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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스피드스케이팅 첫 금메달 향해 질주



 

한국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출전사는 오래됐다. 일장기를 달고 뛴 1936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대회부터 시작한다. 김정연, 이성덕, 장우식 등 3명이 출전했다. 그 이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길고 긴 노(No)메달의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회에서 북한의 한필화가 여자 3천미터 은메달을 획득한 뒤에야 한국은 28년이 지나서야 시상대에 설 수 있었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에서 남자 1천미터의 김윤만이 은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그 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에서 이강석(25·의정부시청)이 남자 5백미터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남녀 메달 기대주들을 살펴보자.
 

 

이규혁(32·서울시청)은 올 시즌 남자 5백미터 월드컵 랭킹 2위, 1천미터에서는 랭킹 3위다. 최근 <AP통신>이 전망한 한국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후보에도 꼽혔다. 이규혁에게 이번 올림픽이 5번째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빠짐없이 나갔다.

이규혁은 가족 이력부터 범상치 않다. 아버지 이익환(64) 씨는 스피드스케이팅, 어머니 이인숙(54) 씨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이다. 동생 이규현(29)도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1998년 나가노 대회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 출전했다. 13살 때 국가대표로 뽑혔으니 이제 태극마크를 단 지도 어언 20년.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 세계대회를 휩쓸었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올림픽에서의 거듭된 실패로 은퇴 결심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반드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이규혁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캐나다 캘거리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4, 5차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며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향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나이 탓에 체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체중을 줄여 지구력을 증가시켰다. 공기 저항을 줄이는 슬림한 몸매로 가꾼 덕에 폭발적인 스피드도 줄지 않았다. 매번 발목을 잡던 부담감도 떨쳐냈다. 이규혁은 “단거리는 실력 차가 적고 심리적 요소가 크기 때문에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경기 예상도 할 수 있고 돌발 상황을 만나도 덜 당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샤니 데이비스(미국), 제러미 위더스푼(캐나다) 등 쟁쟁한 상대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규혁은 “한순간에 결과가 좌우되는 종목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순 없다. 오랜 경험이 있는 만큼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남자 5백미터에서 이강석은 ‘깜짝 동메달’을 땄다. 당시 메달 후보는 이규혁이었기에 빙상계의 놀라움은 컸다. 이강석은 그때를 돌아보며 “첫 올림픽 출전이라 메달에 대한 기대도 없었고, 멋모르고 경기에 나갔는데 예상외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현재 이강석은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백미터 월드컵 랭킹 1위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지만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은 어쩌지 못한다. 이강석은 “TV를 보다가도 ‘올림픽’이라는 말이 나오거나 올림픽 장면이 화면에 비치면 나도 모르게 움찔한다. 바로 TV를 꺼버린다”고 심적 부담을 털어놨다.

이번 올림픽은 그에게 두 번째 대회인데도 긴장감은 오히려 더하다. 하지만 이강석은 큰 경기에 강한 장점을 지녔다. 지난 시즌 부진한 편이었지만 2009년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백미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5월 맹장수술을 받은 전력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이강석의 강점은 초반 스피드. 첫 1백 미터를 9초5대에 끊는 이강석의 스피드는 단연 세계 최고다. 빙상 전문가들은 만약 1백미터 대회가 있다면 1위는 이강석의 차지라고 입을 모은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도 이강석의 장점이다. 이강석은 “어떻게 해서든 이기고자 하는 성격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에 이규혁, 이강석이 있다면 여자 부문에는 이상화(21·한국체대)가 있다. 이상화는 지난달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선수로는 첫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5백미터 세계기록 보유자인 예니 볼프(독일)를 누르고 차지한 우승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이상화는 2006년 토리노 대회 때부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5백미터 5위로 여자부 역대 최고성적을 거뒀다. 동메달과 0.17초 차이. 첫 올림픽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는 이상화는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 뒤 이상화는 “열심히 연습해 그저 기록만 줄이자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올림픽에서는 상위권 선수들과 비슷한 기록을 올리고 싶다”고 기대했다.

대표팀에서 이상화의 기량은 독보적이다. 지난해 12월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5백미터에서 한국신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5차 대회 5백미터에서도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쟁쟁한 우승 후보들이 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상화의 최고기록인 37초24는 볼프나 월드컵 랭킹 2위의 왕베이싱(중국)과 약 0.20초 차이다. 충분히 우승을 넘볼 만한 기록이다.
 

남자 장거리 5천미터의 이승훈(22·한국체대)도 메달권 진입 가능성이 있다. 장거리는 북미와 유럽 선수들이 휩쓸고 있는 종목. 하지만 이승훈은 이번 올림픽에서 그 벽을 뚫을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4월까지 쇼트트랙 대표선수이던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로 선발되자마자 한국기록을 세 차례나 갈아치웠다. 아시아에선 이미 적수가 없을 정도다.

현재 이승훈의 기록은 세계 5~8위 수준으로 금메달까지는 아니어도 메달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이승훈은 “쇼트트랙에서 몸에 밴 코너워크가 큰 도움이 된다. 아시아 선수들이 불가능하게 여겨온 장거리 종목 메달에 도전하겠다”며 투지를 드러냈다.
 

글·김동욱(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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