된 바 있다.
 

그린 오피스로의 전환은 무엇보다 전 직원의 참여가 중요하다. 김성태 원장은 “우리는 국가 정보화와 전자정부 사업 등 다양한 IT 관련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그린 오피스 정책을 선도하는 최적의 기관”이라며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그린 오피스 태스크포스(TF)팀을 원장 직속에 두고, 매월 성과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해외 성공사례도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외에도 다양한 녹색생활 실천이 직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자전거 출퇴근제’도 한 예다. 이 회사는 8월부터 직장에서 3킬로미터 이내 근거리에서 출퇴근하는 사원들에게 자전거 이용을 의무화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그래픽디자인 회사 ‘디자인 스튜디오 203’은 종이컵을 아예 치워버렸다. 직원 각자의 개인컵 사용은 물론 여분 컵을 준비해두고 손님들도 이용하도록 장려한다. 또 모든 이면지는 A4 크기로 잘라서 이면지함에 넣어두고 활용한다. 고성주 실장은 “이전에는 커피를 먹건, 물을 마시건 습관적으로 종이컵을 써서 사용량이 꽤 많았다. 개인컵으로 바꾸니 귀찮긴 해도 확실히 절약이 된다”고 말했다.
 

글·정지연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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