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원자력은 석유를 대신한 차세대 에너지로 부상했지만 ‘방사선’ 때문에 아직까지도 안전성 면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원자력발전을 위해 우라늄의 핵을 쪼개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열이 나오지만 동시에 반갑지 않은 방사선도 방출되기 때문이다.
원전의 최대 취약점은 이 같은 방사능 유출 사고다. 우리는 과거 소련과 미국의 원전 사고로 방사선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한 바 있다. 이렇듯 한번 사고가 나면 회복하기 힘든 재앙이 되기 때문에 ‘원자력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원전 보유국들은 원자력발전에서 안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은 ‘운전 중이나 사고 시 방사성 물질이 외부 환경에 누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안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원전들은 건설비의 30퍼센트 정도를 안전설비 구축에 투자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원전의 기술적 안전을 위해 ‘10만 년에 1회’의 사고 확률을 권고하고 있는데, 한국의 신형 경수로 APR1400은 이러한 권고사항을 10배나 넘어선 ‘1백만 년에 1회’를 기준으로 설계해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원전은 방사능 유출이라는 최악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설비 단계부터 ‘다중방호’ 개념을 철저히 시행한다. 다중방호란 방사성 물질이 발전소 외부로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겹의 방호벽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개념에 따라 우리나라 원전은 원자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수로에 ‘5중 방호벽’을 설치해 방사선을 완벽히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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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차단의 선봉은 제1방호벽인 담배 필터 모양의 우라늄 덩어리 ‘연료 펠릿’이 맡는다. 핵분열에 의해 생기는 방사성 물질은 이 우라늄 금속 안에 갇힌다. 만약 미량의 가스 성분이 제1방호벽을 빠져나가면 지르코늄 합금의 금속관인 제2방호벽 ‘연료 피복관’에 밀폐된다.
이어 5센티미터 두께의 강철로 만들어진 제3방호벽 ‘원자로 용기’가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막는다. 다음으로 6밀리미터의 강철판으로 설치된 제4방호벽인 ‘원자로 건물 내벽’과 1백20센티미터 두께의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제5방호벽인 ‘원자로 건물 외벽’이 있어 어떤 경우에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 환경으로 누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최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1백50톤급 보잉 707기가 시속 3백60킬로미터로 방호벽에 충돌해도 단 5센티미터만 파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방사능이 유출된 것은 이런 방호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전은 5중 방호벽을 갖추고 있는 데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삽시간에 멈춰 선다. 한국수력원자력 언론홍보팀 최경욱 대리는 “‘비상 노심 냉각계통’이라고 하는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원자로에 이상이 생길 경우 핵연료를 담고 있는 집합장치를 빠르게 제어한다”고 설명했다.
원전의 가장 큰 적인 지진에 대한 대비도 완벽하다. 우리나라는 원전을 설계할 때 발전소 부지를 중심으로 반경 3백20킬로미터 이내의 지질과 지진 조사를 하고 있다. 그 결과 강진이 발생해도 끄떡없도록 설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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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은 놀라운 수준이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단 한 건의 원전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원전이 잠시 멈춘 것도 손에 꼽힐 정도다. 1년 동안 정상 운전 중 원전이 갑자기 멈추는 ‘불시정지’는 2000년 이후에는 원전 한 곳당 0.5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원전 한 곳당 0.35번만 멈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원전 선진국으로 잘 알려진 미국이나 캐나다 등도 고장정지 건수는 원전 한 곳당 한 건이 넘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992년 도입한 ‘국제원자력 사고·고장 등급체계(INES)’를 봐도 우리나라 원전의 우수성이 한눈에 드러난다. INES는 아주 경미한 고장을 ‘등급 0’으로 지정하고 가장 심각한 대형 사고를 ‘등급 7’로 분류했다. ‘등급 0’에서 ‘등급 3’까지는 고장으로 보고, ‘등급 4’에서 ‘등급 7’까지를 사고로 본다.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1등급과 2등급 수준의 경미한 고장 세 번 외에는 심각한 고장에 해당하는 3등급 이상의 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지속적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지켜온 국가 정책과 연결된다. 원자력 안전 규제는 고리 원전 1호기 가동과 함께 시작됐다. 원전의 가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노후화 관리를 비롯한 종합적인 안전성 확인을 위해 2002년부터는 10년이 지난 국내 모든 원전에 주기적 안전성 평가(PSR)를 실시하고 있으며, 같은 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원전 안전 규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를 설립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세계적 수준의 국가 원자력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10년부터 5년간 실시될 원자력안전종합계획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해 계속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방사성 폐기물이다. 방사성 폐기물이란 원자력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로, 방사능의 준위에 따라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중·저준위 폐기물은 방사능의 정도가 낮은 것으로 원전 종사자가 사용한 물건이나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산업체와 병원, 연구기관에서 나오는 것을 말한다.
고준위 폐기물은 사용후 핵연료 자체나 이를 재처리할 때 발생하는 방사능에 오염되는 폐기물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 방식을 결정하지 않아 고리, 영광 등 4개 원전 부지 안에 임시 저장돼 있으며 올해 말까지 원자력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임시저장 능력 확충 방안과 중간저장시설 확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2008년 말 기준 총 10만6천7백18드럼으로, 각 발전소 내에 임시저장 중이다. 앞으로 포화되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2012년에 완공될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자리한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에 저장된다. 2백10여만 제곱미터 부지에 3중방벽으로 이뤄진 방폐장이 완성되면 중·저준위 폐기물이 총 80만 드럼까지 저장될 전망이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 문제에 대해 “방사성 폐기물은 다른 일반폐기물과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사능이 감소하는 특징이 있어 인간이나 환경에 피해가 없도록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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