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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녹색생활 일등공신 대한민국 주부 짱!



 


서울 구로구에 사는 노숙이(49) 씨는 여름이면 아파트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산다. 현관문과 맞은편 베란다 창문을 열어두면 맞바람이 쳐서 에어컨 없이도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어둔 현관에는 모기나 날벌레가 날아드는 것을 막기 위해 롤 방충망을 설치했다.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빼두거나 멀티탭의 스위치를 꺼두는 것은 기본이다. 덕분에 네 식구가 사는 이 집의 전기료는 월 3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근검절약을 강조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하다못해 공중화장실에 불이 켜져 있거나 수돗물이 덜 잠긴 것도 그냥 못 보거든요.”
 

노 씨는 설거지도 개수대에 물을 받아놓고 하고, 일반 주방세제 대신 쌀뜨물로 만든 EM(Effective Micro-organisms) 발효액을 사용해 물 사용을 줄이고 있다. 유용한 미생물군이라는 뜻의 EM 원액에는 효모, 유산균, 누룩균, 방선균 등 미생물 80여 종이 들어 있는데 이를 발효시켜 사용하면 악취 제거, 수질 정화, 금속 및 식품의 산화 방지 등에 효과가 있다. 쌀뜨물 EM 발효액은 쌀뜨물에 EM 원액과 당밀 등을 넣어 발효시킨 것으로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 페트병에 쌀뜨물을 3분의 2 정도 넣고 EM 원액(친환경상품 매장에서 판매)과 설탕(또는 당밀)을 같은 비율로 넣어 잘 섞은 뒤, 뚜껑을 닫아 따뜻한 곳에서 일주일 이상 발효시키면 된다.






 


 

“일반 주방세제는 거품이 많이 나잖아요. 그래서 헹구려면 물을 많이 쓰게 되고, 그래도 그릇에 세제 찌꺼기가 남아 있을 것 같아 안심이 안 되거든요. EM 발효액은 거품이 없으니까 물을 적게 쓰면서도 기름기까지 깨끗하게 닦아져요. 또 세제처럼 수질오염을 일으키지도 않고요.”
 

EM 발효액은 쓰임새가 무척 많다. 가스레인지나 환기팬의 기름때를 제거하고 냉장고를 닦을 때도 좋고 욕실의 곰팡이나 물때, 냄새를 없애는 데도 효과가 있다. 노 씨는 마트에 가면 세제 종류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쌀뜨물 EM 발효액 하나면 만사형통이라고 말한다.
 

알뜰 주부인 노 씨에게 환경 사랑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음식은 그때그때 먹을 만큼만 만들고, 사먹는 음료 대신 매실이나 복분자, 오미자 등을 제철에 사서 농축액을 만들어뒀다가 희석해서 마신다. 시장에 갈 때 장바구니를 꼭 챙기는 그는 마트에 장바구니를 가져가면 50원을 깎아주는데 왜 비닐봉투를 사용하느냐고 되묻는다.
 

그의 집에는 재사용이나 재활용하는 것들도 많다. 식탁은 이사 가는 친구가 버리려는 것을 가져온 것이고, 거실의 의자도 멀쩡한 물건이 버려지는 것을 못 보는 그가 주워온 것이다. 남편의 오래된 넥타이로는 치마와 조끼를 만들었다. 다양한 색상과 무늬의 넥타이를 세로로 이어 붙여 만든 치마와 손바느질로 누빈 조끼는 패셔너블해서 외출복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노 씨의 녹색생활은 집안일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지역 환경단체인 ‘안양천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안양천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은 지난해부터 서울시 민간단체 수질보전활동 지원사업으로 EM 발효액 만들기, 천연화장품 만들기,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 만들기, 폐식용유를 이용한 비누 만들기, 아크릴사를 이용한 수세미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안양천의 수질개선을 위해 EM 흙공(EM 발효액을 흙과 섞어 주먹 크기로 뭉쳐놓은 것)을 뿌리는 작업을 하는 한편 쓰레기 수거, 환삼덩굴, 돼지풀 등 유해식물 제거 작업 등 안양천을 가꾸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환경단체에 참여하다 보니 녹색생활에 대해 배운 것을 집에서 직접 실천하게 되네요. 또 가족, 친구, 옆집 주부들에게도 알리게 되니 저절로 환경운동 전도사가 되는 듯해요. 녹색생활은 캠페인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주위의 주부들을 보면 몰라서 못하거나 귀찮아서 안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6년째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노 씨는 많은 주부들이 환경단체 활동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단체활동을 하면 아무래도 구심점이 있어서 실천하는 게 덜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더 발전시켜 생태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안양천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에서 양성한 ‘안양천 풀꽃사랑 생태해설가’는 노 씨를 포함해 20명으로, 어린이들에게 안양천 주변의 동식물에 대해 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생태해설가로 활동하면서 아직 우리나라의 환경교육과 생태체험문화가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한다.
 

“요즘 아이들은 곤충과 꽃보다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더 관심이 많아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공부만 강조하는 분위기가 아이들을 자연과 더 멀어지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려주는 게 필요합니다.”
 

노년에는 시골에서 꽃을 가꾸며 살고 싶다는 노 씨는 많은 이들이 자연 속의 여유로운 노후를 꿈꾸고, 자식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기를 바라는 만큼 환경을 지키는 일상생활의 작은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글·이혜련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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